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이동권에 관하여

 

 작년 11, 혜화역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의 박경석 대표가 경찰에 의해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서울시는 시위 목적의 지하철 진입을 원천봉쇄한다는 방침을 내걸었고 박경석 대표는 이에 반발하여 기자회견을 열었다. 역내 방송으로 거듭되는 퇴거 요청에 불응하자 경찰이 그를 체포한 것이다.

 전장연의 지하철 시위는 202112월부터 시작됐다. 계속되는 시위에 20226, 경찰은 강경 대응에 나섰다. 출입문과 스크린도어를 막아서 열차 출발시간을 지연시킨 11명의 활동가를 검거해 지하철, 도로 점거 시위 관련 혐의로 수사했다.

 이에 전장연은 공권력의 협박이라며 반발했다. 시위는 멈추지 않았고 서울시는 202212, 시위가 시작된 지 1년여 만에 전장연 시위가 일어나는 역을 무정차 통과하기로 결정했다. 이때부터 전장연의 시위는 게릴라 형태로 바뀌어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다.

 전장연은 장애인 특별교통수단 운영비 국비, 장애인평생교육시설 운영비 국비, 장애인 활동지원 일일 최대 24시간 보장 등 연간 장애인 복지 관련 예산을 연간 6,224억 원 증액할 것을 요구했다. 2022년 당시 장애인복지 관련 예산은 4701억 원이었다. 보건복지부 발표에 따르면 80% 이상이 장애인연금·장애수당과 장애인활동지원, 장애인거주시설 운영지원 분야에 사용되었는데 전장연은 장애인 시설이 아닌 외부시설 지원의 확대를 요구한 것이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장애인 관련 예산이라도 국민들의 공감대 없이 대폭 늘리긴 어렵다는 의견을 내는 동시에 전장연의 요구를 일부 수용하여 장애인 교통 복지관련 예산을 1,091억으로 증액했다. 하지만 이는 교통 복지에 관련된 예산이었을 뿐, 탈시설 사업과 각종 활동지원 등과 관련된 예산에는 큰 변동이 없었다.

 

여전히 갈 길이 먼 장애인 교통 복지

 

 현재 한국의 저상버스 도입률은 국토교통부가 교통약자 이동권 보장을 위해 세운 계획인 42%보다 모자란 28%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는 2015장애인 이동권 선언을 발표하면서 10년 내로 있는 시내버스를 모두 저상버스로 운행하겠다던 서울시의 공약과도 반대되는 세태이다.

 이마저도 일부 신형 차종을 제외하고는 발판이 내려오는 속도가 매우 느린 편이며 발판의 고장도 잦은 편이다. 장애인 콜택시의 보급률 역시 84% 수준으로 수요에 비해 공급이 절대적으로 모자란 상황이다. 서울시 기준 장애인 콜택시의 배차대기시간을 살펴보면 30분 이상 1시간 이내가 16%, 1시간 이상의 비율은 4.9%이다.

 위의 퍼센티지는 MBC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한 출퇴근은 사실상 불가능한 수준이라 말했던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의 인터뷰 이후, 연합뉴스에서 팩트체크를 한 것이다. 이에 대해 김예지 의원은 연합뉴스 측이 배차 취소율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실제 체감은 조사결과를 훨씬 상회한다는 것이다. 또한 시군, 광역·특별시 단위로 갈아타야만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남구로역은 작년 10월에야 엘리베이터 공사에 착수했다. 이전까지 지하 5층까지 리프트를 타고 내려가야 했는데, 이에 평균 20분가량의 시간이 소모됐다고 한다.

 

남의 일이 아닌 교통 복지 문제

 

 본교 재학생 K는 지난 학기 중반에 발을 다쳤다. 목발을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흑석역에서 후문까지 이동하는 버스 중, 5011번의 경우 저상버스로 무리 없이 이용이 가능했다. 하지만 마을버스 동작01번과 21번의 경우 타고 내리기 상당히 불편했다고 한다.

 또한 본교와 본교 주변의 도로 사정은 상당히 복잡하다.후문의 경우 골목과 복잡하게 얽힌 교차로 있고, 정문 쪽에는 신호등이 설치되지 않은 횡단보도가 많다. 무질서한 도로 탓에 보행에 지장이 없는 학생들도 자주 불편을 호소하는데 다리를 다쳤다거나 장애인의 경우에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교통 복지 문제는 다른 세상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동의 불편이 생기는 일은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다. 뻔하지만 가치가 있는 말이다. 조금 더 나은 생활환경을 위해 개개인의 관심과 그에 따른 변화가 필요하다.

이현승 편집위원 | tbvjgustm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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