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오 / 상명대 식품공학과 교수

[과학_인공지능 혁명과 산업 변화]

오늘날 인공지능은 가장 빠르게 발전 중인 기술 중 하나이다. 알파고와 챗GPT(ChatGPT) 등 각종 미디어에서 관련 기술들을 접하고 있긴 하지만, 대중들이 해당 기술에 대해서 알고 있는 정보는 제한적이다. 이에 단순히 인공지능을 활용한 개별 제품 또는 프로그램들이 아니라 인공지능이라는 기술의 기본적인 의의와 더불어 본 기술이 산업계와 일자리에 미칠 포괄적인 영향 등을 살펴볼 것이다. 또한, 현재 인공지능 기술이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만큼 인공지능에 기반을 둔 새로운 기술들이 더 적극적으로 활용될 미래에 대해서도 고민해본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우리가 경험하는 인공지능 ② IT산업과 만난 인공지능 ③ IT 인공지능 기술과 음식의 만남 : 푸드테크 ④ AI 일자리 위협에 대한 대응

 

인공지능 기술과 만난 푸드산업

 

김상오 / 상명대 식품공학과 교수

 

  2016년도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이 기계가 인간을 이긴 최초의 사례가 되면서 딥러닝 기반의 인공지능이 모든 산업 분야에 도입이 되거나 도입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이와 같은 인공지능이 우리의 생활에서 가장 밀접하게 만나는 서비스가 애플의 시리, 구글의 어시스턴트, 삼성의 빅스비 등의 음성 인식 서비스이다. 초기 서비스에서는 받아쓰기도 제대로 못하던 인공지능이 지금은 사람과도 대화할 수준으로 발달하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지식 능력이 향상되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이처럼 인공지능 모델이 시간의 경과에 따라 발달하는 이유는 바로 데이터 크기의 증가 때문이다. 마치, 우리가 아이에게 지식을 주면 줄수록 똑똑해지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지금부터 얘기할 식품산업의 푸드테크는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인공지능 기술과 바이오 테크놀로지, 그리고 로봇 등의 다양한 기술의 융합 결정체라고 할 수 있다. 광의의 인공지능은 컴퓨터를 이용한 단순 시퀀스 프로그래밍부터, 센서를 통해 입력과 출력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딥러닝을 이용해 학습시켜 컴퓨터가 스스로 알고리즘을 만드는 머신러닝까지를 아우른다. 식품산업에서 푸드테크의 범위는 식품 자원 생산 및 농업 관리부터 식품 생산 및 가공, 유통 및 물류, 식품 안전 및 품질 관리 그리고 요리 및 개인 맞춤 식품까지 다양하다. 이처럼 생산자부터 소비자에 도달하는 전 범위의 모든 경로에서 인공지능의 접목 방안을 논해 볼 수 있다.

푸드테크의 요소기술과 활용의 예

  인공지능의 농업 내 사용과 관련해 살펴보면, AI 알고리즘이 탑재된 로봇을 활용해 일손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AI 기반 센서와 카메라를 통해 농작물과 가축을 돌보고 병충해로부터 작물을 보호하고 가축의 건강 상태도 실시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식품 생산 및 가공 분야에서는 데이터 분석에 근거해 최적의 생산량을 찾아낼 수 있다. 유통 및 물류 측면에서는 관련 데이터를 활용해 농산물 유통비용을 절감하고 고위험 수입식품을 사전에 발견할 수 있다.

  식품 안전 및 품질 관리에도 인공지능이 활용될 수 있다. 인공지능 기술은 식품의 데이터를 분석해 오염 물질, 알레르겐 및 기타 잠재적인 식품 안전 위험을 감지할 뿐 아니라 생산설비의 데이터를 분석해 식품 안전 프로토콜의 이상 또는 불일치를 찾아낼 수 있다. 요리 및 개인 맞춤 식품 영역에도 AI 기술을 활용해 개인별 음식 선호와 원하는 영양 균형 수준, 음식 종류를 고려한 맞춤형 레시피 제공이 가능하다. 또한, 선호·비선호 식재료, 가족 구성원, 요리 경험, 영양 등 개인의 취향과 생활양식을 반영해 맞춤형 식단을 제안할 수도 있다.

