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시온 / 숙명여대 교육대학원 음악교육전공

본 지면은 교내·외 대학원생의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내고 ‘소통의 장’을 열기 위한 목적으로 기획됐다. 이번 호에서는 자신의 전공과 미래를 고민한 경험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우리는 많은 꿈을 가지고, 진로를 정한다. 현실적인 것을 고려하면 그 무엇도 확실하지 않을 때가 있지만, 후회하지 않기 위한 여러 고민과 경험은 필요하다. 〈편집자 주〉

 

후회하지 않기 위해

 

윤시온 / 숙명여대 교육대학원 음악교육전공

  유년시절의 나는 무대를 좋아하고, 리더십이 있는 아이였다.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추고, 구연동화, 발표 등 누군가의 앞에 서서 사람들을 이끄는 것 모두 내가 좋아하는 것이었다. 장기자랑이나 특기를 발표해야 하는 일이 있으면 언제나 앞장서서 무대 위에 올라갔다. 돌이켜보면, 아직 말을 하지 못하던 시절부터 음악을 상당히 좋아했다. 음악만 나오면 자동으로 몸이 흔들거리고 박자에 맞춰 고개를 까딱였다고 한다. 음악을 좋아하고, 무대를 좋아하는 나에게 있어 플루트는 안성맞춤 취미였다.

  처음 플루트를 배우기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재미를 붙였다. 부모님이 나를 혼내는 수단으로 플루트 빼앗는 것을 활용할 정도로 플루트를 좋아했다. 그런 나에게 플루트를 진로로 선택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게 나는 예술고등학교에 진학을 하게 되고, 대학 또한 음악대학으로 진학했다. 대학에 가서도 나의 음악 활동은 계속 됐다. 프랑스로 음악 캠프도 가고, 여러 콩쿠르에도 나갔으며 다양한 무대 경험도 했다.

꿈과 현실 사이

  꾸준히 음악 경험을 쌓는 와중에 뮤지컬에 관심을 갖게 됐다. 어렸을 적부터 뮤지컬을 매우 좋아했다. 한국에서 뮤지컬을 자주 보는 것은 당연하고, 뮤지컬 때문에 영국에 가기도 했다. 사실 예술고등학교에 입학하자마자 장래희망란에 적은 꿈은 플루티스트가 아닌 뮤지컬 음악감독이었다. 뮤지컬을 워낙 좋아했던 나에게 음악감독은 정말 꿈같이 느껴졌다. 그 당시의 정말 단순히 꿈으로만 여겼던 음악감독이라는 직업을 대학 졸업을 앞두고 다시 한번 진지하게 생각하게 됐다.

  그러나 음악감독이라 함은 현실적으로 작곡에 능해야 하며, 모든 악기를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히게 된 나에게 다음 꿈은 예술경영과 관련된 일이었다. 실제로 예술경영 석사 학위를 따기 위해서 학교와 전공에 대한 많은 정보를 찾아봤었다. 그러다 문득 ‘무대를 연출하는 것이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인가. 난 무대 위에 올라가서 나를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것을 좋아하는 건데, 오히려 그 무대를 연출하고 관리하면서 그 무대에 올라가지 못하는 나에게 무대 연출은 스트레스는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고민을 하던 내가 대학을 졸업한 후 선택한 길은 플루트 일반대학원도, 예술경영도 아닌 교육대학원이었다. 정말 이때까지는 생각지도 않던 교육의 길을 선택한 것이다. 내가 플루트가 아닌 교육대학원을 선택하게 된 이유는 정말 단순하게 “한 번 해볼까” 라는 마음에서 비롯됐다. 대학 졸업을 앞둔 2020년, 4학년이 되자마자 코로나가 터졌고 모든 길은 꽉 막혀버렸다. 연주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으며 유학길도 쉽지 않았다. 그러던 나에게 문득 교육대학원은 또 다른 길로 보였다. 그리고 바로 실천에 옮기게 됐다. 교육대학원에 대한 정보를 찾고, 목표 학교를 정한 뒤 차근차근 준비를 시작했다.

차선책이 아닌 최고의 선택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교육대학원에 진학하게 됐다. 교육대학원에 입학한 이후 이전까지 해보지 않았던 분야의 공부를 시작했다. 음악을 전공하며 나는 서양음악사, 음악이론, 시창청음과 같은 음악과 관련된 학문만을 공부해왔다. 그러나 교육대학원에 진학한 후에는 서양음악사와 같은 음악관련 학문만이 아닌 교육심리, 교육공학, 교육철학과 같은 교육과 관련된 학문까지도 공부해야 했다. 사실 처음에는 해보지 않았던 학문에 대한 걱정도 많았고, 학부와는 비교도 안 되는 많은 과제들 때문에 수면시간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 채 공부를 해나갔다. 그러나 점점 공부를 하면 할수록 새로 배우는 학문에 재미를 붙이게 됐고, 새롭게 얻는 지식에 대한 즐거움이 생기기 시작했다. 교육대학원이라는 차선책이 나에게 있어서 최고의, 최선의 선택이었던 것이다.

