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위한 균형이 필요한 지금

 

  2024학년도 대입 수시모집 원서접수가 지난달 마감됐다. 수시모집 관련 통계들이 쏟아지는 가운데, 공통적인 의견은 ‘인재 편중’이다. 지난달 17일 한국일보에 따르면, 주요 10개 대학 의대의 수시모집 평균 경쟁률은 45.59대 1로 지난해 보다 높았고, 인하대 의예과 논술우수자 전형의 경우 경쟁률이 660.75대 1로 8명 정원 모집에 5,286명이 지원해 역대 부문별 경쟁률 최고치를 기록했다. 저출산 시대, 대학 입학자 또한 감소하고 있는 시기에 의대를 선호하는 현상이 더욱 심화되는 것이다.

  반면 기초과학 및 첨단학과 경쟁률은 낮게 나타났다. 이마저도 최상위권 학생들이 의약학 계열에 합격한다면, 많은 이탈자가 생길 것으로 전망됐다. 의대로 인재가 쏠리면서 기초과학과 첨단 분야 인력 공급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정부가 추산한 향후 10년 내 첨단산업 적기 공급 인력인 약 32만 명은 수급되지 못할 것이다.

  이러한 의대광풍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사회적·국가적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 문제의 본질은 결국 직업 환경이다. 한때 ‘열정페이’를 당연하게 여기던 우리 사회가 안정적인 직업 추구, 고소득, 삶의 여유 등을 중요시하는 개인에게 오히려 좁은 선택지를 제시해준 꼴이다. 이에 직업 환경 및 인식이 우선적으로 개선돼야하며, 사회적 보상과 관련해서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아무리 국가적 필요 분야 인재의 중요성을 강조한다고 해도, 적절한 보상이 없다면 개인의 선택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의대 쏠림 외에도 수도권과 지방의 양극화 역시 작년보다 심화됐다. 종로학원의 입시관련 통계에 따르면 서울 주요 12개 대학의 평균 경쟁률은 21.39대 1로 작년보다 높아졌지만, 지방 거점국립대 9곳의 경쟁률은 평균 7.9대 1에 그쳐 서울과 지방 대학은 수시모집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수도권 대학 선호로 지방 대학은 정원을 아예 채우지 못하는 학과도 생겼다.

  전공은 물론 지역 양극화까지, 인재 쏠림으로 인한 불균형 문제는 여러 방면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는 단지 입시를 치르는 학생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어느 방향으로든 인재가 쏠릴수록 외면 받는 분야는 대학에서도, 사회적으로도 생존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학령인구가 가파르게 감소하고 있는 지금, 지방과 비인기 학과의 위기에 대한 대처가 적극적이지 않다면 우리는 극단적인 양극화로 점철된 교육계를 맞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각종 격차를 부추긴 것은 결국 우리 사회이기에 무한 경쟁의 굴레에서 한 발짝 물러서 문제의 본질을 살필 필요가 있어 보인다.

  특정한 분야로 치우친 발전은 학계 및 사회의 불균형을 초래한다. 각 분야에 인재가 고루 분포될 때 균형 잡힌 발전이 가능할 것이다. 이에 국가에서도 각 분야의 인재 확보를 위한 실효성 있는 방안을 마련해 중심잡기를 해야 한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친 중심 위에는 그 무엇도, 제대로 세울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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