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영 / 사회복지사


서로 다가가기 위해 ④ 함께, 한 발 더 내딛기 위해

각종 이슈와 함께 장애인에 대한 의견은 양극화되고 있다. 드라마의 인기로 ‘장애’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는 것은 분명 긍정적이지만, 극중 인물이 아닌 실제 장애인들의 현실과 사회 인식은 어떤지 정확하게 인지할 필요가 있다. 이번 기획은 장애인들을 편견 없이, 현실적으로 이해하는 것을 제안하며 일상 속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살기 위해 우리가 어떠한 태도와 인식을 가지면 좋을지 고민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미디어 속 장애의 단면 ② 편견 없이 이해하기 ③ 기술로 좁히는 사각지대 ④ 함께, 한 발 더 내딛기 위해

 

사회공동체로 함께 하는 ‘장애인’

김보영 / 사회복지사

  비장애인은 일상생활 중 장애인을 접할 기회가 전무하다. 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 속해 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의 집으로 불리는 ‘시설’은 도심 외곽 어딘가에 위치하고 있으며, 그들이 이용하는 서비스는 전문가의 투입으로 이뤄진다.
  장애·비장애의 차별과 혐오의 시선을 거두기 이전에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를 먼저 언급하고 싶다. 비장애인은 살아가면서 장애인을 접할 기회가 거의 없고, 그들과 함께 어떠한 접점도 없는 생활을 한다. 그런 그들에게 ‘장애이해’와 ‘장애인식’을 아무리 이야기해 봤자 ‘관념적 시혜의 인식’일뿐, 직접적인 관심과 참여는 유도해 내기 어렵다. 이러한 모습은 지하철에서 이동권시위를 하는 장애인들의 모습을 접하는 우리들의 시선을 절실히 보여준다. 공감된다는 의견도 있지만 불만도 터져 나왔다. 그들은 평생을 ‘이동권’이라는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살아왔다. 그들은 이러한 권리주장을 어디 외곽에서 조용히 해 봤자, 이미 사회적으로 관심 밖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것이 동정이나 혐오가 되더라도 사회적 관심을 유도해 문제를 해결해 내고자 하는 것이다. 시위를 한 지 20년이 돼왔지만 아직 그 해결책이 미비한 수준에 머무는 것에 대한, 자신들의 최소 기본권보장을 향한 처절한 외침이었다. 다름을 이해하고 포용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선 먼저 장애인 탈시설화를 통한 지역사회의 장애인·비장애인의 공동생활 환경마련이 우선이다. 그들의 삶이 우리와 분리돼 있는 한 그들이 우리 사회의 구성원이라는 것을 비장애인은 인지하지 못한다.

 
 

사회구성원으로서 장애인과 비장애인

  우리가 생활하는 공간에서 장애인을 접할 기회는 적다. 기껏해야 도로에서 전동휠체어를 타고 가는 장애인을 볼 수 있을 뿐이다. 이제는 우리 생활영역과 장애인의 생활영역이 교집합 돼야 한다. 이렇게 된다면 장애인의 삶이 어디 먼 곳에 있는 특별한 것이 아닌 우리와 함께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는 동질한 ‘이웃’이라는 인식이 자연스럽게 따라오게 될 것이다. 또한 사회공동체로써의 장애인식 첫걸음은 ‘완전 통합교육’에 답이 있다고 본다. 장애아만 따로 모아놓고 교육하라는 것은 구시대의 차별적 발언이다. 비장애인 역시 장애인 친구를 접할 기회가 없기에 이는 장애인 차별적인 시선을 심어주는 교육이 된다. 따라서 유아기 공동생활을 처음 접하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부터 통합교육을 추진하자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현재 특수학교의 특수교사와 거대장애인 시설의 사회복지사가 분산 배치돼 이들의 교육과 생활 요소적인 부분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설계된다면, 장애·비장애 아이들 모두에게 적합한 교육환경을 제공해줄 수 있을 것이다. 나이가 어려 아직 주변의 시선이나 고정관념이 주입되기 이전에 이들과 함께 생활하고 교육받게 된다면 장애인에 대한 인식은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다.
  사회구성원으로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살아갈 또 다른 방안은 ‘일자리 창출’이다. 비장애인이 장애인과 거리를 두거나, 함께 하지 않으려는 가장 큰 이유는 손해를 본다는 생각 때문이다. ‘우리 아이가 장애인이 있는 교실에서 그들과 함께 교육받으며, 그들 때문에 덜 관심받게 될까 봐’ 혹은 ‘내가 장애인과 함께 이웃으로 살면서, 그들을 도와줄 의무가 있고, 이를 지키지 못했을 때 비난받을까 봐’ 하는 생각들이다. 이러한 생각은 197~80년대 경제개발을 극한으로 끌어낼 때, 사회가 우리에게 주입한 경쟁주의와 이기주의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 사회는 이제 삶의 질을 돌아볼 만한 수준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사회적인 사고는 아직 ‘경쟁’과 ‘순위 세우기’에 머물고 있다.

