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영 / 문예창작학과 석사과정

 
우린 함께 견딘다

이형영 / 문예창작학과 석사과정

  “내가 여기 왜 왔지?” 원우들과 수다를 떨다 보면 으레 누군가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다. 어쩌면 가장 많이 들은 말일지도 모르겠다. 그 뒤에 이어지는 말도 대개 비슷하다. 늘어지는 한숨과 함께 “졸업 어떻게 하지?”하는 혼잣말, 그리고 정적. 이런 대화를 마주할 때마다 조금은 곤욕스러워진다. 대학원에 들어올 때도, 그리고 졸업을 앞둔 지금에 이르러서도 그들과 같은 고민을 한 적은 없기 때문이다. 나는 학부 1학년 때부터 대학원에 갈 생각이었다. 꿈을 좇는 것 말고는 생각해 본 적 없었고 그래서 내게 다른 길이 있을 것이라는 상상도 해보지 않았다. 그런 내게 대학원 진학은 관성과도 같았다.
  그래서 가끔은 학부 때와 지금을 비교해 무엇이 달라졌는가 고민해보고는 한다. 우선 공부의 깊이가 달라졌다. 분명 학부 때 같은 교수님께 배운 내용인데도, 대학원 수업이 되자 원우들이 던지는 질문의 수준과 요구되는 리포트의 질 모두 차원이 다르다. 수업을 듣는 사람들의 태도도 그렇다. 대학원 수업에서 원우들은 저마다 눈이 반짝인다. 한마디라도 자신의 의견을 내고 싶어 하고, 교수님께 질문을 던져 유의미한 대답을 듣고자 한다. 학부 때와 달리 매 학기 듣는 수업의 수가 크게 줄어 시간표가 널널해졌다는 것도 달라진 것들 중 하나다.
  하지만 가장 달라진 것은 내 주변의 사람들이다. 나와 마찬가지로 모두가 학생이었던 학부 시절과 달리 이제 내가 알던 이들 대부분은 사회로 진출했다. 함께 예술대학에서 꿈을 좇던 이들은 현실을 찾아 길을 나섰다. 누군가는 그럴듯한 대기업에 들어가 일하고 있고, 또 누군가는 벌써 자리를 잡고 결혼을 준비하기도 한다. 현실을 따라 저 밖으로 사라진 그들을 보며 때로는 나 홀로 이 바보 같은 길에 덩그러니 남겨져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그 꿈의 끝에는 대체 무엇이 있는지를 상상하면 한층 더 막막해진다. 혼자 여기서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건지.
  그때마다 난 옆을 돌아본다. 함께 수업을 듣는 원우들. 그들은 내가 가진 꿈이 막연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그 꿈의 뒤에 어떤 삶이 있는지를 보여준다. 학부 시절부터 꿈같은 일로만 여겼던 등단이, 그저 과정의 일부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어렴풋하게만 생각했던 작가로서의 삶이 어떤 것인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도 알게 됐다. 막연한 환상의 세계에서 무작정 뒤만 좇았던 ‘꿈’이 그들 덕에 현실이 돼 내 앞에 서 있다. 모두 나와 똑같은 선택을 한, 나와 같은 길을 걷고 있는, 혹은 나보다 앞서 걷고 있는 동료들 덕분이다.
  어쩌면 대학원에 들어온 것은 바보 같은 짓일지도 모른다. 다른 몇몇 학과들처럼 석사, 박사를 따는 것으로 연봉이 올라가는 그런 선택도 아니고, 교수님들이 농담처럼 던지는 말씀대로 꼭 대학원에 들어와야만 문학을 배울 수 있는 것도 아니었는데.
  하지만 대학원은 내게 동료들을 만나게 해줬다. 그들을 통해 내가 꿈꿔온 삶을 구체적으로 그릴 수 있게 됐다. 우린 모두 꿈에 미친 바보들이지만, 그 바보들이 어떻게 잘 살고 있는지 서로 알려주고 있다. 그래서 난 그들의 존재에 의지한 채 혼자 사회로부터 뒤처져 있다는 생각을 떨친다. 이 꿈이 또 하나의 현실적인 길임을 배운다. 그렇게 우린 함께 견디며, 꿈을 향해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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