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의 재발견] 춘향전

오래됐다고 다 고전이 아니듯, 비교적 최근의 저작들이 고전이 안되라는 법도 없다. 고전은 지혜의 통로이며 성찰의 도구로 늘 우리와 함께 있다. 그러나 의외로 고전은 희석되어 왜곡되거나 ‘대충’ 요약되어 유통된다. 본 면은 각 학문영역의 대표적 고전들을 소개하고 이를 통해 오늘을 돌아보는 계기를 제공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고전은 여러 세대를 거치는 동안 끊임없이 사람들의 관심 대상이었으며 그들에게 참다운 삶의 진실을 되돌아보는 기회를 제공해 왔다. 고전이 가지는 매력 중의 하나는 그것이 시대를 초월하여 독자들의 수만큼

영화 <춘향뎐>중 한 장면
영화 <춘향뎐>중 한 장면
이나 다양한 의미를 창출해 낸다는 데 있다. 이렇게 볼 때 ‘고전의 재발견’은 달라지는 시대의 가치관과 맥을 같이 하며 새로운 의미들을 도출해 내는 작업이라 할 수 있겠다.

  문학은 현실을 반영한다. 또한 문학은 현실보다 한 발 앞선 가치에 대해 생각하게끔 한다.  고전 소설<춘향전>을 생각해 보자.

우리가 흔히<춘향전>하면 떠오르는 모습들은 스스로 여자로서의 정절을 지켜내기 위해서 목숨도 아까워하지 않는 열녀 춘향, 백성들을 보살피기 보다는 자신의 만족을 위해 춘향(민중)을 수탈하고 학정을 거듭하는 변사또, 그리고 과거에 급제하여 변사또로부터 춘향을 구해내는 이몽룡이 그것이다.

여기에 춘향과 이몽룡의 결혼을 통한 민중들의 신분상승 욕구의 반영이라는 이면적 주제까지 더해지면 춘향전은 20세기까지의 억압받던 민중들의 가치관을 그 어느 작품보다 잘 반영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세상은 변하기 마련이며 이미 21세기가 시작되었다. 새로운 시대에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있으며 문학을 바라보는 시각도 예외가 될 수 없다. 21세기 대한민국의 춘향이는 더 이상 나약하고 수동적인 존재가 아니다. 그들은 나름의 가치관을 가지며 소신을 가지고 자신의 자리를 묵묵히 지켜내고 있는 것이지 조선시대의 춘향처럼 그저 지배층에 의해 수동적으로 움직이는 사람들이 아니다.

변사또 또한 더 이상은 민중을 자신의 마음대로 수탈할 수 있는 간 큰 인물은 못된다. 이리저리 국민의 눈치를 봐야 한다. 요즘의 변사또는 조정에서 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힘으로 뽑아서 국민의 공복으로 보람을 느끼며 일해야 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안타깝지만 너무도 이상적이고 공허한 외침일 뿐이다. 여전히 언제 올지 기약도 없는 이몽룡만을 하염없이 기다리며 국가의 관심 밖으로 밀려난 소외된 국민들이 많다. 또한 여전히 자신의 영달만을 위해서 국민을 수탈하고 제 뱃속을 불리기에만 혈안이 되어 있는 변사또들 또한 너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는 더 많아야 할 이몽룡만은 그 모습을 찾아보기가 힘들게 되었다는 것이다. 여기저기에서 그의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는 사람들 곁에서 그를 찾아보기는 너무도 힘들다. 학정을 일삼아 국민들의 혈세를 갉아 먹는 변사또들 속에서도 역시 그의 모습을 찾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가끔은 변사또가 이몽룡이 되고 이몽룡이 변사또가 된다. 그 놈이 그 놈인지 그 놈이 그 놈이 아닌지 분간조차 하기 힘들다.

  세상이 이렇다 보니 제 자리를 찾지 못하고 방황하는 사람들이 너무도 많은 21세기 대한민국이다. 농부들은 논밭을 떠나 트렉터며 경운기를 몰고 고속도로로 몰려나오고, 노동자들은 연일 파업 몸살이다. 국회의원을 국회에서 보기 힘들고 대통령도 못해먹겠단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꼬여버렸는지 진지하게 머리를 맞대고 생각해 보아야 할 때이다. 전쟁이 나도 농부는 밭을 갈고 씨를 뿌리고, 아낙네는 아이를 낳아야 한다. 전쟁이 났다고 모두가 전쟁터로 달려가야 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이 서 있어야 할 자리를 지키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춘향이는 춘향이다움을, 이몽룡은 몽룡이다움을 견지해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된다. 소설 속에서는 사라져 버린 변사또만이 왜 이다지도 변사또다움을 유지하고 있는지 씁쓸할 따름이다.

  고전은 시대를 초월해서 존재한다. 100년 전 작품 속에서 오늘을 살아가는 지혜를 얻고, 또 100년 후에도 여전히 그 속에서 나름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것이 고전이며, 그것은 고전 스스로 그렇게 변해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렇게 만들어 가는 것이다.

이 글을 쓴 김성문씨는 국어국문학과 석박통합과정에서 고전문학을 전공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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