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채현 / 통계학과 석사과정

지금의 나를 만든 사람들에게


임채현 / 통계학과 석사과정 

  사람은 다양한 경험을 통해 성장한다. 우리가 속한 대학원에서는 지적 성장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이를 위해 2년 이상을 끊임없이 도전하고 인내하며 사회에 도움이 되는 하나의 개인으로 성장한다. 때문에 나는 2년간 뚫어져라 째려볼 전공서에서 한 걸음 물러나 다른 관점에서의 성장을 얘기하고자 한다. 향후 학업에 치여 자존감이 낮아질 상황을 대비한 일종의 약 처방이라고 봐도 괜찮겠다. 바로 ‘내면의 성장’이다. 나를 성숙한 사람으로 만들어 준 사람들을 생각하며 글을 쓴다.

  20대 초반은 사람을 믿는다는 이유로 적절한 선을 지키지 못했고 이에 돌아오는 것은 외면이었다. 대학생활을 하면서 친구를 많이 사귀고 싶어서, 흔히 말하는 ‘인싸’가 되고 싶은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었다. 그럴수록 더 많은 친목이 오가며 구설수에 오르는 일이 많아졌다. 그 때 더 신중하게 행동했어야 했는데, 경험이 많지 않았기에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래서 정말 좋아했고 믿었던 사람들에게 상처받고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때문에 남은 대학생활이 조금 외로웠지만, 덕분에 좋은 사람을 볼 수 있는 능력을 기를 수 있었다. 이때부터 넓고 얕은 인간관계보다 좁고 깊은 인간관계를 선호하게 됐다. 혹시나 철없던 시절 나로 인해 상처받았던 사람이 있다면 사과의 말을 전한다. 또 이후에 나를 믿고 좋은 버팀목이 돼 준 동기와 후배에게 감사를 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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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부럽지 않은 연애도 해봤다. 좋은 이별이 있었냐고 묻는다면 아니라고 답하겠다. 그렇지만 지금 떠올려 보면 웃음 짓게 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 친구가 줬던 편지는 아직도 나에게 큰 위로가 된다. 생각이 매우 어렸던 나인데, 좋은 추억을 만들어 줘서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덕분에 스스로의 장·단점은 무엇인지, 나는 어떤 사람인지, 나를 웃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됐다. 항상 너를 응원한다는 그 말이 진심이었음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예전에는 알지 못했지만 25살의 나는 힘들면 언제든지 맥주 한 캔 할 수 있는 그런 친구들이 내 옆에 있다는 것이 큰 행운이라는 사실을 새삼스레 느끼곤 한다. 그 친구들은 중·고등학교 친구들인데 10대를 같이 보내서 그런지 존재 자체가 소중하다. 그들은 나에게 10대에만 할 수 있는, 예를 들면 학교 앞 분식집에서 떡볶이 먹기, 교복 입고 스티커 사진 찍기, 빙수 먹기 등 사소한 추억들을 만들어줬다. 나의 제일 풋풋했던 시절을 함께 해 줘서 진심으로 고맙다. 그래서 지금도 그 친구들과 갖는 사소한 밥 약속, 술자리들이 너무나도 반갑다. 요즘에는 취해야만 털어놓을 수 있는 고민들이 하나 둘 늘어가고 있는 것 같다. 평생 술주정 들어줄 수 있는 우리가 됐으면 한다.

  적고 나니 내 주위에는 정말 소중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됐다. 부모님과 친오빠, 그리고 어디서나 항상 날 응원해주는 친구들. 그들과 함께한 시간이 있었기에 굳건한 나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원우들도 항상 곁에 있는 사람들, 힘들면 찾게 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학업에 지칠 때, 그들과의 추억을 떠올리며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때로는 너무나 익숙해서 당연시 여기는 것들이 하나하나 모이면 내게 얼마나 소중한 것들인지, 내가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지 깨닫게 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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