  대학원에서 1년 반의 시간이 지난 후에 교육대학원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학교현장실습, 즉 교생실습에 나갔다. 모교였던 예술고등학교로 실습을 하게 됐는데 내가 학생으로 다녔던 학교에 교생을 간다는 것이 한편으로는 기뻤고, 부담도 됐다. 대표로 연구수업까지 하게 돼 1월부터 수업 교구를 열심히 준비했다. 연구수업 내용을 소재로 논문까지 쓸 계획이었기 때문에 더욱 꼼꼼하게 준비할 수밖에 없었다.

  교생실습에 나가서 진행한 수업은 ‘스토리텔링 게임 학습을 적용한 서양음악사’였다. 직접 만든 애니메이션과 더빙을 활용해 학생들에게 가르칠 곡, 작곡가, 그 당시의 시대적 배경에 대해서 설명하고, 곧바로 게임 학습을 진행하는 형식이었다. 이해력을 증진시키는 수업에 대한 효과를 입증하는 것이 나의 교생실습 연구수업 주제이자 논문 주제였다. 아무래도 논문에 활용할 연구이다 보니 부담감도 컸고, 학생들이 수업을 흥미롭게 들을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도 많았다. 그러나 걱정과는 다르게 학생들은 게임뿐만 아니라 수업에서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교생실습 마지막 날 학생들에게 받은 편지에는 ‘앞으로 대학에 가서도 평생 잊지 못할 서양음악사 수업이었던 것 같다’는 말이 쓰여 있었다.

  나의 첫 제자들 앞에서, 나의 첫 수업을 나름 성공적으로 끝냈다는 생각에 뒤늦게 안도했다. 첫 제자들에게 평생 잊지 못할 수업이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 당시의 뿌듯함과 감동은 앞으로도 잊지 못할 것이다. 이번 교생실습은 교육자의 길에 대해서 또 다시 진지하게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확실하지 않지만

  짧았다면 짧고, 길었다면 긴 한 달간의 교생실습이 끝이 나고, 교생실습에서 많은 것을 경험함과 동시에 진로에 대한 여러 고민도 생겼다. 정말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이며, 내가 잘하는 것이 무엇일까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보게 됐다. 그렇게 점점 졸업이 다가오고 마지막 학기를 앞두고 있는 이 시점, 대학원 동기들이 모두 졸업 후 임용을 생각하고 있을 때, 결국 내가 선택한 것은 ‘이왕 공부에 재미가 붙었으니 조금 더 공부를 하는 것’이었다.

  교생실습에 나가서 내가 직접 만든 교구로 수업하는 것, 학생들에게 고민상담을 해준 것, 모두 좋았다. 그래서 중등교사라는 꿈을 꿀 수도 있지만, 정말 내가 원하는 것은 학생들을 가르치고,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조금 더 공부를 해서 중·고등학생, 또는 예술고등학교에만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연령대의 여러 직업을 꿈꾸고 있는 학생들에게 나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더 나아가서는 해외에서 초청을 받아 특강도 나가는 것이 나의 최종 목표이다. 그 목표를 이루고자 더 완벽한 논문을 위해 노력 중이다. 또한 하고 싶은 공부가 무엇인지 여전히 진지하게 고민하며 나의 미래를 위한 다양한 정보를 찾고 있다.

  사실 아직도 하고 싶은 것이 너무나도 많다. 논문을 쓰고 있는 지금도 연구를 하고 그것에 대한 글을 쓰지만 새로운 공부, 악기 연주,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도 모두 해보고 싶은 일이다. 그래서 아직 나의 꿈을 확실하게 정하지 못했다. 그러나 전혀 조급하지 않다. 해보고 싶은 것이 많기에 더 많은 고민과 경험을 하는 것이 오히려 좋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과정 이후에 진로를 찾게 될 것이다. 지금은 박사과정 입학을 목표로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지만 만약 내가 교육심리를 선택해 박사과정을 밟는다고 하더라도, 플루트로 한 번 더 박사학위를 도전할 수도 있다.

  석사 졸업을 앞두고 있지만 난 아직 나의 꿈을 찾고 있다. 앞으로도 하고 싶은 공부는 다 해볼 생각이다. 스물여섯이라는 나이가 적지는 않지만, 내가 하고 싶은 공부를 못해볼 나이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난 앞으로도 많은 것을 경험해보고, 공부하면서 훗날 나의 생을 돌아보며 후회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서 인생을 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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