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학교 대학원신문
인터뷰, 임근준
최종편집 : 2023.5.6 토 01:55
기획과학
[과학] 우울하면 우울증인가홍지선 / 중앙대 광명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조교수
김주은 편집위원  |  wdhappy12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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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1호]
승인 2023.03.06  21:3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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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마음안전에 대해]

정신질환은 익숙한 질병으로 자리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잘못된 정보와 편견 역시 가득하다. 이에 정신질환 중 우울증, 공황장애 그리고 ADHD와 식이장애의 원인과 대처법을 알아보고자 하며 이를 통해 우리가 더 마음안전에 귀 기울이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① 감기에 걸린 마음 ② 갑자기 찾아온 불편한 숨쉬기, 공황장애 ③ 그들의 주의산만에는 이유가 있다 ④ 식이장애의 괴로움


우울하면 우울증인가

 

홍지선 / 중앙대 광명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조교수  

  우울증은 이름에서도 쉽게 알 수 있듯이 ‘우울한 기분’이 주요한 증상인 병이다. 하지만 정신의학에서의 우울증은 단순히 일시적으로 기분이 저하되는 상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기쁜 일이 있을 때 기뻐하고 슬픈 일이 있을 때 슬퍼하는 것은 지극히 건강하고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일시적인 우울한 기분(우울감)과 병적인 우울증(우울장애)은 각각 날씨와 기후로 비유되기도 한다. 지속기간이나 양과 질에 있어서 차이가 있음을 반영해 짧은 주기로 변화하는 우울한 기분은 날씨로, 상대적으로 오래 지속 하는 우울증은 기후로 표현하는 것이다. 병적인 우울증은 ‘우울한 기분’이라는 기분의 변화만을 표현하는 것은 아니다. 구체적으로, ▲생각의 내용과 과정 ▲의욕과 동기 ▲수면과 식욕 ▲신체활동 등 전반적인 정신기능이 지속해서 저하돼 일상생활에 악영향을 미치는 상태를 의미한다. 의학에서는 정신질환을 진단하기 위해 주로 『정신질환의 진단 및 통계 편람』을 인용하는데 우울증의 진단기준으로는 다음과 같은 9가지 증상을 제시한다. ①거의 종일, 그리고 거의 매일 지속하는 우울한 기분 ②거의 모든 활동에 대한 흥미의 감소 ③식욕이나 체중의 감소 또는 증가 ④불면 또는 과수면 ⑤정신운동성 초조 또는 지연 ⑥피로감 ⑦스스로에 대한 무가치감 또는 과도한 죄책감 ⑧집중력, 판단력의 저하 ⑨죽음에 대한 반복적인 생각과 자살 계획 또는 시도. 이 같은 9가지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는데, 나열된 증상 중 5가지 이상의 증상이 2주 연속으로 지속되며 상기 증상으로 인해 사회적, 직업적 기능이 현저히 저하된 경우 우울증으로 진단한다.
   앞서 언급한 대표적인 증상들 외에도 우울증의 증상으로 볼 수 있는 증상들이 다양하게 존재한다. 먼저는, 공허감 혹은 감정을 느끼지 못함 역시 병의 증상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그리고 신체 통증들 역시 증상으로 얘기할 수 있다. 예로는 원인 모를 두통이나 복통을 들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평생 한 번이라도 우울증을 겪게 될 확률은 얼마나 될까. 보건복지부의 「2016년도 정신질환실태 역학조사」결과에 따른 주요우울장애의 평생 유병률은 5%였고, 다른 연구에서는 20%까지도 보고된 바 있는데, 이렇듯 우울증은 우리에게 흔한 질병임을 알 수 있다.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우울증에 대해 편견을 낮추자는 의미로 이 병을 ‘마음의 감기’에 빗대어 표현하곤 한다. 하지만 이 표현에 대해 필자는 “어느 정도는 맞고 어느 정도는 틀리다”라고 말하고 싶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인 필자의 시각으로서는 우울증은 감기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흔하지는 않지만, 훨씬 더 큰 관심을 요구하며 필요한 경우 적극적으로 치료기관을 찾아야 하는 질병임을 강조하고 싶다.

