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직면한 저출산 문제]

 

성별 임금격차 및 저출산 위기

  지난 2월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출생·사망 통계(잠정)’에서 한국의 작년 합계출산율은 0.78명을 기록했는데 이는 글로벌 단위로 볼 때도 유례없는 수준이다. OECD Data에서 제공하는 국가별 시계열 출산율을 살펴보면, 한국은 이미 2018년에 0.98명으로 1명대의 출산율이 무너진 이후 계속해서 하락하고 있다. 이러한 1명대 미만의 출산율은현재 OECD 회원국 중 한국이 유일하다.

  YTN 뉴스에 따르면, 올해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클로디아 골딘 하버드대 교수는 지난달 9일 열린 노벨상 수상 기념 기자회견에서 이러한 한국의 저출산 문제의 원인이 ‘한국 사회의 급격한 변화’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또한, “(저출산 문제는) 단순히 가족과 가정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직장의 문제로 직장들은 사회의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라고 말하면서 한국의 기업 문화가 저출산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정부도 이러한 문제를 인식해, 고용노동부가 ‘2023년 주요 업무계획’에서 맞벌이 부부의 육아휴직 기간을 부부당 1년에서 1년 6개월로 늘려 여성의 경력단절문제를 완화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여성의 출산으로 인한 퇴직문제와 그와 관련한 남녀 임금격차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성별 임금과 관련한 OECD의 「2023 경제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작년 성별 임금격차는 OECD 평균인 11.9%의 약 3배인 31.1%로 나타났다. 이러한 성별 간 임금격차는 OECD 최고 수준이며, 1996년 이래 한국은 해당 부문에서 계속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한편 이러한 저출산 문제는 거시적 차원에서 노동 자원의 감소와 세대별 인구 비대칭으로 인한 사회비용을 유발해 사회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는 미래 역량을 위해 오늘을 학업에 투자하는 원우들의 노력이, 장래의 위축된 경제환경 및 늘어난사회적 부담의 결과로 인해 빛을 보기 어려운 환경에 놓일 위험을 내포한다. 동시에 미시적인 관점에서 가정을 꾸리고 자녀를 낳고 싶은 개인적 바람이 실현되기 어려운 국내환경에 대한 우려도 생길 수밖에 없다. 이는 결혼과 출산을 고려하고 있는 원우들에겐 보다 현실적인 문제로 다가가게 된다. 본지는 이러한 문제들을 함의한 국내의 심각한 저출산 문제와 그 근간이 되는 성별 임금격차를 집중 조명한다. 또한, 한국의 지체된 기업문화와 저출산을 해결하기 위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 살펴볼 것이다.

유연성에 따른 노동시장 이분화

  클라우디아 골딘 교수는 저출산과 성별 임금격차의 문제를 ‘탐욕스러운 일자리 (Greedy Work)’라는 개념을 도입해 이해하고자 한다. 그녀가 재작년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서 설명한 바에 따르면, 일의 유연성(Job Flexibility)은 일의 시간, 노동 강도, 일이 완료돼야 하는 시간 등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탐욕스러운 일자리는 이러한 측면에서일이 유연하지 않은 경우를 의미한다. 즉, 노동에서 요구되는 시간이 많고 일의 강도가 높으며 불규칙한 마감 요청과 더불어 언제든지 일자리로 신속히 돌아갈 수 있도록 대기상태를 유지해야 하는 일을 탐욕스러운 일자리로 정의할 수 있다.

  반면, 유연한 일자리는 일의 시간과 강도 측면에서 많은 에너지를 요구하지 않고 휴가에 대한 접근이 비교적 자유롭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일자리 특징의 차이는 자연스럽게 임금에 대한 차이를 초래한다. 문제는 일의 유연성에 따른 임금격차가 성별 임금격차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탐욕적인 일자리는 전통적으로 남성이 맡게 되고, 여성은 성별 역할 규범에 따라 자녀를 기르는 데 유리한 유연한 일자리를 택하게 되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 이러한 양상이 뚜렷이 나타나 교사, 공무원처럼 임금이 높진 않지만 일이 비교적 일관되고 휴가가 자유로운 일자리에 여성의 선호 및 비중이 매우 높게 나타나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작년 여교원의 비율은 초등학교 77.2%, 중학교 71.6%, 고등학교 57.1% 등으로 모두 과반이 훨씬 넘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반면에, 임금이 높은 대신 업무강도가 높고 불규칙한 퇴근이 요구되는 대기업의 경우를 살펴보면, 재작년 한국CXO연구원 자료 기준 여성 직원의 대기업 종사 비중은 24% 수준으로 낮았다. 전문직에서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는데, 2020년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의사의 경우 남성 의사의 비중이 73.9%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공서열제도 하에서의 근속 단절문제

