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용호 /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사회공헌센터 소장

[사회적 가치 실천]

최근 들어 사회공헌의 필요성 및 영향력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며, 기업은 물론 공공기관과 각종 단체의 사회공헌 활동 참여가 늘어나는 추세이다. 여러 사회문제를 개선하고 사회적 발전을 도모하는 활동들이 주를 이뤄 기부와 같은 재정적 지원뿐만 아니라 봉사활동, 시설지원 등의 비재정적 지원도 사회공헌 활동의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에 이번 기획에서는 사회적 변화에 발맞춰 이뤄지는 사회공헌 활동을 살피고, 이를 실천하는 기업과 기관, 단체들이 추구해야 할 가치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기업의 사회공헌과 지속가능한 가치 실현

 

우용호 /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사회공헌센터 소장

 

  코로나 팬데믹은 전 세계를 총체적인 사회적 위기로 몰아넣었다. 갑작스런 코로나 확산은 공동체 유대, 환경의 중요성에 대해 깊게 인식하는 계기가 됐다. 특히 노인, 장애인 등 사회적 취약계층은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며 삶의 벼랑 끝에 몰렸다. 정부는 긴급 응급체계를 가동했으며 직장, 학교 등 모든 사회경제 시스템의 붕괴를 막는 차원에서 재난지원금 등을 대다수 국민에게 지원했다. 하지만 이는 일시적인 미봉책이었을 뿐 기본적인 생계를 유지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고 사회안전망의 기반은 무너져 내렸다.

  우리나라는 코로나로 빚어진 사회적 양극화, 불평등을 극복하고 ‘지속가능한 복지국가로 대전환을 이룰 수 있을 것인가’하는 국가적 도전과제에 봉착해 있다. 재작년 한국사회복지협의회가 발간한 「사회공헌백서」에 따르면 코로나와 같은 국가재난 관련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요구는 컸으나, 만족도는 100점 만점에 63점에 머물렀다.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고 사회안전망을 지원하는 일차적인 책임은 국가에 있으나 코로나와 같은 국가재난 상황에서는 기업에 대한 요청도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우리를 둘러싼 경제·사회·환경에 기업이 미치는 영향이 갈수록 커지는 만큼, 기업의 역할과 책임 또한 주목받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ESG, 지속가능한 사회로 이르는 길

  유엔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가 올해 3월 공개한 「세계행복보고서」에서 세계 137개 국가 중 우리나라의 행복지수는 경제규모 세계 10위와는 크게 동떨어진 57위에 머물렀다. 국가행복지수는 ▲소득 ▲기대수명 ▲사회적지지 ▲자유 ▲부정부패 ▲관용 등의 6개 항목을 평가한 것인데, 한국은 경제소득에 비해 사회적 갈등이 심하고 사회적 지원이 부족한 실정이다. 행복지수 1위 핀란드의 경우 촘촘한 사회안전망과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며 사회 전 영역에서 국민들의 행복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속가능한 사회서비스의 필요성을 보여준다.

  한편, 기업의 사회공헌 패러다임 대전환이 세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특히 ESG (Environmental, Social, Governance)에 대한 관심도가 급증하고 있다. 재작년,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Blackrock)의 CEO 래리 핑크는 기업, 투자자들에게 보낸 국내 주요 기업의 수장들이 전한 신년사에 “앞으로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투자 결정의 기준으로 삼겠다”라며 ESG 중심의 경영원칙을 강조했다. ESG 경영은 단순한 키워드를 넘어 기업 생존에 필수 요소로 자리 잡았다.

  국내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재작년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발표한 「ESG경영과 기업의 역할에 대한 국민인식 조사」에서 ESG 경영이 소비자 제품 구매에 영향을 준다고 답한 비율은 63%, ESG에 부정적인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를 의도적으로 구매하지 않은 경험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70%였다. 이는 기업이 단순히 제품을 팔아 이익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닌, 지속가능한 사회적 역할과 책임을 다해야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코로나 이후 환경을 보호하고 사회안전망을 더욱 견고히 만들기 위한 사회적 요구가 커지면서, ESG는 지속가능한 경영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화두로 떠올랐다.

  한편, 이러한 인류공동체 붕괴 위험성에 대비하는 국제적 연대와 협력은 꾸준히 진행되고 있었다. 대표적으로 유엔글로벌콤팩트(UN Global Compact, UNGC), 유엔책임투자원칙(Principles of Responsible Investment, UN PRI), 유엔지속가능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UN SDGs) 등을 통해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 노력해왔다. UN PRI는 기업의 지속가능성에 근간을 둔 ESG 성과 즉 비재무적 경영활동을 중요시함으로써 금융투자 원칙으로 인식되는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계기가 됐다. 2020년 기준 UN PRI에 서명한 투자자는 3천 명이 넘고 운용 자산규모는 100조 달러를 초과했다. ESG와 관련해 UN PRI가 중요한 이유는 이것이 제정된 후 전 세계적으로 ESG에 대한 관심과 관련 투자가 본격적으로 확산됐기 때문이다.