 

   
 

우울증의 원인

  그렇다면 우울증은 어떠한 이유로 걸리는 것일까. 그에 대한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다른 정신질환과 마찬가지로 우울증 역시 생물학적 요인과 환경적요인에 의해 발생한다. 생물학적 요인은 유전적, 생화학적 요인 등으로 또다시 나눌 수 있다. 유전적 요인은 우울증에 취약한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나는 경우에 이 병에 대한 위험이 크다는 의미이고, 생화학적 요인은 뇌에서 기분 조절 기능을 담당하는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이 우울증을 발병시킨다는 것이다. 세로토닌과 노르에피네프린, 그리고 도파민 등 이 그러한 기능을 하는 신경전달물질의 예이다. 환경적 요인은 일생을 살아가며 겪는 스트레스 사건들이 우울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이를테면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리는 경험, 어린 시절 학대나 방임 경험으로 인한 불안정한 애착 형성 등이 있다. 이러한 사건들 외에도 경제적 문제, 심리적 트라우마 등도 우울증 발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최근에는 유전자 발현에 환경이 미치는 영향이 규명되면서 이런 다양한 원인을 분리해서 보기보다는 통합적으로 이해하려는 접근이 우세하다. 즉, 우울증에 취약한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났더라도 좋은 환경에 놓였다면 유전자 발현을 막을 수도 있고 반대의 경우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에서 비롯되는 ‘스티그마(Stigma)’, 즉 낙인은 우울증 환자들이 자신의 우울증을 인지하고 도움을 요청하는 데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사람들은 ‘우울증은 마음의 문제다’ ‘약한 사람이 우울증에 걸리는 것이다’ ‘의지만 있으면 우울증을 극복할 수 있다’와 같은 발언으로 병의 원인을 환자들에게 돌리는 크나큰 실수를 하곤 한다. 이는 우울증 환자들에게 불필요한 이야기로, 앞서 서술한 질병의 원인을 더욱 많은 사람이 이해할 수 있다면 이와 같은 실수는 반복되지 않을 것이다. 우울증은 마음의 병이기도 하지만 뇌의 병에 더 가까우며 우울증 환자들은 나도 모르게 우울하고, 나도 모르게 죄책감이 들고, 나도 모르게 죽고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이다.

꼭 치료를 받아야 할까

  우울감 자체는 없애야 하는 감정이 아니다. 오히려 인간의 성숙을 위해 꼭 필요한 감정이다. 자신을 성찰하고 객관화하며 목표를 수정하고 보다 나은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밑거름이 될 수 있다. 경증의 우울증이라면 주변의 적절한 도움을 받거나 평소와 다른 노력을 기울이면서 스스로 극복할 수 있는 경우도 많다. 예를 들면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취미에 매진하거나,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는 경우를 들 수 있다. 또한, 신뢰할 수 있는 사람들과의 연결을 적극적으로 유지하거나, 식사나 수면 등의 생활습관 교정에 힘쓰는 방법으로도 해소할 수 있다. 하지만 중등도 이상의 우울증은 치료가 꼭 필요함을 강조한다. 우울증 역시 ‘뇌’라는 신체의 병이기 때문에 우리가 팔이 부러지면 바로 정형외과를 찾아가 수술을 받는 것처럼 바로 해당 병원에 가야한다.
   우울증이 의심돼 병원을 찾게 되면,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와의 면담이나 심리검사를 통해 ▲개인의 발달력 ▲성장과정 ▲가족력 ▲현재의 스트레스요인 ▲성격 성향 등을 파악한다. 그리고 증상의 특성에 맞게 항우울제 등의 약물치료 또는 심리치료를 시행하게 된다. 우울증에 대한 편견이 감소하면서 약물치료는 하지 않고 심리치료만 받는 환자가 늘어나고 있는데, 경증인 경우는 심리치료만으로도 증상의 호전을 기대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다만 보다 심한 증상을 경험하는 우울증의 경우 약물치료가 필요하고, 증상이 아주 심하거나 자살의 위험이 있는 경우에는 입원치료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우울증을 치료하는 항우울제

  항우울제는 어떠한 기전으로 우울증을 호전시키는 것일까. 우울증 환자의 뇌에는 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 등의 신경전달물질이 감소돼 있는데 ‘세로토닌 재흡수 차단제’ 등의 항우울제는 뇌의 신경전달물질 수치 및 기능을 향상시켜 항우울효과를 나타낸다. 뇌의 신경전달물질이 건강하게 기능하기 위해서는 단지 그 농도를 증가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그 수용체의 기능을 정상화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약이 이 과정을 수행하는데 대개 1~2개월의 기간이 소요된다. 충분한 효과가 나타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이 초반에는 괴로운 일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을 거치고 나면 우울증 개선율은 70~80%에 이른다.

함께 극복해야 하는 병

  우울증을 논함에 있어 중요한 것은, 우울증을 혼자 극복할 수 있고 그래야 한다고 여겨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이 병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은 어두운 터널 속에 갇힌 것처럼 희망이 없다는 절망을 느끼곤 한다. 그래서 그들은 도움을 요청하길 거부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터널에 갇힌 사람은 언제든지 내가 될 수 있다. 나 혹은 타인이 절망스러운 터널에서 구출되기 위해서는 가까운 가족이나 친구가 평소와 다른 모습을 보일 때 충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더 나아가, 누구나 쉽게 ‘우울하다’라고 표현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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