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게 쌓은
그러나 손쉽게 무너지는


  “히로뽕은 인간이 인공적으로 만들어 낸 사탄의 가래 같은 거고, 코카인은 자연적으로 태어난 주님의 은총이야” 넷플릭스 드라마 〈수리남〉(2022)에서 마약을 공급하던 전요한 목사(황정민 분)가 내뱉은 대사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 드라마에는 한국으로 마약을 공급하기 위한 방법을 찾는 과정과 국정원에서 이를 추적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야기의 주인공인 조봉행씨는 결국 마약 밀매에 실패하고 2019년에 생을 마감했지만, 그의 만행을 뒤이어 마약 밀수·밀매를 시도하는 범죄자들은 끊임없이 생겨나고 있다.
  하루가 멀다하고 마약 사건들이 신문과 뉴스에 등장하고 있다. 문제는 꽤 오래 전부터 마약으로 골머리를 앓아오던 아메리카 대륙이나 동남아 국가들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이 치명적인 사건들은 모두 국내에서 일어나고 있다. 최근에는 10대 청소년들이 밀집한 대치동 학원가에서 마약이 담긴 음료를 배포하던 일당이 붙잡혀 큰 이슈가 되기도 했다. 지난 달 17일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의 발표에 따르면, 학생 8명을 포함해 총 9명이 이 음료를 마신 것으로 밝혀졌다. 음료를 배포한 일당은 단순한 마약 범죄를 넘어서 보이스피싱과 연계해 마약을 섭취한 이들을 협박하고, 금품을 갈취하는 등의 파렴치한 행위를 시도했다. 수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대낮에 이런 사건이 벌어질 것이라고 어느 누가 예상이나 했을까.
  마약은 단순한 일회성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에서 더욱 문제가 된다. 특히 마약에 중독된 경우, 법적 처벌은 차치하더라도 정상적인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환원이 무척 힘들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약물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것만이 이들을 교화할 방법임에도 불구하고, 수감 등의 물리적 제약이 사라지면 또다시 마약의 어두운 곳으로 생리적 욕구가 이끌리게 된다. 이러한 문제점 때문에 중국의 경우 마약에 대한 처벌강도가 매우 강하며 최대 사형에 이른다. 미국의 경우도 주 마다 차이는 있지만, 치료용 또는 기호용 대마를 제외하고는 금지하고 있으며 처벌의 강도도 매우 강하다. 사회 혼란을 야기할 뿐만 아니라 회복에도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최대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해당하는 처벌을 내릴 수 있지만, 실제 판결의 경우 오히려 수위가 낮은 것을 볼 수 있다. 대중들에게 친숙한 연예인들의 사례만 봐도 그러하다. 최근 4종의 마약류를 투약한 것으로 밝혀진 배우 유아인씨도 초범이라는 등의 이유로 집행유예를 선고 받을 것으로 예상하는 이유도 과거 판례 때문이다.
  타 국가의 사례를 참고했을 때, 고삐를 놓쳐 마약이 사회 구석구석으로 숨어 들어간 뒤에는 어떠한 강력한 규제와 처벌로도 뿌리를 뽑기 힘들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정부는 청소년들에게까지 퍼져버린 마약의 심각성을 깨닫고 이제야 부랴부랴 정책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지난 4월 30일 대검찰청에서 발표한 19세 이하 마약사범의 수가 2017년 대비 5년 사이에 304% 급증한 것을 본다면, 다소 늦은 감이 있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우리에겐 기회가 남아있다. 공공질서에 대한 인식이 뚜렷한 국민성과 기본적으로 마약에 대해 부정적 이미지가 강하다는 점은 분명히 긍정적인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백해무익한 존재에 대한 처벌에 자비란 필요하지 않다. 부디 철저한 수사망과 빈틈 없는 법률 그리고 예외 없이 적용되는 처벌로 지금의 평화를 지킬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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