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서적과 펜이 사라진 자리에는

 

  종이로 된 전공서적을 보는 원우 및 학우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강의실만 보더라도 전공서적을 PDF로 만들어 태블릿 PC에서 보는 것을 더 선호하고 있었다. 필기도 종이 책이나 노트에 하는 것이 아닌 노트북이나 태블릿 PC 위에 간편하게 필기를 하고, 과제제출도 온라인으로 바뀐지 오래다. 이에 따라 캠퍼스 안에서 두꺼운 전공서적을 몇 권씩 들고 다니는 원우 및 학우들의 모습은 찾아보기가 힘들다. 그러면서 본교 내 유일무이한 서점과 문구점의 존폐위기가 이렇게나 가까이 찾아왔다.

 

학내 서점과 문구점의 폐업

 

  본교의 102관 약학대학 R&D센터에 있던 유일한 학내서점은 10월 31일자로 폐업했다. 또한 더 이상 노트와 펜으로 필기를 하지 않는 덕분에 서점 바로 옆에 위치했던 문구점도 버티지 못하고 9월 30일자로 폐업했다. 원우 및 학우들이 전공서적 구매를 포기하고 PDF를 통해 보는 이유로 한 권에 5만 원이 훌쩍 넘는 책값과 책의 상당한 무게 등을 원인으로 들 수 있다. 그리고 수업에서 파워포인트나 유인물 활용 등 수업패턴이 다양화되면서 더 이상 책이 필요하지 않게 된 것도 이유가 되고 있다. 이로 인해 두꺼운 전공서적을 들고 다니는 시대는 끝났다. 또한 종이보다 태블릿 PC에서의 필기가 훨씬 더 용이함에 따라, 더 이상 펜과 노트, 포스트잇과 같은 문구도 학생들 곁에서 사라지고 있다.

  이에 본지는 서점과 문구점이 사라진 자리 앞에서 즉석 인터뷰를 진행했는데, 본교 석사과정에 재학중인 A원우는 “학부 때부터 개강하면 어김없이 서점을 찾아 전공서적을 구매하곤 했는데 석사과정에 들어오고 놀란 것이, 많은 원우들이 더 이상 전공서적을 구매하지도 않는다”라고 했으며, 함께 있던 석사과정 재학생 B원우도 “매일같이 아이패드를 쓰면서도 학내의 서점이 이렇게 없어지리라고는 생각조차 못했고, 막상 서점이 폐업하니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학부 재학생 C학우는 “코로나 시대에 입학해서 서점을 이용할 일이 없었으며, 대면 수업이 된 이후에도 무겁게 책을 들고 다니기보다 PDF를 구해 보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생각된다”고 언급했다. 이처럼 전공서적을 종이 대신 PDF로 보는 문화가 깊게 자리잡고 있었다.

  그러나 이는 본교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연세대의 경우 학생회관에 있던 복사실이 사라지고 무인사진관이 들어섰으며, 숙명여대는 책 판매만으로 운영이 더 이상 불가능해지자 강연이나 모임장소로 공간을 대여하는 등 살길을 모색하고 있었다.

 

디지털화 이후

 

  디지털화 이전에는 전공서적의 구입이 부담될 때, 대학가 인근 복사집에서의 제본을 통해 해결하곤 했는데, 이는 불법복제물에 해당하는 엄연한 범죄이다. 마찬가지로 PDF를 돌려보거나 직접 책을 스캔해 PDF로 변환하는 행위 역시 불법복제에 해당한다. 최근에는 직접 스캔한 PDF를 온라인상에서 거래까지 하는 일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과거 직접 제본하는 방식과 달리 하나의 스캔본을 만들면 이를 다른 이에게 공유하거나 판매하는 것이 더 빠르고 쉬워 「저작권법」 침해 소지가 매우 클 수 있다. 이렇다 보니 대학가 인근의 복사집도 주요 업무 범위가 변경되고 있다. 학생들의 요구에 따라, 복사업무보다 스캔의 업무 비중이 더 높아졌다.

  지난 3월 9일자 헤럴드경제 기사에 따르면, 한국저작권보호원(이하 보호원)으로 지난 1월 불법복제 신고가 들어 왔는데, 학교커뮤니티 사이트인 ‘에브리타임’에서 대학 전공서적을 PDF 파일로 거래한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보호원은 불법복제 실태를 조사하고 단속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전공서적 복제는 엄연히 법을 위반하는 중대한 행위이다. 그렇기에 학교에서는 불법복제, 저작권침해 등에 대한 교육이 절실하며, 학생들 사이에서는 불법행위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또한 여전히 전공서적 가격이 부담이 되는 만큼, 학생들의 입장도 고려해 이에 대한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2016년도 서울여대의 경우, 강의교재를 대량구입하고, 수강생에게 한 학기 동안 빌려주는 ‘강의교재 대출 서비스’를 실시한 바 있으며, 부산대는 교수들이 저작권을 무료로 기부해 전공서적을 다운받을 수 있도록 하는 ‘빅 북’운동을 시행한 적이 있다. 이러한 사례를 참고해 디지털 기기조차 마련하기 어려운 이들을 아우르는 실효성 있는 제도를 마련해주길 기대해 본다.

 

이소민 편집위원 | sominsophiale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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