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학교 대학원신문
인터뷰, 임근준
최종편집 : 2020.5.5 화 23:34
특집
[생태] 코로나19를 통해 본 기후위기의 불평등윤순진 /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윤영빈 편집위원  |  ybycau@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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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8호]
승인 2020.04.07  12:3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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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지금, 우리의 이야기 ② 기후변화와 환경 불평등

지구온난화를 비롯한 ‘기후변화’와 ‘자원고갈’은 작금의 지구 생태계를 대표하는 단어들이다. 이 단어들은 무한하게 생산하고 무한하게 소비하는 경제 체제가 구르고 굴러 전 인류의 생존을 서서히 위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위협은 불공평하게 배분돼 누군가에게는 견딜 수 없이 무거운 무게로 다가오지만 방패를 준비한 누군가에게는 그 무게가 미약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환경 이슈가 더 이상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라 일상의 위협으로 다가온 지금, 우리에게 어떤 고민이 필요한지 찾아가 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지배에서 공존으로 ② 기후변화와 환경 불평등 ③ 채식의 세계 ④ 새로운 가능성, 생태배당

 

   
 

코로나19를 통해 본 기후위기의 불평등


윤순진 /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지금 우리는, 아니 세계는, 이제껏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상황 속에서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에 힘겹게 맞서거나 위기를 넘고 있는 중이다. 그 누구도 겪어보지 않은 상황인 만큼 여전히 모든 것이 낯선 하루하루가 지속되고 있다. 어쩌면 코로나19 이전과 이후로 현대 사회가 나뉠지도 모른다는 의견도 나오는 상황이다. 온라인 수업, 화상회의, 재택근무, 유연 근무, 택배의 일상화 등 그간 시도를 망설였거나 조용히 진행되던 일들이 속도를 내며 사회를 변화시키고 있다. 코로나19를 둘러싼 채 우리가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많은 쟁점들이 다양한 차원에서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환경 사회학자로서 필자는 사회적 재난이 미치는 차별적 영향에 관심이 갔다.


바이러스가 덮친 사회, 도드라진 차별

  대부분의 사회에서 애써 외면해왔던, 고질적인 빈부격차의 문제는 코로나19를 만나 수면 위로 드러났다. 빈부격차가 심한 사회일수록 코로나19의 감염과 대응을 둘러싼 불균형 현상이 보다 선명하게 드러난 것이다. 미국이나 영국 등 선진국의 일부 부유층은 증상이 없음에도 안심하기 위해 비싼 비용을 들여 검사를 받기도 하고, 아예 바이러스가 닿지 못하는 외딴 섬의 별장으로 휴가를 떠나거나 고급호텔이 제공하는 자가격리 패키지 서비스를 이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회에서는 감염 여부를 가리는 검사 기회 자체가 적은 데다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아 경제적 능력이 없는 사람들은 검사를 받을 수 없는 상황에 놓여있다. 남미나 아프리카, 동남아 국가들뿐만 아니라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에서도 가난한 이들에게는 감염증 치료비용과 격리로 발생하는 손실이 치명적이다.
  한국은 다른 국가보다 상황이 나은 편이다. 이는 국민의료보험제도와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덕분이다. 따라서 감염증의 검사와 격리, 치료에 필요한 비용을 건강보험공단과 국가, 지방자치단체가 공동으로 부담하게 된다. 코로나19 확산방지를 위한 검사 및 격리 조치와 함께 투명하고 신속하게 이뤄진 정보 공개, 사회적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 등의 시민 실천 행위 등으로 국민 모두가 감염병으로부터 비교적 동등하게 보호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서 코로나19가 빚어내는 경제적 영향은 고르지 않다. 하는 일에 따라, 근무지에 따라, 고용 형태에 따라, 코로나19가 가져온 영향은 천차만별이다. 사업의 규모와 사업의 성격에 따라 그 차이는 크게 나타난다. 사업장 상황에 따라 코로나19로 인한 출근 방식변경과 급여의 오르내림이 체감상 극명해지는 것이다.


