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대학원생 등록금 반환 문제

 
 

 

대학원생은 학교의 구성원도 아닌 것인가


  많은 이들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미래에 집중하고 있지만, 여전히 매듭지어 지지 않은 채 대학가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사안이 존재한다. 바로 1학기 등록금 반환 문제다. 7월 1일,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이하 전대넷)가 주축이 된 ‘등록금반환운동본 부’는 등록금 반환 집단 소송에 관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3천5백여 명의 학생이 참여한 본 소송은 1학기 등록금 반환 문제를 놓고 전국 42개 대학을 상대로 이뤄졌으며, 전대넷 측은 특히 1학기에 진행된 비대면 수업이 명백한 학습권 침해임을 강조했다.
  한편 등록금에 비례하지 않는 수업의 질이나 행정 시스템 등 여러 문제가 불거지자, 학생들은 현장 집회 대신 온라인 시위 방식으로 뜻을 전하기도 했다. 더 나아가 지난 6월 17일, 한양대 커뮤니티에는 등록금 반환 관련 글귀가 적힌 혈서 사진이 올라와 화제를 모았다. 해당 학교는 학기말고사 시험 방식을 교수의 재량에 맡겼고 대부분의 교수가 대면 시험이라는 일방적인 결정을 내리자 코로나19 감염 우려와 더불어 지방 거주 학생들의 반발을 샀다. 이에 비대면 시험을 요구하는 농성 현장이 마련됐지만, 당시 기획 처장을 겸직하고 있는 교수가 ‘학생들에게 혈서라도 받아오라’는 발언을 한 것이 사건의 불씨가 됐다. 이는 곧 학교가 등록금 반환 요구를 비롯한 학생들의 입장을 지금껏 얼마나 안일하고 가볍게만 바라봤는지 방증하는 사건이었다.

대학원생은 ‘예외’입니다?


