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다은 / 문화예술경영학과

 

저마다의 가치

 

김다은 / 문화예술경영학과

 

  가치란 무엇일까. 가치(價値, Value)의 사전적 의미를 살펴보면 “사물이 지니고 있는 쓸모”, 철학적 의미로는 “대상이 인간과의 관계에 의하여 지니게 되는 중요성”이라고 정의돼 있다. 존재하는 모든 인간이 다르듯 저마다 가치의 대상은 다를 것이다. 요즘 내가 고민하는 가치의 대상은 ‘예술’이다. 이는 예술을 사랑하는 나와 떨어뜨릴 수 없는 고민이다. 그렇다면 예술이 지닌 가치는 무엇일까. 예술이 우리에게, 사회에게 주는 영향은 무엇일까.

  예술에 대한 생각은 고대 철학자들부터 현재까지 다양한 견해가 제시돼 왔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예술의 본질을 ‘미메시스(Mimesis)’, 직역하면 ‘모방’이라 봤다. 있는 그대로의 모방뿐만 아니라 본질을 구현하는 능동적인 모방을 통해 가르침을 주고, 감정을 자극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소크라테스는 예술이 인간의 본성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현실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준다고 생각했다. 톨스토이는 예술이 인간의 감정과 윤리적 가치를 표현한다고 했으며, 사람들 사이의 감정적인 교류와 공유를 통해 사회에 중요한 가치를 확산시킨다고 봤다. 근대 이후에도 예술의 가치에 대한 지속적인 논의와 더불어 예술의 공공지원을 위한 이론적 논의가 진행됐다.

  오스트리아의 경제학자인 데이비드 스로스비(David Throsby)는 예술의 가치를 문화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로 분류했고, 독일의 문화경제학자인 아르요 클라머(Arjo Klamer)는 문화재화가 다른 재화들과 차별성을 가지며, 경제적·사회적·문화적·환경적 가치 등을 가진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전까지 가치를 ‘가격’으로만 환산하는 것을 문제 삼았고, 예술의 가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까지도 가치화(Valorization) 하는 과정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렇듯 예술의 경제적 영향에 대한 논의와 더불어 사회적 영향에 대한 연구들이 쏟아질 때, 2000년대부터 새로운 논쟁에 직면하게 됐다. 공공지원을 받기 위한 산출물들을 앞세워 예술의 존재를 강요했기 때문이다. 이후 예술의 본질적(내재적) 가치와 도구적 가치에 대한 논쟁이 발생하기도 했으며, 더 나아가 공공가치에 대한 개념도 나타났다.

  본질적인 것에서 파생된 논쟁들과 현재까지 예술의 가치에 대한 견해를 살펴보고 나서야, 머리를 한 대 맞은 느낌이 들었다. 나는 예술을 즐겼고, 그 즐기는 과정과 결과에서 늘 만족감을 느꼈다. 여기서의 ‘만족감’은 단순한 재미로부터 나오는 게 아니라, 내가 선택한 예술의 속성에서 결과를 얻고 그 결과가 가치로 스며드는 과정이 즐거웠다. 나의 사고가 풍부해지는 것을 느낄 때, 예술을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다. 어떻게 하면 좋은 방법으로 알릴 수 있을지 고민하며 지난 반년 동안 나름의 주제도 세우고 연구진행도 했으나, 괴롭게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어쩌면 예술은 가치 있다는 나의 관점에 사로잡힌 채 주제를 정하려 하니 시작부터 꼬여 있던 게 아닐까. 조급했던 마음을 버리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논의되던 여러 가치에 얽매이지 않은 채 시작해 보려 한다.

  무더운 방학을 끝마친 이 시점, 아니 대학원을 다니는 매시간 동안 우리는 의구심을 갖지 않을까. 내가 하고 싶은 게 무엇인가. 나의 연구주제가 가치 있을 것인가. 끊임없이 고민하고 되돌아가는 과정을 즐기자고 말하고 싶다. 나에게도. 괴로워하고 있는 원우들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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