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에 멈춰버린 우리의 가치


  무려 14년 만의 일이다. 2008년 이후 단 한 차례도 인상되지 않았던 학생인건비 계상 기준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국가과제에 대한 학생인건비 기준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고시」 제2조(계상기준)에 명시된 바에 따른다. 참여율 100%를 기준으로 학사과정 월 100만 원, 석사과정 월 180만 원, 박사과정 월 250만 원이며 연구기관의 장이 이 이상의 금액으로 정할 수 있다고 규정에 명시돼 있다. 하지만 통상적으로는 제시된 금액을 인건비 상한으로 설정하곤 한다. 예를 들어 석사과정 월 180만 원은 2008년 기준 3,770원이었던 최저임금으로 계산했을 때 주당 106시간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당시 학생연구자에 대한 인건비 기준을 높게 책정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법정 근로시간인 주 52시간을 기준으로 인건비 상한을 계산해보면 석사과정은 시급 7,500원 내외, 박사과정은 만 원 내외로 계산된다. 금년도 최저시급이 9,160원임을 감안한다면 박사과정급 인력이 돼서야 겨우 최저시급 이상을 받을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올해 카이스트 대학원 총학생회가 내놓은 「2021 연구환경 실태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카이스트 재학생들의 수령 금액 중위값이 150만 원이며 평균 시급 7,211원으로 조사됐다. 국내 최고의 연구기관이라고 자부하는 카이스트마저도 경제적 환경 개선이 절실해 보이긴 마찬가지였다.
  때문에 이번 논의가 매우 반갑다. 고도화돼 가는 산업에 발맞춰 사회는 고급인력을 필요로 하고, 이에 대한 해답은 대학원에서 배출하는 석·박사급 인재들에게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막상 대학원생들의 처우는 어떠한가. ‘열정페이’를 받으면서도 참고 견뎌야 하는 과정으로 생각하고, 심지어 스스로 ‘노예’라 지칭하는 자조섞인 농담을 할 정도로 심각한 환경에 놓여있다. 앞서 언급한 보고서에 따르면, 대학원생들의 평균 연구실 체류 시간이 주중 9시간 이상이며 주말 또한 출근하는 일이 많다고 조사됐다. 이와 같이 평균 근로시간보다 많은 시간을 쏟는데도, 대학원생들은 노력에 대한 합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지 의문이다.
  더욱이 우려되는 것은 연구비 조달이 상대적으로 쉽지 않은 인문·사회계열의 상황이다. 그나마 과제 등으로 인건비를 받을 수 있는 이공계열과 비교해 해당 계열에서는 학생인건비에 대한 인식조차 뚜렷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러한 이유로 인건비 ‘하한선’을 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연구비 규모와 연구 형태가 각기 다르기에 섣부르게 일반화할 수는 없으며, 모든 기관과 연구실에서 상한액을 제공할 수 있는 환경도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대학원생이라는 명목으로 열정페이를 강요하는 것이 현대사회의 이해와 가치에 부합하지 않다는 점은 명백한 사실이다. 이번 논의를 바탕으로 학생연구자들에 대한 처우와 인식이 개선되길 절실하게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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