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성과 포용성의 가치]

 

문화다양성이란

 

  각 지자체에서는 ‘생활문화 예술동호회 활성화 지원사업’, ‘농촌영화제’, ‘다문화동아리 재능기부’ 등의 사업까지도 문화다양성 사업으로 구분하고 있으며, 일반시민들은 문화다양성이라는 개념을 다문화로 인식하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다면 ‘문화다양성’이란 무엇일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선 유네스코의 활동을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문화상품과 서비스가 경제적 가치뿐만 아니라 문화적 성격을 함의하고 있다고 판단함에 따라 이러한 독특한 성격이 인정돼야 한다는 논의가 1990년대 유네스코 회의에서 대두됐다. 이를 근거로 2001년 제31차 유네스코 총회는 ‘문화다양성에 관한 선언’을 채택했고, 2005년 제33차 총회 본회의에서는 위 선언의 실천 규약을 담은 “문화적 표현의 다양성 보호와 증진에 관한 협약(이하 문화다양성 협약)”이 상정돼 회원국의 압도적 지지로 공식 채택된 바 있다.

  문화다양성 협약(제4조)에 따르면 문화다양성을 “집단과 사회의 문화가 표현되는 다양한 방식”으로 정의하고 있다. 또한 “인류의 문화유산이 다양한 문화적 표현을 통해 표현되고, 증대되며, 전승되는 다양한 방식뿐만 아니라, 사용된 방법과 기술에 관계없이 다양한 양식의 예술적 창작, 생산, 보급, 배포 및 향유를 통해서도 명확하게 나타난다”라고 기술하고 있다. 유네스코의 문화다양성 협약에 따라 국내에서도 「문화다양성의 보호와 증진에 관한 법률」(이하 문화다양성법)을 2014년에 제정했다. 문화다양성법(제2조)에서 문화다양성이란 “집단과 사회의 문화가 집단과 사회 간 그리고 집단과 사회 내에 전하여지는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되는 것을 말하며, 그 수단과 기법에 관계없이 인류의 문화유산이 표현, 진흥, 전달되는 데에 사용되는 방법의 다양성과 예술적 창작, 생산, 보급, 유통, 향유 방식 등에서의 다양성을 포함한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를 종합해보면, 문화다양성은 집단과 사회의 문화가 집단과 사회 간 그리고 그 내부에 표현되는 다양한 방식으로 인류의 문화유산을 표현하거나 전달할 때 사용되는 다양한 방법이자, 예술적 창작, 생산, 보급, 유통, 향유 등을 통해 나타나는 다양성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더 쉽게 풀이하자면, 각 사회와 집단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특성을 가진 문화가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되는 것으로, 언어·의상·관습·전통·종교·인종 등의 모든 문화적 차이까지 포함하는 것이다.

 

문화다양성 관련 사회·경제·문화적 환경 변화

 

  다양성과 포용성의 가치가 기관, 기업, 사회에서 중요한 요인으로 강조되는 상황이다. 사회·경제·문화적 환경 변화를 이러한 분위기의 주된 이유로 꼽을 수 있는데, 지난 10년 간 60세 이상의 고령인구가 15.1%에서 23.3%로 증가했으며, 국내에 외국인, 귀화자 등 이주배경인구가 4.3%로 증가하면서 이에 따른 사회적 갈등 및 차별에 대한 문제가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따라서 본교 역시 문화다양성 가치의 중요성을 인지할 필요가 있으며, 본지에서는 문화다양성 개념을 기반으로 이에 대해 함께 논의해보고자 한다.

  최근 기후위기의 심화는 사회결속력 약화와 양극화, 기후난민 발생, 문화유산 및 자연유산 관련 피해 등 여러 분야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에 세계경제포럼은 ‘세계위험보고서 2023’을 앞으로 2년마다 발표할 것을 계획했으며, EU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법률안을 만들고 있다. 또한 인공지능(AI)이 등장하면서, AI가 생성하는 콘텐츠에서 허위 정보, 특정 인종이나 성·종교에 대한 콘텐츠를 배제할 수 있도록 유럽연합은 「디지털 서비스법(Digital Service Act, DSA)」을 제정한 바 있다. 생성형 AI는 핵전쟁 또는 바이러스와 같은 위험 요소를 가지기에 전 세계의 협력이 요구된다. 인종 및 성평등의 문제도 문화다양성에서 중요한 화두이다. 이에 글로벌 기업인 넷플릭스는 매년 ‘포용성 리포트(Inclusion Report)’를 발간한다. 전년도 리포트에 따르면, 조직 내에서 ‘여성’ 구성원의 비율은 49.6%이며, 여성 임원의 비율도 51.4%로 모두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구성원 절반 이상이 아시아계, 흑인 등의 인종 출신으로 구성됐다. 또 다른 글로벌 기업인 구글 역시 매년 ‘다양성 리포트(Diversity Annual Report)’를 발간하는데, 리포트에 따르면 조직 내에서 여성의 비율이 37.6%이며, 직원 중 백인이 40.2%, 아시아계가 46.3%, 흑인이 9.4% 등으로 구성됐고, 매년 조직의 다양성 비율을 높여가고 있다. 이처럼 기후위기와 디지털 기술이 급격하게 발전하면서, 문화다양성을 반영하기 위한 각국의 노력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기업에서도 이러한 가치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문화다양성 가치를 위한 교육분야에서의 노력

