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호 / 동국대 정치학과 교수

[정치_정치란 무엇인가]

‘정치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명확한 답을 내리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많은 정치인에 대한 불신으로 인해 정치라는 개념은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부정적인 이미지로 자리잡고 있다. 이에 정치에 대한 왜곡된 인식이 생겨나기도 한다. 그렇다면 바람직한 정치란 무엇인지 그리고 한국의 정치는 어떠한 발전과정을 거쳤는지, 여성정치, 청년정치이 떠오르는 이유는 무엇인지, 마지막으로 정치가 나아갈 길에 대해 다뤄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정치는 왜 필요한가 ② 한국 정치의 발전 과정에 관해 ③ 청년정치, 여성정치의 등장 ④ 정치철학으로 답을 찾다

 

남녀동등참여의 ‘파괴적 혁신’이 필요하다

 

박명호 / 동국대 정치학과 교수

 

  한 사회의 부패수준에 영향을 주는 요소는 무엇일까. 다음과 같은 요소들이 한 사회의 부패수준을 결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인당 국민소득(GNP) ▲시민참여 ▲총인구 ▲국토면적 ▲기업규모 ▲기업의 영업이익 규모 ▲분권화(정도) ▲인종적 다양성 ▲민영화 수준 ▲경쟁적인 정치 환경과 정당의 존재(여부) 그리고 ▲여성의 공공부문 참여율 또는 수준 등이다.

 

여성의 사회진출과 부패의 관계

 

  주목되는 대목은 ‘여성의 사회진출과 부패의 관계’다. 한 국가에서 여성의 사회진출이 높을수록 그 공동체의 부패수준과 정도가 낮아지느냐 또는 높아지느냐가 핵심이다. 특히 여성의 사회진출 확대가 그 사회의 부패수준을 낮추는데 기여하느냐는 것이 쟁점이다. 이때 여성과 관련된 항목은 ‘여성의 공공부문 참여율 혹은 여성의 노동 참여율’이다. 여성의 공공부문 참여 또는 여성의 노동 참여율이 주목받는 것은 ‘남성과 비교할 때 여성이 개인의 이익보다 공익을 상대적으로 더 고려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어 여성의 공공부문 참여가 부패수준을 낮출 수 있다’는 전제다.

  대표관료제(Representative Bureaucracy)의 주장이 대표적이다. 이에 따르면 ‘사회적인 형평성의 제고와 (고급)여성 노동력의 노동시장 참여’는 국가 경쟁력의 강화 등의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따라서 여성의 공공부문 참여는 사회적 부패감소는 물론 국가발전에도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여성이 남성에 비해 부패를 상대적으로 덜 용인하고, 여성의 정치 경제 사회적 진출이 활발한 나라일수록 부패가 덜하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확인할 수 있을까. 일부 연구들은 세계은행 등 국제기관의 다양한 통계를 바탕으로 ‘여성의 사회참여와 국가 투명성이 강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경험적 근거를 제시한다. 이에 따르면 “특정국가의 국회와 정부 등에 진출한 여성비율이 10% 포인트 증가하면 세계은행과 세계투명성기구가 해당국가에 부여한 청렴도 지수와 부패인지 지수가 각각 0.25와 1.2포인트씩 높아진다”고 주장한다. 

  41개국의 세계가치조사(World Value Survey)에서 실시한 ‘부패에 대한 남녀 간 태도차이’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확인된다. 대중교통에서 요금을 내지 않는 것에서부터 공무수행 중 뇌물을 받는 것에 이르기까지 남성이 여성에 비해 일관되게 ‘그럴 수 있다’는 태도를 보였다.

  세계은행이 옛 소련 등 동구권 국가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여성 기업가들의 뇌물 제공 빈도가 남성 기업가에 비해 1/3 수준’이라는 통계도 있다. 이는 여성이 ‘뇌물을 공유하는 남성의 오래된 네트워크’에 잘 관여하거나 참여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동일한 수준의 부패에 대해 ‘남성이 여성보다 더 관대한 태도’를 갖는다는 연구결과도 같은 맥락이다. 한마디로 ‘여성의 정치·경제·사회 참여 증대’는 그 사회의 부패감소와 연결된다. 한 사회의 부패감소는 궁극적으로 경제 효율성 증대 및 국가경쟁력 제고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나라에서도 ‘여성의 공공부문 참여확대가 공공부문의 부패수준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는 오래된 관심사항이었다.

