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화원 근무환경 개선을 촉구하며

 

  2001호 중대신문 기사에서 서라벌홀 청소노동자(이하 미화원) 휴게 공간과 환경의 불편이 지적된 바 있다. 과연 대학원 건물의 사정은 어떨까. 이하 내용은 모두 본지와 미화원 간의 인터뷰 및 직접 조사한 내용에 기반한다.

  재작년까지는 지하 2층 계단 밑의 204호가 휴게공간으로 이용됐다. 이곳은 총 근무 인원인 네 명이 함께 들어가기는커녕, 혼자서 환복을 하기에도 비좁은 크기였다. 본지와의 인터뷰에 응해준 미화원들은 204호를 이용하던 시절, “허리도 제대로 펴기 힘들고 머리도 자주 부딪혔다. 많이 울기도 했다”라고 전했다. 다행히 현재의 미화원 휴게실은 네 명이 이용하는 데 문제없을 만큼 넓고 난방도 원활했다. 지속적인 요청 끝에 얻어낸 당연한 권리지만 미화원들은 연신 학교에 감사한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하지만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미화원들은 학교가 휴게실과 함께 옷장·신발장·커피포트를 제공하기로 했으나, 냉장고와 전자레인지만 마련해 줬다고 전했다. 더욱이 이들은 정해진 근무 시간이 오전 7시에서 오후 4시까지임에도 총 여덟 층을 네 명이 맡는 업무량 탓에, 그리고 건물 이용자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기 위해 오전 6시 전에 출근한다. 학생 식당의 조식 시간인 오전 8시에 일정을 맞추기 어렵고, 외부 식당은 빨라야 10시부터 영업을 시작하므로 식사는 주로 도시락을 싸 오거나 사비로 구한 전기밥솥으로 취사해 해결하는 형국이다.

  청소도구 비치 및 세척 공간인 탕비실은 한 명이 겨우 들어가기도 힘들 만큼 좁고 열악했다. 뿐만 아니라 이곳은 대부분 남자 화장실에 마련돼 있기 때문에 모두 여성인 미화원들은 남성 이용자와 마주쳐 서로 당황하고 놀라는 경우가 많아 일에 불편이 크다고 했다. 이는 비단 미화원뿐 아니라 화장실 이용자도 전혀 배려하지 않은 것으로, 상호 성적 수치심을 묵살하고 중년의 여성 미화원을 인격이 아닌 무성적 청소기계로 대하길 강요하는 처사다. 다만 시설팀은 그곳은 본래 비상시 물이 필요할 때를 위해 만들어진 공간이며, 단지 다른 장소가 없으니 부득이하게 그곳에서 청소도구 세척을 하고 있는 것이라 밝혔다.

  미화는 곳곳의 갖은 쓰레기들과 사투하는 육체노동이기에 미화원의 옷은 내부의 땀과 외부의 오염으로 더러워질 수밖에 없다. 때문에 고용노동부는 2012년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을 개정해 사업주가 미화원이 접근하기 쉬운 장소에 세면·목욕시설과 탈의 및 세탁시설을 설치하도록 했다. 그러나 시설팀 및 총무팀과의 인터뷰에 따르면, 대학원 건물이 건립된 1991년에는 해당 규칙이 개정되기 전이었던 만큼 법적인 강제성이 없었기에 관련 시설과 집기를 구비하기 어려웠다. 즉, 당시 대학원 건물이 지어질 땐 미화원들을 위한 시설 정비가 어려웠던 탓에 근본적인 ‘공간’의 문제가 일어난 것이다.

  대신 미화원들은 지하 2층의 기계실로 취재진을 안내했다. 구석 한편에 미화원들이 마련한 세탁기와 개수대, 온수기가 자리해 있고, 덜 마른 옷가지가 널려 있었다. 제대로 된 세탁시설이 없으니 이곳에서 더러워진 옷과 청소도구를 세척해 온 것이다. 온수의 양도 한정돼 설거지와 손빨래에만 겨우 사용하며, 무더운 여름에만 눈치를 보며 개수대의 물을 끼얹는 간단한 목욕을 한다고 한다. 환기도 잘되지 않고 번번한 가림막 하나 없는 기계실 구석은 세탁과 목욕에 적합한 공간이 아니었다. 하지만 편의를 떠나 원활한 청소업무를 위해서라도 꼭 필요한 시설이기 때문에, 미화원들은 손수 이런 공간을 만들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위와 같은 열악한 근무 환경에 대해 이는 학교와 청소업체가 해결할 문제라며 우리의 책임을 회피할 수도 있다. 그러나 미화원들은 조심스럽게 건물 이용자들이 지켜줘야 하는 사항들 역시 본지에 전했다. ▲남은 배달 음식 쓰레기통 옆에 두기 ▲화장실 좌변기 물 내리기 ▲마스크·휴지 등 감염 전파 쓰레기 바닥에 버리지 않기 ▲이용을 마친 강의실 창문 닫기 ▲가정 쓰레기를 가져와 버리지 않기 ▲길을 막는 무거운 박스는 직접 처리하기 등이 그것이다.

  미화원들은 충분한 휴게는 고사하고 업무에 필요한 시설도 제대로 제공받지 못하면서도 열악한 여건을 스스로의 수고로 메꾸며 청결한 대학 공간을 위해 힘쓰고 있었다. 본교의 미화를 담당하는 근로자의 환경이 보장돼야 연구자도 더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음은 당연하다. 비단 미화원만이 아니라 모두를 위해 학교는 물론 구성원 역시 이들의 근로환경 개선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손주만 편집위원 l sonjum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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