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의 의미

 

  배우 김혜수가 지난 달 24일 열린 제44회 청룡영화상을 끝으로 사회자 자리에서 내려왔다는 소식이 연일 화제가 됐다. 그녀가 “1993-2023 청룡영화상 김혜수”라고 새겨진 황금 트로피를 들고 소감을 발표하는 장면에서 그녀에 대한 영화인들의 존경심을 느낄 수 있었다. 영화 스크린처럼 2.35:1의 화면비로 바뀌는 연출은 그녀의 마지막을 영화처럼 담아 기념했다. 1993년부터 이어진 30년의 시간. 한국영화계의 가장 높은 시상대를 이끌던 그녀의 마지막은 화려했고, 우아했다.

  이처럼 그녀의 사회자 은퇴가 화제된 것은 아무래도 오랜 시간 그 자리를 지켰기 때문일 것이다. 모든 것이 빠르게 변화하는 요즘 시대에 한 분야에 긴 시간 몸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직장만 해도 그렇다. 올해 8월,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 청년층 부가조사’에 따르면 첫 취업 평균 소요기간은 10.4개월인 한편, 첫 일자리 평균 근속기간은 1년 6.6개월로 나타났다. 준비 기간이 적지 않음에도 근속 기간은 짧은 축에 속한다. 이는 사회 변화와도 맞닿아 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평생직장’을 구해야한다고들 했지만 양질의 정규직 일자리는 감소하고, 기업에서도 이를 제공하기 어려워졌다. 게다가 비정규직과 다양한 직업군이 등장하며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평생직장’을 원하는 이들은 공무원이나 공공기관을 희망한다. 하지만 이를 제외한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마지막 직장을 찾기보다 자신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더 집중하고 있다.

  올해 3월, 잡코리아에서 발표한 이직관련 설문조사에서 이직의 의미를 물어보자 47.6%가 이직을 성장의 기회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연봉 인상 수단은 27.7%, 실력 검증 기회는 9.0%로 뒤를 이었다. 이는 이직의 의미가 예전과 달라졌음을 나타낸다.

  이러한 이유로 이직을 준비하는 직장인을 ‘요즘 세대’로 통칭해 섣부르게 일반화하는 의견도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세상은 계속 변화한다. 그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뒤처지지 않기 위해 계속 경쟁을 이어나가는 그들을 특정 세대의 특징으로 정의하며 갈라낼 필요는 없다. 그저 열심히 살아가는 형태가 이전 세대들과 다를 뿐인 것이다. 경쟁이 과열된 시기에 그만큼 견뎌야하는 것은 더 많아졌고, 효율성까지 고려하게 되며 더 나은 선택지를 만들어내기 위해서 스스로 노력해야 하는 시대다. 한편, 이러한 이직의 의미 변화는 한 자리에 긴 시간 머무르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나타내기도 한다.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도 꿋꿋하게 그 자리에 서기 위해서는 많은 인내와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 원우들 또한 오랜 시간 한 분야에 대해 연구하며 열심히 달려온 사람들이다. 계속 오르는 등록금과 코로나로 인해 달라진 수업 방식 등 여러 변화를 겪으며 어려움도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공부하고 연구를 지속하며 각자가 목표하는 바에 다가가고자 노력해왔다. 이에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앞으로 나아가길 바란다. 12월, 누군가는 첫 번째 학기를 끝마친 시점일수도, 누군가에겐 학위 논문 디펜스를 위해 밤샘하는 나날일 수도 있겠다. 치열하게 살아온 올 한해 원우들이 각자의 마지막을 잘 마무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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