  한편 반론도 존재한다. 민주주의 제도의 영향을 간과했다는 주장이다. 이에 따르면 정부 또는 공공부문의 여성 진출이 활발할수록 부패수준이나 정도가 낮아진다는 경험적 발견은 언론의 자유와 법치주의 그리고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 등의 민주적 거버넌스(Governance)의 제도적 환경의 영향이라는 것이다. 이는 결국 인과관계로 보느냐의 문제이다. 왜냐하면 정부와 공공부문의 여성 진출 확대는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의 부패 간에 ‘분명한 상관관계가 존재한다’는데 이견이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여성의 정부 또는 공공부문 진출의 확대와 부패수준의 상관관계를 인과관계로 해석할 수 있느냐다. 경우에 따라서는 착시효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핵심은 경험적 자료를 어떻게 맥락적으로 이해하고 적용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여성의 정치참여 확대

  이 대목에서 우리는 중요한 시사점을 얻는다. 여성의 참여는 남성중심 또는 남성 지배적인 네트워크 또는 그 네트워크의 집단적 속성을 약화시키거나 해체하는 획기적 시도이자 ‘분절적 방법을 통한 파괴적 혁신’이다. 공공분야와 관련해 언론의 자유와 법치주의 그리고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의 민주적 거버넌스라는 제도적 환경을 전제로 선거의 남녀의 동등한 참여를 시도해 보자는 것이다. 그간 정치분야에서 우리는 지속해서 여성참여의 확대를 시도해왔다. 시작은 ‘여성 할당제’인데 우리나라에서 본격적 논의가 시작된 것은 1979년 적극적 우대조치의 국제적 표준을 명시한 「여성차별철폐협약」이 유엔총회에 의해 채택되면서부터다. 우리 정부는 1984년 12월에 이 협약을 비준하는데, 여성단체들은 이때부터 할당제의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주장한다. 이런 노력은 민주화 이후 1994년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단체협의회, 여성유권자연맹, YWCA 등 56개 단체들이 ‘할당제도입을 위한 여성연대’를 결성하면서 정치적 세력화로 이어진다.

  2000년대 들어 “여성의 정치참여 확대”를 위한 정치관계법의 등에 대한 법·제도의 개선이 추진돼 제16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둔 2000년 2월 16일에 「정당법」의 개정을 통해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후보자 공천할당제’를 도입하게 된다. 당시 「정당법」 제31조 4항은 각 정당이 국회의원 비례대표후보자(광역시·도의회의원 포함)를 추천할 경우 30% 이상을 여성으로 추천할 것을 명시했다. 물론 이 규정은 비록 강행규정이나 위반에 대한 별도의 벌칙규정을 갖췄던 것은 아니었기에 제16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16명의 여성의원을 배출하는 성과로 이어진다.

  결정적 장면은 2004년이다. 이때 「정당법」개정으로 인해 국회의원 비례대표후보자 50%로 강제하는 ‘여성후보자 공천할당제’가 도입된다. 아울러 남녀 교호순번제 방식을 함께 추진했는데, 이 교호순번제란 개별 후보의 이름을 가로로 나열하는 방식을 일컫는다. 나아가 2004년 「정당법」개정에는 비록 노력사항이지만 국회의원 지역구 후보자 추천 시, 지역구 총수의 30% 이상에 여성후보자 공천할당제 도입을 명시하기도 한다.

  2004년에는 「정치자금에 관한 법률」도 개정되는데, 바로 지역구 국회의원 ‘여성추천보조금제’의 신설이다. 이에 따라 각 정당에 지급되는 경상보조금의 10%에 해당하는 비용이 여성정치발전비로 책정돼 있다고 한다. 최근 기준으로 대략적인 평균 비용을 보면 국민의힘 13억, 더불어민주당 14억 원 그리고 정의당 약 3억 원 내외의 규모로 알려져 있다.

  지난 20여 년의 노력은 정치 분야의 여성 진출 확대라는 결과를 가져왔다. 예를 들면 광역의원의 여성비중은 1995년 5.6%에서 2022년 19.8%로 증가했고, 기초의원의 경우 1995년 1.6%에서 2022년 33.4%로 급증한다. 국회의원의 경우에도 1988년 13대 총선 때 여성의원은 2%에 불과했지만 2020년 21대 총선에서는 지역구 의원 중 11.5%, 비례대표 의원 중 59.6%로 전체 300명 의원 중 19%를 차지하기에 이른다.

  물론 아직 갈 길은 멀다. 현재 국회에는 ‘정치 분야 남녀동등참여 지원에 관한 법률안’이 제출돼 있다. 이 법안은 헌법적 근거를 갖는다. 우리 헌법은 “성별·종교 또는 누구든지 사회적 신분에 의해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한다. 이는 우리에게 대한민국 국민 개개인에게 평등권을 보장하는 것으로 국가는 개인이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차별을 받지 아니하도록 노력할 의무가 있다는 것을 말한다.

  ‘정치 분야 남녀동등참여 지원에 관한 법률안’은 여성과 남성의 동등한 정치참여의 책임을 부여한다. 구체적으로 이 법률안은 국회와 정당 등에 남녀동등참여 관련 책임을 규정하고 이를 위한 남녀동등참여에 관한 세부사항을 제시한다. 우선 정치적 영역에서부터 평등이념을 구현하고 남녀동등참여의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양성 평등 시책을 추진하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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