인식 개선의 노력

  만약 내 이웃의 장애인이 내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존재라면 우리는 장애인을 어떻게 바라보게 될까. 우리 사회의 만성적인 문제인 ‘장애인 고용 창출’이 가능할 수도 있다. 유럽의 사회복지 선진국인 스웨덴을 예로 들어 보겠다. 그곳에 있는 장애인들은 혐오의 눈치를 받거나 차별로 불이익을 겪지도 않는다. 불편한 존재, 도와줘야 하는 존재에서 나에게 ‘잡(Job)’을 주는 존재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들을 함부로 대할 수 없고, 이들은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이 사회에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존재로 인식되고 있다.
  이렇듯 스웨덴은 장애인 복지 천국이다. 전문영역도 세분돼 이들이 지역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데 문제가 되지 않는 복지 서비스를 만들고 실천하고 있다. 우리 사회도 이러한 서비스를 창출하고 고용의 안전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모든 교육현장에 특수아동을 위한 교내 활동 및 교육을 지원하는 특수교육실무사와 같은 역할을 담당하는 실무자를 발굴하고, 교육해 투입하는 것이다. ‘장애인활동지원사’ 활성화도 하나의 방안이다. 장애인들이 시설을 나와 주체적인 생활을 하게 될 때, 크고 작은 지원이 있어야 생활의 영위가 가능하다. 그래서 이들의 생활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위험한 요소가 발생하지 않도록 24시간 활동보조와 같은 지원 서비스가 필요하다. 장애 정도에 따라서 그 시간은 유동적일 수 있다. 현재 일부 지자체에서는 이러한 24시간 활동보조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것이 법제화되지 않아, 지역적인 편차가 있고 지자체 단체장의 의지에 따라 시행 여부가 갈려 지역적인 차별이 될 수 있다는 한계를 안고 있다. 온전한 법제화를 통해 이들이 어디에 살든, 어떤 장애가 있던, 이들에게 필요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보편적인 정책 마련을 한다면 고용 문제의 일부분은 충분히 해소할 수 있다.
  또한 장애인과의 벽을 허물고 함께 다가가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문화콘텐츠를 만들어 장애인과의 접점을 늘리고 편견을 바로잡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장애인과 함께하는 문화 바우처’ 같은 것을 발굴해 보는 것이다. 사회문화적 측면에서 소외된 이들에게 문화 바우처를 발급하는 현행 제도에서 더 나아가 지원대상에 장애인도 참여시키는 방법으로 비장애인과 함께 할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을 늘려가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이들은 우리와 다른 세상 사람이 아닌, 비장애인이 누리는 여러 활동영역에도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인식시켜줄 수 있다.
  또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우리 사회에서 함께 한 발 내딛기 위해서는 언론의 몫이 필요하다. 우리의 생각과 시선은 대부분 언론과 미디어가 ‘핸들링’하고 있다. 올바른 장애인식의 큰 틀을 언론과 미디어가 쥐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다행히도 현재 장애와 관련해 여러 가지 시도가 눈에 띈다. 유튜브에서는 실제 장애인들이 본인의 장애에 대해 알리기 시작했고, 공중파에서도 장애인의 역할이 구성되는 등 그 변화를 실감한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2022)에서는 자폐장애에 대한 특성을 알렸고,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2022)에서는 실제 다운증후군 장애인이 등장해 활동영역 확장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애의 상품화와 미화 등으로 일컫는, ‘비장애인의 입맛에 맞는 장애인의 모습’을 그렸다는 점은 다소 아쉽다. 앞으로 장애인의 실제적인 일상과 현실을 그대로 그리되 편견 없는 시각을 가질 수 있도록 언론과 미디어가 노력해 주길 바란다.
  나는 최근 ‘비 마이 아이즈(BE MY EYES)’라는 앱을 다운 받았다. 유튜브 채널 ‘원샷한솔’의 영상에 시각장애인들이 눈으로 꼭 봐야 하는 상황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앱이라고 소개해 줬기 때문이다. 약통에 약이 많아 두통약인지 몸살약인지 알 수 없는 경우나, 흰색 옷을 입었는데 얼룩은 없는지 등 시각장애인의 눈이 돼 내가 직접 설명해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이 앱을 다운받고 놀란 점은, 실제 이 앱으로 봉사하고 있는 사람이 596만 3,027명에 달한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서로 필요한 부분을 돕고 채워주며 살아가고 있는 사회공동체였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사회에서 취약한 사람의 인권이 보장되는 사회라는 것은 역으로 말해서 우리 모두의 인권이 보장된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장애인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인권 보장은 비장애인의 삶의 질도 보장되는 첫걸음이다. 이렇게 한 걸음씩 장애에 대한 편견을 지우고 그 사람을 그저 한 사람으로 봐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면 그들은 장애인이 아닌 ‘이웃’으로 우리와 함께 할 것이다.

 

저작권자 © 대학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