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서리 / 이민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세계화에 따라 한국의 인구구성도 예전과 달리 다채로워지고 있다. 이처럼 한국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변화해 감에 따라 이들에 대해 살펴보고 관련한 정책적 준비를 하는 것이 중요하게 되었다. 이민은 이러한 흐름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 중 하나이다. 이에 본 기획에서는 이민과 관련해 정책적 분석을 하는 연구기관의 활동을 알아보고, 이민 정책의 중요성과 나아갈 방향에 대해 살피고자 한다. 〈편집자 주〉

 

이민정책 재고가 필요한 때

 

최서리 / 이민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최서리 / 이민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최서리 / 이민정책연구원 연구위원)

 

■ 이민정책연구원의 소개를 부탁드린다.

  이민정책연구원은 대한민국 정부와 국제이주기구(International Organization for Migration) 간 체결한 협정(MOU)에 따라 2009년 설립된 연구기관이다. 현재는 「재한외국인처우기본법 제22조의2」에 연구원의 설립 근거를 두고 활동하고 있다. 최근에 인구구조 급변의 대응 방안으로 이민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지만, 연구원은 지난 10년 이상 동안 ▲ 이민자별 실태조사 및 현행 법제도 개선방안 ▲ 국민 인식조사 및 사회통합방안 ▲ 글로벌 이민(정책)동향 ▲ 이민 관련 거버넌스 등 이민정책 수립 및 평가에 필요한 연구자료를 발표해 오고 있다.

  연구원은 설립 당시부터 국제기구와의 협력을 염두에 두고 있었기 때문에 IOM를 비롯한 OECD, UNHCR(유엔난민기구) 등과의 연구 교류 등을 지속해 오고 있다. 작년에는 이민 관련 전문적·체계적 조사를 수행하고, 이민데이터 연구 활용도를 제고하기 위한 목적에서 연구원 내 통계분석센터(TF)를 설치했다. 또한, 작년 허가된 기간을 초과해 체류하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국내에서 어떤 조건에서 일을 하고 있는지 등을 조사했고, 올해는 제조업 외국인 고용에 대한 실태조사를 계획 중이다. 연구원은 국내 학생들의 이민 관련 관심도를 촉구하는 목적에서 매년 이민정책연구 논문공모전을 실시하고있다. 올해에도 논문공모전을 실시할 계획이니 중앙대학교 대학원생들의 많은 관심을 부탁한다.
 

■ 최근 해외 노동자 유치와 관련해 이민정책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데 이와 관련해 한국의 이민정책의 현주소는 어떠한지 궁금하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부터 이미 범정부 인구정책 TF에서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한 이민정책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기는 했다. 그럼에도 코로나19 팬데믹은 여러영역에서 우리가 해외로부터의 노동력에 얼마나 의존하고 있는지 확인해 주는 계기가 됐다고 본다. 이에 더해 생산연령 인구가 급격히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특히 일부 지역에서는 인구감소의 부정적 여파를 실제로 경험하면서 경제활동인구 확충이 중요한 정책 의제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현재 정부는 이민정책 대신 ‘외국인정책’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데, 지난해 12월에 발표된 「제4차 외국인정책 기본계획(2023~27년)」에 따르면 이민(외국인)정책은 “대한민국으로 이주하고자 하는 외국인에 대해 일시적 또는 영구적 사회구성원 자격을 부여하거나, 국내에서 살아가는데 필요한 제반 환경조성에 관한 사항을 종합적인 관점에서 다루는 정책”을 의미한다. 외국인정책 기본계획이 벌써 4차에 이르는 동안 인프라 차원에서는 여러 변화가 있었다.

  다문화가족지원센터나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가 운영됐고,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이민자(외국인 주민) 생활 지원을 위한 자체 센터를 설치하기도 했다. 지금까지의 이민정책은 한국인과 가족을 구성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구분해 분명한 차이를 두었다. 한국인의 가족은 적극적 통합의 대상으로 간주됐고, “다문화가족”을 대상으로 하는 일부 시혜적 사업은 ‘다문화’ 용어에 대한 반감을 가져오기도 했다. 반면 한국인의 가족이 아닌 이민자들에 대해서는 이들의 입국 시 허가된 체류 목적 이외의 생활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이제는 우리의 상황이 급변하는 만큼 기존의 정책 방향이 유효한가를 따져보아야 할 때이다. 한국인의 가족이 아닌 이민자들의 정착과 통합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하는지, 이들의 정착이 한국의 사회·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민에 대한 개방적 정책을 추진한다면 이것이 새로운 사회갈등을 일으키지 않을지, 사회갈등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정책적 노력이 이뤄져야 하는지 등에 관한 고민이 필요하다.
 

■ 한국의 경우 다른 나라와 비교시 이민을 오기에 어떠한 나라인지, 그리고 실제 이민을 온 경우에 정착이 안정적으로 잘 이뤄지고 있는지에 대해 말씀 부탁드린다.

  작년 한 세미나에서 캐나다 정부 관계자가 이민 희망자들이 환영받는 느낌을 받도록 하는 것이 캐나다 정부의 목표라고 했던 점이 인상적이었다. 구체적으로 자격증 검증과 같은 이민 심사의 요건을 어떻게 충족시켜야 하는지 정부가 그 고민을 대신하겠다는 것이 캐나다 정부의 입장이었다. 물론 캐나다의 사례를 한국과 직접 비교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을 수 있지만, 코로나19 이후 주요국의 정책 변화를 살펴보면 한국 사회의 관점 전환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든다.

  예를 들어, 유럽위원회(European Commission)는 2020년 ‘새로운 이주와 비호 협약(New Pact on Migration and Asylum)’을 발표했는데, 이 협약에 따라 EU의 인재풀(EU Talent Pool)을 개발하기로 합의했다. 유럽위원회는 호주와 캐나다에 대한 EU회원국들의 해외 인재를 유치하기 위한 경쟁력 도모를 목표로 했고, 작년 11월 온라인 플랫폼인 EU 인재풀이 출범했다. 이러한 최근의 글로벌 환경 변화는 우리가 원하는 이민자들이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를 선택할 가능성이 더 커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본다.

  코로나19 확산이 잦아들면서 정부는 발 빠르게 해외의 인력을 도입, 활용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단기적인 대책들이 논의의 주를 이뤄 아쉬움이 있다. ‘인력’을 어떻게 도입할 것인가의 문제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인구구성의 변화에 대비해 우리의 사회시스템을 정비해 가는 것이다. 다시 말해, 사람들이 들어오면 이들의 욕구가 우리 사회에서 충족되는지, 이들의 가족 생활은 어떠한지 다각도로 검토돼야 한다.

  OECD에서는 인재유인지표(Indicators of Talent Attractiveness)를 개발해 각국의 현황을 비교해 발표하고 있는데, 인재들의 거주지 선택에 있어 기회의 질이나 경제적 혜택, 미래 전망이나 기술환경 외에도 가족환경이나 포용성, 삶의 질도 중요한 요인이 된다. 한국의 경우 전반적으로 기술환경은 양호한 데 반해 기회의 질이나 사회의 포용성은 떨어지는 것으로 분석된다. 우리가 소수의 과학자, 사업가 등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이민자들을 유치하고자 하지만, 이들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이민에 대한 사회 전반의 수용성이 제고돼야 한다.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심적으로 편안하게 살 만한 환경이 갖춰져야 우리가 필요로 하는 과학자, 사업가 등도 유치할 수 있는 것이고, 이는 상황이 급변하는 오늘날 한국의 이민정책 방향을 재고해 볼 필요성을 의미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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