박준성/ 심리학과 박사과정

폐인이나 오타쿠와도 닿아있는 ‘은둔형 외톨이’는 시대적, 환경적, 사회적인 요인이 만들어낸 총체적인 산물이라 할 수 있다.  이들을 통해 오늘날 젊은 세대의 정신풍경을 살펴보고 세상과의 단절과 운둔현상에 대해 고민해 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바깥세상으로부터 단절된 이들


 

인류사회가 발전함에 따라 사회는 그 구조와 기능, 제도가 복잡해지고 구성원의 수도 크게 증가할 뿐만 아니라 이들의 생각과 행동도 다양해지고 복잡해져 여러 가지의 사회문제(social problem)들이 대두되기 시작하였다. 각 사회에 따라 그 종류와 문제의 심각성이 다양하고 차이가 있겠지만, 예를 들면 약물중독, 성(性)문제, 가족문제, 빈곤의 문제, 환경문제, 인권문제 등이 대표적이다. 그 중에서도 요즘 대두되는 것이 있는데 바로 우리나라에 90년대 중반부터 알려진 ‘은둔형 외톨이’이다. 일명 ‘히키코모리’로 이는 1970년대부터 일본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은둔형 외톨이는 스스로 사회와 담을 쌓고 외부 세계와 단절된 채 생활한다. 사람에 따라 3~4년, 심할 경우에는 10년 이상을 방안에 갇혀 지내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증상으로 ‘집안사람들은 물론 어느 누구와도 대화를 거의 하지 않고,잠을 자고 싶을 때 자며 그 밖에는 텔레비전을 보거나 인터넷에 몰두한다. 또한 자기혐오나 상실감 또는 우울증 증상과 함께 부모에게 응석을 부리고 심할 때는 폭력까지 행사한다고 보고되어 있다.

관계지향적 문화중시가 문제
지난 봄, KBS의 모 프로그램에서 은둔형 외톨이에 대하여 두 차례에 걸쳐 방영 되었다. 이때부터 남몰래 가슴앓이를 했던 가족들의 제보와 함께 은둔형 외톨이는 우리사회에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은둔형 외톨이가 왜 우리사회의 사회문제로 대두되었는가. 그 이유는 우리사회가 사회·문화적으로 유교중심문화로 ‘관계지향적인 문화’이기 때문이다. 이는 서양의 합리적, 이성적, 능력중심의 문화와는 달리 정서적이고 조화를 중시하는 관계중심적인 문화를 뜻한다.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가족개념을 살펴보면 서양의 독립적이고 개인주의적인 가족형태와 달리 사회의 가족형태는 정서적이고 조화(harmony)로운 관계주의 형태이다. 그렇기에 유교문화는 한 개체의 독립성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관계 안에 있는 한 개체를 강조한다.
다시 말하면 ‘나를 위해 가족이 있는 것이 아니라, 가족을 위해 내가 있는 것이다’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관계중심인 우리사회에서 이처럼 심각하게 가족 구성원들을 아프게 하고 지치게 하는 문제도 없을 것이다.
우리사회에서 은둔형 외톨이가 사회문제로 인식되어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가에 대해 알아봐야 한다. 은둔형 외톨이가 되었던 예들을 살펴보면, 이는 핵가족화로 인한 대화단절, 학교나 조직에서 집단 따돌림(왕따)으로 인한 학업포기 군대에서 구타로 인한 탈영, 성폭행, 실업, 정보통신(IT)으로 인한 사회성 박탈 등도 있다. 또한 2차적인 증후군으로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을 대상으로 심리검사를 한 결과를 보면 사회적으로 고립되어 있고 관계를 가지려고 하지 않으며, 의미 있는 관계를 가질 수 없고 사회적인 불안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한 진단은 어떤 장애로 진단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그 밖의 기분장애’로 나타난다. 또한 이 증후군은 어떤 계기나 의지가 있다면 회복이 가능하다고 하였다. 이들의 심각성은 그 자체로 심각할 뿐만 아니라 1차적인 원인으로 인한 피해의식이 은둔형 외톨이를 만들기 때문에 사회문제도까지 야기되는 것이다.

사회적 지원이 필수
은둔형 외톨이를 두고 스스로 고립되어 아무것도 안한다고들 하지만, 나름대로 그들만의 생활을 한다. 자기만의 공간에서 식사를 하고, TV를 보고, 인터넷과 게임에 몰입하고, 심지어 운동도 한다. 단지 혼자만 하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다. 우리는 사회적인 동물이다. 아무리 혼자만의 사회에서 살고 있다고 하지만 사회적인 활동을 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문제가 되는 것이고 타인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은둔형 외톨이를 우리가 사는 사회로 이끌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예방이 중요하다. 이런 바람직하지 않은 경험을 하지 않을 수 있게 1차적인 원인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만약 문제의 원인이 발견되었다면 즉각적인 상담과 치료가 필요하다. 두 번째로 가족, 친구나 동료, 교사, 상담자 등의 사회적 지원(social support)이 보다 절실히 필요하다. 사회적 지원은 그들의 자기효능감(self-efficacy)을 높일 수 있다. 이는 성취동기, 자기조절, 사회성, 관계, 자기주장, 주위사람의 기대일치 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사회적 지원은 그들의 생활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앞으로의 과제는 이 사회적 지원과 관심을 어떤 방식으로 구체화해 나갈 수 있는가에 대한 합의의 구성이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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