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유진 / 용인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당신의 마음안전에 대해]

정신질환은 익숙한 질병으로 자리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잘못된 정보와 편견 역시 가득하다. 이에 정신질환 중 우울증, 공황장애 그리고ADHD와 식이장애의 원인과 대처법을 알아보고자하며 이를 통해 우리가 더 마음안전에 귀 기울이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① 감기에 걸린 마음 ② 갑자기 찾아온 불편한 숨쉬기, 공황장애 ③ 그들의 주의산만에는 이유가 있다 ④ 식이장애의 괴로움

 

식이장애의 위험에 노출된 현대인들

권유진 / 용인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건강한 식습관을 영위하는 것은 건강한 삶을 살아가는 데 가장 기본적인 조건 중 하나다. 그러나 의식주의 관점에서 볼 때, 무한 경쟁 시대에 사는 현대인들은 무엇을 어떻게 먹는지보다는 어떤 옷을 입고 어떤 집에서 사는지, 즉 어떻게 보여지는지를 더욱 중요히 인식하는 듯하다. 미디어에서 보이는 특정한 체형이 아름다움의 기준으로 여겨짐에 따라 자기 몸을 그와 다른 것으로 인식하고, 이에 따라 자존감과 자신감이 훼손되기도 한다. 사회적인 기대와 관습에 의해 각자의 몸이 일치하지 않는다고 느낄 때도 불안과 스트레스가 증가할 수 있다. 이러한 사회적 압력은 심리적, 정서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며 정상적인 식사
및 운동 습관을 방해할 수 있다. 현대인의 식습관을 살펴보면 체중이나 체형관리를 위해서, 또는 무언가에 집중하며 배고픔에 둔감해져 식사량이 과도하게 줄기도 하고, 스트레스를 먹는 것으로 해결하거나 자신도 모르는 새 배고픔에 너무민감해져서 식사량이 늘기도 한다. 이러한 식이행동의 문제가 지속되고 어느 일정 수준 이상 심해졌을 때, 식이장애로 진단될 수 있다.
  건강에 심각한 위협이 되면서도 식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일찍 생을 마감한 거식증 모델의 이야기나, 과하게 체중이 불어난 상태임에도 식사량 조절을 하지 못해 비만과 이와 동반된 신체 합병증으로 일찍 생을 마감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심심찮게 들려온다. 여기에 또 하나의 사례를 들겠다. 대학생일 당시, 160cm에 48kg 전후 체중이 유지됐던 이 모 씨는 취직 후 새로운 프로젝트에 투입되면서 회사에서 보내는 시간이 점점 늘어났다. 식사가 업무에 방해된다는 생각에 아침 한 끼만 먹고 온종일 식사하지 않았다. 수년이 지나고 프로젝트의 성과로 승진을 기대했으나 누락이 되자 오히려 더 업무에 열중했고, 아침에 자리를 비우는 모습을 보이면 상사들이 안 좋게 볼 것이 염려돼 아침 식사마저도 자주 거르게 됐다. 뒤처지면 안 된다는 압박감에 밤마다 맥주를 마시고 잠들면서도, 식사는 점점 더 챙기지 못했다. 결국 영양부족으로 체중이 30kg 초반대까지 감소했고, 빈혈과 골다공증, 생리불순이 생겼다. 심지어는 심장과 간 기능에까지 이상이 생겨 회사를 휴직 후 입원했다.
  위와 같은 이야기는 흔히 식이장애로 떠올리는 체중에 대한 강박으로 유발되는 거식증, 폭식증의 예시는 아니지만, 성과주의 사회에서 스트레스에 많이 노출된 현대인들이 건강하지 않은 식습관을 지속할 때 누구나 식이장애의 위험에 노출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식이장애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주변에 더욱더 흔하며, 그렇기에 이를 잘 이해하고 관심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식이장애란 무엇인가