코로나19가 투영하는 기후위기의 차별적 영향

  코로나19가 가져온 차별적 영향을 보면 임박한 기후위기에도 적용되는 차별적 영향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기후위기는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가 증가해서 일어나는 문제로 가장 강력한 원인은 석탄, 석유,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의 대량 소비에 있다. 화석연료 연소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 즉 에너지 부문 배출이 총 배출의 70% 가량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그중 에너지 부문 내에서는 전기와 열의 생산에 따른 배출이 40%가 넘으며 여객과 화물 수송이 그다음으로 많은 4분의 1 가량을 차지한다.
  또 하나의 큰 온실가스 배출원은 산림 벌채를 포함한 토지 이용 변화다. 대기 중 탄소 흡수를 위해서는 더 많은 산림이 필요하다. 하지만 더 많은 개발과 경작, 목축을 위해 산림을 베어냄으로써 이산화탄소 흡수 저장량이 줄어드는 가운데, 농업이나 목축 등의 사회경제활동으로 온실가스 배출은 늘고 있다. 여기엔 육식 증가도 큰 몫을 한다. 식용동물이 배출하는 온실가스양은 전체의 14%나 된다. 지난해 서울시 면적의 15배 규모를 잿더미로 만들어버린 아마존 산불도 나날이 증가하는 육식과 연결돼 있다. 식용동물 사육과 사료로 쓸 콩, 옥수수 생산을 위한 토지 마련의 목적으로 불을 질러 열대우림을 없애면서, 산불이 확산된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그 누구도, 어떤 국가도, 기후위기를 야기한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것은 분명하지만 그 책임의 정도가 결코 같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기후위기 영향은 오히려 에너지 소비 규모가 더 작아 기후변화 야기의 책임이 상대적으로 가벼운 개인과 국가에 훨씬 가혹하게 나타난다. 야외 노동자들의 경우 기상위기 상황에 더 많이 노출돼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하기도 한다. 영화 〈기생충〉(2019)에도 나왔듯 가난한 이들은 갑작스러운 폭우나 홍수로 침수 피해를 겪을 수 있으며, 가옥이 부실한 탓에 극단적인 추위와 더위에도 냉난방을 충분히 하지 못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특히 1차 산업 종사자일수록 이러한 기상이변에 더욱 취약할 수 있다. 코로나19 사례에선 문제를 야기한 책임 자체는 빈부격차와 다소 거리가 있고 영향만 차별적으로 나타나는 데 비해, 기후위기는 모순적이게도 책임이 덜한 이들에게 훨씬 더 영향이 크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러한 문제가 진척되는 것을 막지 못하고 변화하는 기후에 대한 제대로 된 적응방안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사회 위기는 코로나19를 능가하는 격차로 증폭될 수 있다.


지금이라도 기후행동에 적극 나서야

  지난해 9월 23일, 미국 뉴욕에서 유엔 기후행동정상회의가 열렸다. 유엔 역사상 처음으로 ‘행동’이란 말을 내건 이 회의 전후 ‘국제 기후파업 주간’에는 뉴욕을 포함한 160여 개국 수천 개 도시에서 약 400만 명이 기후위기 비상행동을 촉구하는 ‘글로벌 기후 파업’에 나섰다. 우리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후 우리나라엔 ‘기후위기 비상행동’이란 조직이 만들어져 즉각적인 기후행동을 촉구하고 나서고 있다. 지난 3월 13일에는 청소년 19명이 대통령과 국회를 상대로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너무 낮아 청소년의 생명권과 환경권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내용의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하는 일이 있었다. 기후소송은 기후위기 유발에 책임조차 별로 없는 미래세대가 자신들의 불안한 미래를 지키기 위해 기성세대에게 발신하는 간절한 외침인 만큼 우리로 하여금 사안의 심각성을 곱씹게 한다.
  기후위기 비상사태를 선언하는 사람들이 국내외에서 늘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나라에선 기후위기가 절박한 문제로 다뤄지지 않는다. 이미 세계 평균 기온은 산업화 이전 대비 1.1℃가 상승한 상태다. 2015년에 채택한 파리협정에선 평균기온이 2℃를 넘지 않기로, 더 노력해서 1.5℃ 이내로 온도 상승을 억제하기로 국제사회의 약속에 동참했건만 별다른 변화가 없는 상태다. 게다가 4·15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기후위기 대응을 중요한 과제로 내건 후보자들은 손에 꼽힐 정도다. 현재 여당은 에너지 전환을 목적으로 그린 뉴딜을 추진할 것을 공약했지만 이는 사회적 관심을 환기하지 못한 데다 내용도 빈약하다. 앞서 정의당이나 녹색당이 발표한 그린 뉴딜안 역시 사회적 반향이 거의 없었다. 코로나19는 본인이나 가족의 건강에 미치는 치명적이고도 직접적인 영향,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위기감 등 그 가시성과 임박성으로 인해 사회적 대응이 신속히 이뤄지고 있지만, 기후위기 대응은 참으로 더디고 미진하기만 하다. 기후위기는 아직도 ‘지금’ ‘여기’ ‘나 또는 우리’와 가까운 문제로 인식되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 기후위기 비상사태에 직면해있다. 그 누구도 비껴가기 어려운, 궁극적으로 모두의 생존이 달린 문제다. 하지만 기후변화의 영향은 결코 평등하지 않은 형태로, 오히려 책임이 덜한 이들에게 훨씬 더 가혹하다는 역설을 안고 있다. 코로나19는 기후재난의 차별적 영향을 엿볼 수 있는 창이 될 것이다. 정부와 국회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강화함과 동시에 법제화하면서 적극적 대처를 위한 정책 수립과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 소비절약과 효율 개선으로 에너지 소비를 줄이면서 재생가능에너지 이용을 늘리는 에너지 전환을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시민들은 에너지 소비자를 넘어 생산자로 거듭나야 하며, 온실가스 감축에 동참해야 한다. 코로나19 사태에서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우리 정부의 위기 대응 능력과 시민들의 사회적 실천이 기후위기 대응 차원에서 더 크게 발휘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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