  ESG가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추구한다면 국가, 기업, 개인 등 모든 사회구성원 차원에서의 지속가능성은 SDGs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SDGs는 빈곤, 질병, 교육, 여성 등 인류의 보편적 문제와 지구환경문제, 경제사회문제를 2030년까지 해결하고자 이행해야 하는 17가지 주목표와 169개 세부목표로 이뤄진 국제적인 공동목표다.

  모두가 행복한 사회를 위해서는 현재의 사회문제를 진단하고 다양한 주체 간 협력을 통해 함께 해결해 나가야 한다. 전 세계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공동목표 SDGs는 기업이 직면한 위험을 최소화하고 새로운 기회를 발굴하는 나침반 역할을 할 것이다.

사회공헌의 미래와 그 가치

  인류는 지금 ‘지속가능성’에 대한 총체적 위기에 직면했다. 기후위기, 불평등, 양극화 등이 그 위기의 실체다. 기존 질서로는 인류가 더 이상 공존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높아지면서 인류공동체는 새로운 사회질서를 필요로 하게 됐다.

  코로나로 인해 세계적으로 산업 전반의 변화가 빨라지고 있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기업이 추구해야 하는 가치와 전략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기업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어떤 역할을 하고 있을까. 국민이 바라는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의 사회적 가치는 무엇일까.

  먼저, 환경 패러다임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지속가능한 사회공헌활동 목표를 설정하고, 사회적 임팩트(Social Impact)와 공감에 주력해야 한다. 코로나 이후 우리는 새로운 사회안전망 구축이라는 역사적 과제 앞에 놓여있다. 과거 중세유럽은 페스트라는 무서운 전염병을 이겨내면서 인문, 과학, 예술 등 각 분야에서 새로운 인류 공동체 회복을 이뤄냈듯이 우리는 다시 정상적인 삶으로의 복귀와 상생과 조화를 근간으로 한 새로운 문명을 건설해 나가야 한다.

  또한 정부, 기업, 시민사회가 경제적 책임과 더불어 사회적 책임에 더욱 적극적인 전략과 대응을 준비해야 한다. 과거 수동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이제는 기업시민으로서 중추적인 역할과 전략적 사회공헌 활동을 전개해 나가야 한다. 이는 미래 기업의 성장 차원에서 ‘비용’이 아닌 ‘투자’이고, 적극적인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를 실천하는 책임 있는 기업경영이 지향해야 할 방향이다.

  코로나 이전부터 제기된 다양한 사회문제 및 갈등 요인은 더욱 심화돼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통합적인 해결 방안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가 단독으로 정책을 주도하기보다 기업을 비롯해 사회단체 간 협력하고 참여하는 민주적인 생태계 조성이 선행돼야 한다. 시장과 정부의 효율적인 역할 분담 및 사회적 참여를 독려하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 경영을 통해 성장과 복지를 동시에 추구하는 민주적이고 개방적인 협력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다음으로 코로나 이후 회복탄력성을 고려한 공동의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 글로벌 기업들은 다양한 민관협력을 통해 사회안전망 구축 전략을 세우고 있다. 이러한 차원에서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은 건강하고 지속가능하게 만드는 사회적 가치를 추구한다. 인류가 보편적으로 추구하는 사회적 가치, 즉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을 뜻하는 DEI(Diversity, Equity, Inclusion)가 국가, 기업, 개인 등이 함께 가꾸고 키워나가야 할 가치인 것이다.

  이러한 DEI는 인권을 기반으로 하고 있고, 이미 「세계인권선언문」과 국제노동기구(ILO) 기준에도 반영돼 있다. 주요 국가들과 국제기구 등은 법과 제도, 계획을 통해 DEI 이슈를 확장했다. 2019년 세계경제포럼이 DEI 계획을 내놓았고 구글, 아마존, 테슬라 등 미국 200대 기업의 최고경영자들도 자발적으로 ‘기업의 목적에 관한 성명’을 발표했다. 이 선언문에는 주주뿐 아니라 종업원, 고객, 협력업체, 지역사회 등과 밀접하게 관계한 사회적 가치를 담고 있다.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은 사회적 약자에게 양질의 사회서비스를 지원하는 동시에 건강한 사회·환경을 만들기 위해 신뢰를 기반으로 한 생태계 조성에 집중해야 한다. 이러한 기업의 사회공헌 생태계는 곧 지속가능한 기업과 사회를 유지, 발전시킬 수 있고 나아가 우리 모든 인간이 풍요롭고 보람 있는 삶을 향유할 수 있게 할 것이다. 자연과의 조화 속에 경제, 사회, 기술의 진보 또한 보장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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