  식이장애는 식이에 관한 이상행동이 주가 되는 질환이며, 건강한 식이를 유지하지 못하게 됨에 따라 신체적, 심리·사회적 기능이 손상되는 정신장애로 분류된다. ‘거식증’으로 알려진 ‘신경성 식욕부진증’. 폭식과 이로 인한 보상행동으로 구토, 하제 남용 등이 반복되는 ‘신경성 폭식증’과 폭식만을 특징으로 하는 ‘폭식 장애’. 그리고 필요한 영양을 충분히 섭취하지 않고 식사를 회피하는 ‘회피 제한적 섭취 장애’ 등이 모두 식이장애에 포함된다. 체중이나 체형에 대한 과도한 집착과 관련되는 대표적인 식이장애는 신경성 식욕부진증과 신경성 폭식증이다. 신경성 식욕부진증은 체질량지수(Body Mass Index)가 17 미만의 저체중이면서 체중 증가에 대한 극심한 두려움을 보이는 경우 진단된다. 신경성 폭식증의 진단을 위해서는 폭식과 부적절한 보상행동으로 ①스스로 유도한 구토 ②하제나 이뇨제, 관장약 등 기타 약물 남용 ③금식이나 과도한 운동 등 체중 증가를 억제하기 위한 반복적이고 부적절한 행동이 적어도 평균 일주일에 한 번 이상, 3개월 동안 일어나야 한다. 폭식하는 동안 먹는 것을 멈출 수 없고, 먹는 양을 조절할 수 없는 조절 능력의 상실감을 느끼는 것이 특징이다. 폭식 장애는 체중이나 체형에 대해 과도한 집착을 보이지는 않지만, 폭식을 지속하는 환자에게서 나타난다. 폭식 장애 환자는 종종 배고프지 않은 상황에서도 많은 양의 음식을 속이 불편해질 때까지 급하게 먹는다.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최소 3개월 정도 위 행동이 지속될 때 폭식 장애로 진단하게 된다. 회피 제한적 섭취 장애는 필요한 영양을 섭취하지 않으면서 체중이 줄고, 심하게 편식하거나 음식 섭취에 관심이 없는 어린이에게 흔히 볼 수 있지만 지속적으로 적절하게 먹지 못해 현저한 체중감소가 생기는 성인에게도 진단할 수 있다. 앞서 명시된 진단기준에 들지 않더라도 식이 행동의 문제로 임상적으로 심각한 고통이나 기능 장애가 유발된다면 ‘기타 식이장애’ 진단으로 분류될 수 있다. 식이장애에서 영양부족으로 인한 ▲빈혈 ▲골다공증 ▲갑상선 기능 저하 ▲부정맥 ▲저혈압 등이 유발될 수도 있으며, 반대로 영양 과다로 인해 비만과 대사장애 등의 합병증이 동반되기도 한다.

식이장애의 위험 요소

  위의 사례에서 보듯, 건강하지 않은 식습관은 그 자체로 식이장애로 발전할 수 있고, 몇 가지 위험 요소가 동반될 때 그 위험성은 더욱 높아진다. 먼저, 마른 체형과 완벽한 몸매가 지나치게 강조되는 대중매체와 사회 분위기는 건강하지 않은 다이어트를 부추긴다. 음식에 관한 극적인 콘텐츠도 너무나 쉽게 접할 수 있어 자극적인 음식 섭취와 폭식 등 비정상적인 식습관이 유흥의 요소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대중매체와 더불어 SNS와 유튜브 등은 외모에 대한 지나친 관심을 가지게 한다. 자신에 대한 불만족은 체중조절에 더욱더 몰두하게 만들어 건강을 해치게 된다. 폭식하는 사람에게는 식이에 관한 충동 조절의 어려움도 식이장애의 위험을 높인다. ▲우울증 ▲불안장애 ▲양극성 장애 ▲알코올 사용 장애와 다른 물질 사용 장애도 식이장애와 동반되는 경우가 많고 식이장애 진단기준에 미치기 이전에도 증상이 있는 경우가 많아 관심이 필요하다. 다음으로, 과도한 스트레스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식욕 조절 기전을 망가뜨려 건강한 식습관을 유지할 수 없게 만든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체내에 코르티솔(Cortisol) 호르몬이 높게 유지되고 이는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렙틴(Leptin) 호르몬의 작용을 억제해 계속해서 식욕이 자극된다. 이때 우리 몸은 혈당을 빠르게 높이는 설탕이나 흰 밀가루 같은 단순당을 강하게 원하게 돼 빵과 과자 등 간편식 섭취가 늘어나고,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마지막으로, 식이장애가 여성들에게 더 흔하게 발병하는 것은 맞지만, 최근 연구에서는 식이장애가 있는 사람들의 3분의 1이 남성인 것으로 추정돼 식이장애는 남성과 여성에서 모두 발생할 수 있는 질병이다.

식이장애의 치료와 예방

  심각한 저체중이거나 영양 상태에 문제가 있다면 영양공급을 통한 체중 회복이 먼저이며, 이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 정서적, 심리적 문제를 해결하는 인지행동치료가 먼저 시행된다. 치료의 핵심은 식이장애를 지속시키는 생각, 감정, 행동, 신체적 느낌을 이해하고, 환자가 치료의 필요성을 느낄 수 있도록 치료 동기를 유지해 주는 것이다. 이를 통해 환자의 심리적 어려움, 체형과 체중을 과대평가하는 생각 등이 교정되도록 한다. 인지행동치료로 효과가 불충분할 경우, 항우울제나 기타 약물치료가 병행될 수 있다. 식이장애 예방을 위해서는 마음 건강을 잘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각자의 몸을 존중하고 받아들이며 사회적인 체형 기준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건강과 행복을 중요시해야 한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주변 사람들을 포용하는 태도로, 각기 다른 몸의 아름다움을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것 또한 필요하다. 개인적인 관심과 노력도 중요하지만, 사회적인 관심도 더욱 커져야 할 것이다. 물론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다음과 같은 방법을 실천해보는 것은 어떨까. ▲아침에 햇볕 쬐기 ▲규칙적으로 식사하고, 아침도 되도록 거르지 말 것 ▲허기가 질 때는 견과류와 같이 건강한 간식 챙겨 먹기 ▲유산소 운동하기 ▲업무나 공부 중 답답할 때면 간단한 산책이나 심호흡을 통해 기분 전환하기 ▲가능한 충분한 수면시간을 확보해 신체적·정신적 피로 해소하기. 위와 같은 방법들을 당장이라도 하나씩 실천해서 몸과 마음 건강을 챙길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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