푸드테크와 맛의 보존

  앞서 살펴본 예 이외에 푸드테크의 기술을 식품산업에서 활용하는 방안은 데이터와 인공지능을 이용해 식품 고유의 맛을 디지털로 전환해 데이터로 남겨두는 일이다. 식품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맛을 유지하는 것이다. 맛을 기억하는 것은 오감에 대한 자극 데이터뿐만 아니라 그 상황의 환경 및 문화의 시대상에 대한 데이터를 뇌에 보관하는 복잡한 과정을 동반한다. 우리가 과거 시대의 문헌을 조사해 그 맛을 재현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는 있지만, 기후 및 토양의 변화로 식자재의 특성도 변했기 때문에 그 당시의 맛을 보장하기는 어렵다. 그때의 맛에 대한 데이터가 정량적으로 존재하지 않고, 그 시대의 맛을 평가할 전문가가 없어 비교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에는 음성 녹음 장치, 영상 녹화 장치 등의 단순 기록장치 이외에도 화학 성분을 데이터화 할 수 있는 액체 크로마토그래피, 가스 크로마토그래피, 물성 데이터를 기록할 수 있는 텍스처 애널라이저 등 다양한 분석 장치가 개발돼 정량적인 데이터의 기록이 수월하다. 또한, 맛의 평가에 있어서 SNS의 데이터를 스크래핑해 모집단 성격의 평가 데이터 수집이 가능하고 이러한 데이터와 전자혀 및 전자코와 같은 기기의 출력 데이터를 연결해 맛의 리터러시(Literacy) 데이터를 정량화할 수도 있다. 이렇게 얻어진 모든 데이터를 머신러닝을 활용해 맛 예측 모델을 만들어 낸다면 부족하나마 음식 맛에 대한 비법을 함수로 남겨둘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이후 후속세대에 등장할 진화한 분석 기기와 분석 방법으로 데이터를 만들어 재학습한다면 더욱 강화된 모델을 통해 맛에 대한 정보를 지속 가능하게 보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한다.

푸드테크를 응용한 식품 개발과 발전 방향

  이처럼 맛을 정확하게 수치화해 예측하는 모델이 만들어진다면 대체 식품 개발에 이 기술을 적용해 볼 수 있다. 미국 농림부(USDA)는 식품의 영양 프로필 통합 데이터 시스템(Food Data Central)을 통해 식품 구성 성분의 정량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만든 배합 인공지능 모델을 이용하면 목표로 하는 영양성분을 충족하는 배합 후보군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예를 들어, 우유의 영양성분을 분석하고 그에 대응하는 식물성 대체 식품의 영양 조합을 통해 우유와 같은 영양이 있는 식물성 제품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맛과 관련한 문제가 남아 있는데, 이는 앞서 제시한 맛 예측 모델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 즉, 배합 인공지능을 활용해 맛조차 우유에 가까운 대체 식품 개발이 가능한 것이다. 다만, 우유 같은 액상 식품은 이러한 접근이 쉬울 수 있지만, 그 외의 조직감이 중요한 식품의 구현은 쉽지 않다. 실제로, 대체육의 인기가 시든 것이 본질적인 맛과 질감을 구현해낼 수 없다는 한계와 무관하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은 거스를 수 없는 변화이며 모든 산업이 이 기술에 대응하는 것처럼 식품산업에서도 필수적인 기술이 돼 가고 있다. 필자의 연구실에서도 인공지능을 활용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고 숙련가의 역량을 이어줄 수 있는 자동화에 관한 많은 연구를 진행 중이다. 그리고 그 중, 푸드테크 기반의 기술을 활용해 식품의 본질인 맛을 기록해 후대에 전하기 위해 특히 노력하고 있다. 한편, 현재 식품산업에서 푸드테크는 공정 및 유통 효율화를 가장 우선시해 적용 및 진행 중이며, 향후에 앞선 과제가 모두 끝난다면 결국 본질적인 맛의 유지를 위한 응용으로 발전할 것이다. 즉, 맛의 데이터화는 우선시돼야 할 연구주제임에도 매우 어려워 후 순위로 밀려있지만, 미래에는 누적된 연구의 성과들과 발전한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본격적인 연구가 가능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 글과 함께 우리 분야의 연구원들이 이와 같은 방향을 이해하고 함께 발전해 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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