  국내 사립대 최초로 건국대가 1학기 재학생 중 2학기에 등록하는 학생을 대상으로 8.3%의 등록금을 감면하는 방식을 채택했고, 국립대 최초로는 전북대가 등록금의 10%를 특별 장학금 형태로 돌려주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후 여타 학교들 역시 차례로 응답하고 있으나 기존의 교내외 장학금을 특별장학금의 이름으로 돌려 지급한다는 의혹이 커지기도 해 그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본교 역시 1학기 재학생 중 수업료 실 납부 액이 있는 자를 대상으로 납부액의 6%를 ‘특성화(코로나19특별) 장학금’이라는 이름으로 지급한다고 밝혔지만, 이를 위해 필요한 38.3억 원의 재원 중 성적장학금을 조정해 16.6억 원의 재원을 마련한다는 계획을 세운 상태다.
  이처럼 다양한 형태의 목소리와 결정이 오가는 과정에서 등록금 반환 운동의 주축, 그리고 모든 장학금의 지급 대상은 학부생에 한정됐다. 대학원생에 대한 언급은 제외한 채 장학금을 논하는 언론 보도는 부지기수며, 상세하고도 타당한 설명을 고지하지 않은 채 대학원생은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불친절한 대학 측의 공지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 학부 등록금 동결 및 인하와 관련된 이슈에 비해 대학원 등록금은 여전히 인상되는 사례가 빈번한 현시점을 고려해본다면 이 ‘침묵’의 무게는 더욱더 무겁게 느껴진다.
  올해 대학원 등록금이 1.5% 상승한 본교를 비롯해 성균관대 역시 1.5%의 등록금이 인상됐으며, 경북대의 경우엔 3년 연속 등록금이 오르는 것은 물론 그 수치가 현행법상 최대치인 1.95%를 기록했다. 이는 ‘등록금 동결’이라는 명목하에 학부 등록금을 유지하고 있는 대학들이 그 돌파구로 대학원을 선택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게 만든다. 실제로 지난 상반기 진행된 인터뷰에서 본교의 박상규 총장은 정부의 반값 등록금 정책 이후 10년 동안 “사립대학 등록금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학부 등록금”이 동결됨에 따른 대학 운영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한 바 있다. 또한 그는 대학원의 “등록금을 인상하지 않고서는 정상적인 교육환경과 연구환경이 마련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단국대 대학원은 7월 16일 공지사항을 통해 “대학원의 경우 등록금 대비 장학금 지급률이 40~50%”에 달하며 “대학원의 등록금 명목은 전문적인 학위 취득을 목적으로 장학금, 교직원인건비, 강의료, 논문지도 비용으로 한정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등록금 수입 대비 지출비용이 초과하는 상태”라는 근거를 들며 등록금 반환 대상에서 대학원생을 제외했음을 설명했다. 일부 대학 및 여론에선 이처럼 대학원생이 이번 사태 에서 언급조차 되지 않는 일에 대해 대표적으로 장학금 지급률이 학부에 비해 높기 때문이라는 주장을 한다. 그러나 대학원은 진학 목적이 다양한 만큼 등록금 전액을 본인이 부담하는 사례도 빈번하기에 이는 성급한 일반화가 될 수 있다. 또한 근로장학의 경우엔 근로시간과 수업을 맞바꿔 비용을 지불한 것이나, 수업의 질이 하락하며 정당한 교환이 성립되지 못한 상황이다. 연구실 근로 역시 코로나 위험을 감수하고 매일 출근해야 했지만 연구를 비롯한 학교생활엔 마치 어떤 문제도 없는 것 마냥 정당화됐다.
  7월 23일 국회 토론회에서 김효은 대학연구소 연구원은 ‘코로나19로 돌아보는 사립 대학 재정, 문제점과 개선방안’이라는 제목의 발제문을 통해 “등록금 반환 요구의 근본적 배경은 수익자부담원칙과 재정 운용의 비합리성, 불투명성”에 있다고 봤다. 그는 수익자부담원칙 논리를 기반으로 보면 등록금 책정 당시 약속된 교육 서비스를 제공 받지 못한 주체가 그 일부를 환불해달라는 주장은 전혀 이상하지 않다고 했다. 이러한 관점을 적용해봐도 대학원생은 여러 형태로 대가를 치렀지만, 명백히 기존의 교육 서비스를 누리지 못한 자가 된다. 심지어 등록금 반환 논의의 테이블에조차 쉽사리 오르지 못한 다는 점은 더욱 문제시될 수 있을 것이다.

