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학교 대학원신문
인터뷰, 임근준
최종편집 : 2020.12.9 수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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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우작품소개] 비틀리고 깨지기 쉬운, 나의 부동산송해민 / 첨단영상대학원 예술공학 석사과정
이희원 편집위원  |  ryunis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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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4호]
승인 2020.12.01  17:3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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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우작품소개]

 

   
▲ 부동산(Unmoving Assets), 2018, 13' 45”, 컬러/사운드, HD


비틀리고 깨지기 쉬운, 나의 부동산
 

송해민 / 첨단영상대학원 예술공학 석사과정

 

■ ‘20대 초중반 여성들’의 ‘부동산’ 이야기를 수집한 이유는

  나는 사적 경험과 고민을 질료로 삼지만, 그 위에 많은 것을 덧칠해 숨기는 식으로 작업하는 편이다. 작품을 구성하는 비디오나 텍스트는 대부분 내 것이다. 하지만 친구들의 일기 중에서 공감됐던 단락들을 허락받아 섞기도 했다. 이건 외로움을 해결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가장 사적인 이야기가 가장 보편적이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친구들의 경험 사이에서 몰래 쉽게 털어놓지 못할 나의 치부나 가족사를 드러내고, 더 나아가 수많은 관객에게서 보편적인 공감을 얻어내는 경험은 많은 도움이 됐다. 또한 이 작품이 제시하는 문제의식과 여성은 분리될 수 없다고도 생각한다. 재생산권과 결부된 여성은 가족에 대한 가치관의 변화에 가장 민감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만약 내가 남성이었다면, 그리고 또래 남성의 일기를 수집했다면 아주 결이 다른 작품이 나왔을 테다. 항상 그때의 내가 가장 ‘잘 아는 것’에 대해 작업하고 싶다.

 

■ ‘부동산’이라는 개념이 흥미롭다

  제주도에서 태어나 성인이 되기 전까지 사면이 바다인 섬에서 살았다. 어린 시절부터 영화, 책, 미술 등에 관심이 많아 문화적인 갈증이 컸기에 고향에서 ‘탈출’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러나 막상 상경 후 ‘우리 집’이라고 말할 수 있는 마땅한 거처 없이 지내다 보니 그 과정이 순탄치 않았다. 그때부터 ‘다른 이의 부동산에서 또 다른 이의 부동산으로 옮겨 사는구나’라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이는 나의 ‘부동산’, 즉 움직이지 않는 재산은 무엇인가라는 의문으로 이어졌고 자연스레 가족을 떠올리게 됐다. 하지만 가끔 고향에 내려가도 내 집이라는 편안함이 느껴지진 않는다. 가족들이 종종 남보다 낯설게 느껴질 때도 있다. ‘우리 집’은 기억 속에만 남아있는 개념이 된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생각이 작품 기획에 영향을 미쳤다.

 

   
 

■ 가족이라는 개념조차 흔들릴 수 있다는 문제를 제기했는데

  밀레니엄 세대에 속한 사람들은 이 명제를 이해하기 더 쉬울 것 같다. 비혼과 저출생, 부동산 이슈로 우리 세대는 확연하게 다른 형태의 가정을 구성하고 있다. 부모님 세대가 우리를 키울 때 믿어 의심치 않았던 가치관이나 사회적 규약이 이제는 더 통용되지 않는 경우도 존재한다. 예컨대 ‘결혼하고 열심히 일해서 집을 사자’라는 식의 인생 계획이 불가능하다고 느끼는 2~30대가 많아지지 않았나. 또래 중에는 가족을 진심으로 사랑하지만 그들과 대화만큼은 통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 ‘분절된 기억의 복제’라는 키워드가 의미하는 것은

  작품에 쓰인 영상물은 몇 년 동안 내가 고향을 방문했을 때 촬영했던 푸티지(Footage)와 부모님께서 보내준 비디오들, 그리고 스토리텔링을 위해 새로 촬영한 클립들을 콜라주한 것이다. 짧으면 2~3초 정도의 푸티지들을 반복적으로 재생하거나 뒤섞어 유년기를 회상하는 과정을 간접적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이때 어린 시절의 행복한 추억들은 유난히 짧았던 것만 같고 아쉽게 느껴진다. 또 더는 돌아갈 수 없는 과거에 대해서 오랫동안 곱씹다 보면 영화 〈라쇼몽〉(1950)처럼 기억이 뚜렷해지기보다 더욱 모호하거나 왜곡되는 경우가 있다. 머릿속에서 기억은 여러 가지 버전으로 복제되기도 하고, 맥락이 사라지기도 하는 것이다.

 

   
▲ 영상 링크 : https://youtu.be/_7KU1JqaNZo

■ 동일한 시청각 매체를 각자 다른 출력 상태로 배치하고 음성도 여러 겹을 쌓아 작업했다

  해당 작품은 2018년에 만들어진 것으로, 당시 미디어아트 전시는 처음이었기에 조금 과하게 친절했던 것 같다. 회화와 디자인 작업으로 협업한 허현정 작가와 작품 설치 과정에서 우리만 아는 이야기를 하고 있을까 봐 걱정했다. 또 단체전이었기에 비교적 스토리텔링에 관객들이 집중하지 못할 것 같았다. 그래서 태블릿과 이어폰, 책자를 배치해 수집한 일기로 구성된 텍스트와 그것을 낭독하는 사람들의 목소리, 영상물을 더 뚜렷하게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지금 생각하면 과도기적인 작품이었다.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에 집중하다 보니 노골적인 중첩을 사용했는데 오히려 어떤 이들에게는 감상에 혼선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아두이노(Arduino)와 초음파 센서를 사용한 부분에서도 그렇다. 기획 초기에는 각각의 패널에 다른 문단을 낭독하는 오디오를 설정하고, 관객들이 접근하는 방식과 순서에 따라 다양한 구성으로 이야기가 완성되는 하이퍼텍스트 게임 같은 작품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를 구현하는 데 문제가 있었고, 볼륨 크기를 증감하는 효과를 통해 혼란스러운 기억들과 관련한 연출로 노선을 변경하게 됐다.

 

정리 이희원 편집위원 | ryunis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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