 

  교육분야는 어떨까. 먼저 유네스코는 대학 영향력 평가에서 관련 자료를 제출한 학교의 자료를 기반으로 전 세계 대학의 성평등 수준을 평가한 보고서를 작년에 발간했다. 평가 지표는 유엔의 지속가능개발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SDGs)를 활용했다. 해당 평가에는 매년 700개 이상의 학교가 참여하는데 호주, 영국, 캐나다가 상위권을 차지했으며, 성평등 점수가 가장 낮은 국가는 일본으로 나타났고, 한국의 경우 참여 학교 수가 매우 낮아 순위에서 제외됐다. 이는 국내의 학교가 다양성 및 포용성 가치에 대한 인식률이 매우 낮은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영국의 평등부서(Equality Challenge Unit)에서 고등교육 및 연구기관의 성평등 평가제도로 불리는 ‘아테나스완 평가’를 시작했다. 특히 옥스퍼드 대학은 최근 평가 점수가 상승했는데, 조직 내에서 출산휴가, 아이돌봄휴가 등을 확대하고, 여성교원 비율을 지속해서 증가시켜온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 대학 및 연구기관에서도 이와 같은 노력이 있었는데 서울대학교의 경우, 다양성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 이뤄지는 창조적 학문공동체와 건강한 대학문화의 구축을 목적으로 다양성위원회를 2015년에 설치했다. 위원회는 다양성 보호 및 증진을 위한 연구와 조사를 수행하고, 연례보고서를 발간하는 업무를 수행한다. 위원회가 수행한 문화다양성 조사에 따르면, 서울대학교 내에는 123개국의 외국인 학생이 있으며, 학교 내 전임교원 중 여성 혹은 외국인의 비율이 35.0%이고, 장애학생 등록 수는 62명, 임신·출산 및 육아휴직 이용은 117명이며, 이 중 남성의 이용은 23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카이스트는 2017년도부터 캠퍼스 내에서 다양성을 포용하는 문화를 조성하려는 목적으로 다양성위원회를 설립했다. 작년 ‘다양성과 포용성을 위한 카이스트 선언문’을 공표했는데, 선언문의 주요 내용은 캠퍼스 내 모든 활동에서 다양한 구성원들의 참여를 보장하고, 성별, 종교, 장애, 출신 국가 및 지역, 인종, 학력 등과 관계없이 누구도 차별하지 않겠다는 차별금지와 평등의 추구에 대한 내용을 담았다. 2019년에는 고려대학교에서도 다양성위원회를 설립했으며, 학교 내에서 다양성 현황을 파악하고, 관련 연구를 바탕으로 조직문화에 관한 정책을 제안하는 업무를 담당한다. 고려대 위원회에서는 다양성 기반의 교육체계 수립을 위해 교양계열과 전공과목을 연계하는 교육모델을 개발해 2020년도부터 진행하기 시작했고, 매년 강좌 수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이밖에도 다양성 어워드를 개최해서 다양성 선언문을 발표해 누구나 존중받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본교의 문화다양성에 대한 관심 필요

 

  재작년에는 경북대학교에서 다양성위원회를, 작년에는 부산대학교에서 다양성위원회를 출범했다. 이는 다양성과 포용성의 가치를 인식하고 있는 기관이 점차 증가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교육기관 이외에도 중앙부처와 각 지자체들은 문화다양성 관련 정책사업을 진행하는데, 그중에서도 교육부는 디지털 환경에서 원활한 소통과 디지털 미디어를 주도적으로 이용하고 스스로 보호할 수 있도록 미디어 문해교육을 지원하기도 하고, 학생과 교사를 대상으로 문화적 다양성을 이해할 수 있도록 다문화 이해교육을 지원한다.

  사회와 집단 내에서는 다양한 사회적 갈등이나 차별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사각지대 없이 누구도 소외받지 않는 정책과 교육, 다양성과 포용성의 가치에 대한 인식은 작금의 사회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뤄져야 한다. 본교에도 여러 국가의 학생과 장애인, 여성교원 등 다양한 구성원으로 이뤄져 있다. 이에, 본교에서도 다양한 문화주체의 참여 및 문화권을 보장하고, 문화적 표현의 다양성 보호 및 증진을 위한 노력은 물론 다양성과 포용성 가치 반영 교육을 활성화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소민 편집위원 | sominsophiale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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