지원팀-원총의 역할 부재, 곧 원생의 존재 부재로


  이러한 상황에서 총학생회의 주도하에 대학원생 등록금 반환의 목소리를 낸 사례도 있다. 대표적으로 연세대 대학원 총학생회(이하 원총)는 3월 25일부터 4월 3일까지 등록금 반환 설문을 진행했으며, 2천 51명이 참여한 가운데 92% 이상이 ‘등록금을 부분적으로 반환해야 한다’는 응답 결과에 따라 5월 25일 관련 입장문을 냈다. 연세대 원총 측은 이후 7월 15일 상반기 결산자료에 대한 등록금심의위원회가 개최됐지만 현재 등록금 반환이 어렵다는 답변만 받은 상태며, 회계 내역을 기반으로 합당한 이유를 듣고자 자료를 보완한 후 9월 셋째 주 회의를 한 번 더 개최하기로 했다는 계획을 밝혔다.
  중앙대 원총 역시 지난 6월 ‘2020년 상반기 비대면 수업 진행 만족도 조사’를 과 대표들을 통해 실시하도록 했다. 이때 원총은 학교 측을 향한 기타 의견 중 25%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 등록금 반환 요구 의견의 경우 조사 결과와 함께 현재 대학원 지원팀에 전달한 상태라고 밝혔다. 그러나 재학생의 약 7.9%에 불과한 216명의 응답자 수가 과연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이 드는 가운데, 하물며 설문의 존재조차 모르고 있었다는 원우들도 있어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조사 링크가 과 대표를 통해 실제로 원우들에게 모두 전달된 것인지 철저히 확인하지 못했다는 원총의 한계가 발견된 것이다. 더 나아가 지원팀 측은 등록금 반환과 관련된 보다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원총의 의견표출은 없었으며, 전달받은 결과 역시 데이터 형식일 뿐 이후 해당 조사가 정리 혹은 처리된 바가 아직 없다고 답한 상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원우들의 권익을 대변할 수 있는 유일한 학생자치기구 ‘원총’의 무관심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한편, 일부 대학원생들은 기본적인 권리보장이 지켜지지 않는 문제적 상황 속에서 학교 게시판 혹은 익명 커뮤니티를 통해 학부생에게만 등록금을 반환하는 것은 명백한 차별이라고 주장했다. 그중 본교 청룡광장 게시판에는 8월 19일 ‘대학원생은 학교의 구성원도 아닌 것인가’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으며 특별장학금 마련과 관련해 대학원생을 위한 공지와 안내가 구체적이지 않은 상황에 대한 지적이 일부 내용을 이뤘다.
  또한 익명을 요청한 A씨(유아교육학과 석사과정)는 대학원 지원팀에 문의해 본 결과 장학금에 대해선 따로 이야기가 나온 것이 없으며 의견 표출 같은 경우엔 총학생회에 문의하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대학원생 역시 분명 학교에 소속된 학생이지만 “논의대상에도 속하지 못한 것이 속상”하다며 심경을 토로한 A씨는 코로나로 인해 이전과 같은 학사 운영 서비스를 받지 못했기에 지원팀과 원총은 “좀 더 적극적인 행보로 관련된 사항들을 전달하거나 대학원생들의 의견을 모아주셨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연함’의 벽을 넘어야 할 때


  지금껏 한국 사회에서 부당함과 차별이 발견돼도 유연하게 넘길 줄 아는 것은 곧 대학원생의 슬픈 초상과도 같았다. 그만큼 대학원생이 마주한 다양한 사각지대엔 ‘당연함’이 함께 자리하고 있었다. 분명 등록금과 관련된 대학원생의 목소리는 수면 위로 올라오는 것조차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연세대 대학원 이누리 총학생회장은 이에 대해 대학원은 비교적 “학생 사회 결집이 어렵다”는 의견과 함께 원총이 애초에 존재하지 않거나 종종 과 대표자들이 대표자로서의 정체성을 갖고 있지 않은 대학원 특유의 상황을 근거로 삼았다. 진로와 직결된 교수자와의 관계, 연구와 노동이 분리될 수 없는 환경도 기반이 된다고 봤다.
  본교 이주은 총학생회장은 대학원이 “정부와 학교의 울타리 바깥에 있어 우리나라 모든 대학의 이슈에서 벗어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며 정부는 커녕 대학이라는 학교 범주에도 포함되지 않은 대학원 환경을 지적했다. 그뿐만 아니라 학교의 재정적 상황 및 대학원의 장학 비율을 고려한다 해도 같은 대학원생으로서 원총도 학교 본부의 대응에 매우 아쉬운 건 사실이라는 개인적 유감의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앞선 청룡광장 게시판 댓글에서 역시 “대학원생들은 학교에서 목소리 내는 일이 거의 없으니 그냥 얼렁뚱땅 넘어가자는 식”인지 의문을 드러내며 보다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이는 결국 대학원 등록금 반환 의제가 학내 의제에만 국한되지 않는, 많은 이들의 관심과 연대가 함께해야 하는 사안이라는 것을 시사한다. 또한 대학원생의 목소리가 가시화되기 위해선 원우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그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원총의 적극성이 필요하다. 부디 학교의 한 구성원으로서 ‘존재’하는 대학원생의 권리가 보장될 수 있도록 많은 이들의 노력이 수반되길 바란다.


이희원 편집위원 | ryunis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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