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 / 문예창작학과 석사과정

시는 어렵다

정원 / 문예창작학과 석사과정

 

시는 어렵다. 짧은 분량 안에 하고 싶은 말을 담아내야 하는 시는 그렇기 때문에 함축적이고 비밀스럽다. 읽는 사람만 읽는다. 도전하고 싶은 사람도 금세 포기하게 만드는 게 시다. 그럼에도 아직 포기하지 않은 당신을 위해 나의 얕은 지식으로나마 시에 대한 이해 를 돕고 싶다.

시를 이해하기 위해 우리는 먼저 그것의 중핵을 알아야 한다. 바로 ‘상징’이다. ‘상징’에 대한 이해는 보이지 않는 것을 보고 싶어 하는 인간에게 볼 수 없는 것을 유추할 수 있게 끔 하는 능력을 부여한다. 그러나 상징은 시의 내부 깊숙한 곳에 몸을 감추고 있기 때문 에 발견하기 쉽지 않다. 그래서 이론적인 설명보다는 바로 시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

사람에게는 저마다 자신만 못 보는 아름다운 구석이 있지요

뒷덜미의 잔잔한 물결털 같은 귀 뒤에 숨겨진 까만 점 같은

많은 것을 용서하고 돌아서는 뒷모습 같은

(도종환, 「점」 전문)

화자의 말처럼 우리는 스스로 “뒷덜미의 잔잔한 물결털”과 “귀 뒤에 숨겨진 까만 점”과 우리의 “뒷모습”을 볼 수 없다. “많은 것을 용서하고 돌아서는 뒷모습”도 저 멀리 걸어가 면, 결국에는 귀 뒤에 숨겨진 “까만 점”처럼 되어버린다. 독자는 보이지 않는 물결털과 까 만 점 그리고, 뒷모습의 이미지를 어우르면서 숨겨진 자신의 ‘아름다운 구석’을 상상해 볼 수 있다. 이러한 이미지는 타인으로부터 생성된 기존의 이미지와 부딪힌다. 이는 가시적 인 세계로서 현실과 불가시적인 세계의 다양한 이미지가 만나, 상징의 시적 원리가 현현 된 것이다. 시에 나타난 기표로서 가시적인 이미지를 생성해 내고, 불가시적인 세계의 암 시된 이미지를 유추해 보는 것. 그것이 바로 시의 상징이다.

동백은 빈틈없이 꽃잎 포개고

드디어 온점(點)이 된다

바닥에 점(點)을 찍어

그대로 통꽃이다

절벽이 동백을 받아준다

어느 날 절벽 끝에선 한 사내처럼

고요한 점이 절벽보다 깊다

(김진돈, 「꽃, 점點」 전문)

진한 녹색 잎 사이로 어렵사리 붉은 꽃잎의 밑동을 “빈틈없이” 포갤 때, 동백은 비로소 하나의 “온점”을 찍을 수 있다. 온 힘을 다해서 온점을 찍고 나면 동백은 떨어지면서 바닥 에 또 하나의 점을 찍는다. 절벽 끝에 떨어진 동백의 붉은 점은 깊고 “고요한” 인생, 곧 “절 벽 끝에선 한 사내”의 모습과 닮아있다. 이는 동백의 인생과 사내의 인생이 절벽 끝에서 하나의 붉은 점으로 포개어져 있음을 형상화한다. 독자는 상징을 통해 포개어진 두 개의 점이, 포개어진 두 개의 인생이 만든 깊은 인생에 대해 무한한 상상을 할 수 있다. 이러한 상징적 체험을 통해 현대적 삶을 사는 인간은 존재론적 분열을 치유할 수 있다. 말하자면 무의식 속 상징을 끄집어내어 경험하지 못한 꿈을 경험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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