  유연성에 따른 일자리 구분과 그에 따른 임금격차는 성별 임금의 차이를 심화하는 요인이다. 하지만 현재 많은 한국 여성들은 출산을 위해 유연한 일자리에서 노동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일자리를 상실하는 경향이 나타나 더욱 문제가 되고 있다. 작년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15~54세 기혼여성 810만 3,000명 중 46.2%에 해당하는 139만 7,000명이 경력단절 여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경직된 채용 구조와 더불어 ‘연공서열제’가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특히, 국내의 연공서열제는 연차에 따른 연속된 승진 절차가 지정돼 있고 이를 벗어나게 되면 관리자가 되는데 불리한 제도이다. 이러한 인사 제도가 정착된 기업은 한국의 여성이 결혼 및 출산 과정에서 퇴직하는 문화를 고려해 이미 처음부터 여성을 채용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생기고 결혼 예정인 여성에게 승진에서 불리한 점수를 줄 여지가 있다. 이는 윤리적 차원이 아닌 문화와 제도 차원의 문제이므로, 문화적 인식 및 제도의 개선 없이 단순히 기업에게 정치적 올바름을 요구해서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지 못할 것이다.

  한편, 여성의 학력이 올라가고 직업적 성취에 대한 갈망이 성별과 무관해지면서 비혼과 출산 거부를 선택하는 여성이 늘어나고 있다. 이는 한국이 경험하고 있는 심각한 저출산 문제의 한 축이다. 지난 2020년 통계청이 발표한 ‘성별 학력수준에 따른 미혼인구 비율’을 살펴보면, 남성은 대학(2, 3년제) 졸업부터 학력이 높아질수록 미혼인구 비율이 감소하는 반면에 여성은 반대로 미혼인구의 비율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학원 졸업의 경우 남성 11.8%가 미혼이지만 여성은 이의 약 두 배인 22.1%가 미혼인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본지가 인터뷰한 S대 박사 과정생 33세 A씨는 “결혼해 자녀를 낳고 싶긴 하지만 커리어를 무시하기가 어려워 망설여지긴 한다”며 가정과 일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일자리 개혁과 직무급제도

  앞서 살펴본 바에 따르면, 한국의 저출산과 임금격차 문제의 원인으로 지적할 수 있는 것은 유연성에 따라 분리된 고용 시장과 이 중 탐욕적 일자리가 전통적으로 남성의 일자리로 여겨지는 상황이다. 이러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 으로 골딘 교수는 유연한 일자리의 임금 개선이 아니라 탐욕적 일자리의 유연화를 제시한다.

  실제로 팬데믹 기간 중 원격으로 전환된 근무환경을 주목하면서, 출근의 용이성으로 고임금 일자리 환경이 유연화돼 여성의 접근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국내의 경우, IT 회사를 중심으로 팬데믹 기간에 전환된 원격 근무가 정착되는 듯했지만, 코로나가 종식되는 분위기에서 국내 대부분 회사가 대면근무로 전환됐다. 하지만 원격 근무 같은 업무 환경의 유연화가 탐욕적 일자리에 대한 여성의 접근성을 높이고 남녀 임금 격차를 완화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러한 업무 환경의 유연화를 위해 정부가 노력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다음으로, 여성의 경력단절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연공서열제도에서 탈피한 새로운 제도가 필요하다. 이와 관련해, 직무급 제도의 도입과 유연한 외부 인력 충원으로의전환 및 결혼과 출산에 대한 인식 변화가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직무급 제도는 연공이 아니라 직무에 따라서 임금이 결정되는 제도이며, 이는 승진과 임금 상승에서 고용의 연속성에 대한 의존을 줄여준다.

  또한, 인력 충원과 관련해 내부의 폐쇄적인 형태가 아닌 외부로부터의 인력 충원이 일반 직원 수준에서도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이를 통해 과거 해당 직무 경험이 있는 여성이 고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 결혼과 출산한 여성들에 대한 인식전환도 중요하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기업의 제도 개선뿐만 아니라 정부 차원의 노력이 복합적으로 필요할 것이다.

 

방상현 편집위원 | mm206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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