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REPEAT
STOP


  하나, 또 한 명의 여성 연예인이 작고했다. 비보에 익숙해지는 것만큼 참담한 일이 있을까. 극단적 선택에 대한 계기를 함부로 추정할 수 없으나 생전 그가 겪은 불법촬영과 악성루머에 대한 뒤늦은 재고가 잇따랐다. 사건 공론화와 법정 공방의 과정 그 어디서도 피해자에게 가혹하지 않은 선처(善處)는 없었다. 가해자의 반성과 사회적 성찰 또한 부재했다. 두달새 연이은 작고에 대한 슬픔과 절망의 깊이에, 죽음을 방기한 이들에 대한 당연한 분노조차 숨죽일 수밖에 없었다.
  둘, 홍콩에도 겨울이 찾아왔다. 중국 송환법에 반대하며 지난 6월에 시작된 시위가 어느새 6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지난달 24일, 구의원 선거에서 ‘범민주’ 진영이 과반 의석을 얻으며 유례없는 압승을 거뒀다. 홍콩에는 “불안한 평화”가 잠시간 찾아온 듯 보인다. 홍콩의 겨울은 우리나라만큼 춥지 않다. 무더위와 습기가 한결 가신 이 시기는 오히려 반가울 만하다. 그러나 시위대는 안온함을 즐길 새도 없이 ‘5대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다시 거리로 나섰다. 여전히 대학에 잔류 된 시위대의 안위를 향해, 미처 지키지 못해 먼저 보낸 동료의 죽음을 기리며.
  셋, “명분없는 단식”에 이어 전방위 필리버스터 신청까지, 그야말로 국회는 마비됐다.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에서는 아동 교통안전의 강화를 위한 이른바 ‘민식이법’을 비롯해 다수의 민생 법안이 처리될 예정이었다. 199개의 달하는 법안을 모두 필리버스터하는 ‘초강수’가 예고 없이 끼어들지 않았다면 말이다. 선거법 등의 의결을 두고 여야가 날카롭게 대치하는 상황에서, 숨진 아동의 이름을 딴 법안은 요긴한 “협상 카드”가 됐다. 이해관계 충돌과 정치적 거래라는 ‘수싸움’ 아래 식물 국회로 전락한 여의도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올해와의 고별을 앞두고 이 세계를 둘러싼 사건사고는 끊이지 않는다. 여느 때라고 세상이 조용했겠냐만은, 앞서 언급한 작금의 세 사건은 정확히 같은 지향점을 향하고 있다. “반복을 막아야 한다” 그뿐이다. 폭력에 무자비로 노출된 여성을 더 이상 잃을 수 없다. 잠시간의 평화가 찾아올지라도, 최루탄과 실탄이 다시는 시위대를 향하지 못하도록 무거운 발을 내딛어야 했다. 어린이 보호구역 내에서라도 아이들의 안전이 지켜지길 바라는 간곡한 마음이 가슴에 묻은 아이의 이름을 내건 법안을 만들었다.
역사 위에 선 인간은 필연적으로 ‘반복’을 통해 이치를 배운다. 재난이 반복되지 않길 바라며, 지난 경험에서 합의점과 해결책을 강구한다. 참담한 기억이 반복되지 않길 바라며, 과정을 기록하고 동일한 상황의 이와 연대한다.
  일정 횟수 이상의 무의미한 반복은 쉬이 절망과 포기를 불러온다. 356호의 ‘학내’면은 원총 내에서 ‘반복되고 또 반복되는’ 문제에 대한 지적이 주를 이룬다. 본지와 원총은 평행우주에 서 있는 것이 아니다. 대학원동의 2층을 함께 공유하며, 원우들을 대상으로 각자의 역할에 최선을 다할 뿐이다. 부실한 회의록의 공백, 빈번한 답변 누락, 간편하게 간과되는 회칙 등의 문제는 절대로 낯선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본지는 지면으로 기록하는 것을 멈추지 않을 테니, 원총은 부디 공회전 말고 반복을 멈추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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