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등 (4th Place, 2015)

 [영화읽기]

 

'익숙한 폭력'의 공포

4등 (4th Place, 2015)

 

 
 

  익숙한 무언가가 갑자기 낯설어질 때 사람들은 흔히 공포를 느낀다고 말한다. 그래서일까. 우리의 일상은 되물을 수 없이 그저 받아들여지는, 또 그렇게 무뎌지는 것들에 의해 유지되곤 한다. 영화 〈4등〉은 만년 4등인 수영 선수 준호의 이야기를 통해 스포츠계에 만연한 폭력을 조명한다. 메달권 진입을 목표로 준호를 때리는 코치 광수는 한 소년의 꿈을 땀과 눈물로 얼룩지게 만드는 세속적인 어른의 모습을 취한다. 그러나 온몸에 피멍이 든 준호가 동생에게 또다시 ‘영광의 상처’를 물려주는 순간, 명확하기만 했던 피해자와 가해자 간의 경계는 이내 흐릿해진다.
  폭력이라는 단어는 그 자체로 강하고 파괴적인 느낌을 주지만 때로는 위악적일 만큼 친근하다. 영화에서 흑백처리로 삽입된 광수의 현역 시절은 그 역시 과거 수영 코치에게 체벌을 당하는 입장이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 상황에서 광수의 모습은 쉽사리 동정하기 어려운 느낌을 자아내는데, 이는 비행을 일삼던 그를 어느새 ‘마땅히 맞아도 되는’ 인물로 보이게끔 만들기 때문이다. 폭력의 심각성은 상쇄되고 그 폭력엔 합당한 원인이 생기는 것이다. 물살을 가르는 소년의 가벼운 몸짓이 거대한 물보라를 만들 듯, 영화는 익숙했던 폭력의 묵직한 무게를 다시금 관객에게 전달한다. 다소 생경한 그 느낌은 폭력은 어떤 경우에도 정당화될 수 없다는 사실과 함께 비로소 ‘가치 있는 불편함’으로 자리하게 된다. 

이희원 편집위원 | ryunis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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