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오지 않는 것들》. 최영미. 이미출판사. 2019

[책잡기]

 
 

너무 늦지 않았다는 말을, 용기를 낸 당신에게

《다시 오지 않는 것들》. 최영미. 이미출판사. 2019

  미투 고발 이후 시인의 시집을 내주는 출판사는 없었다. 그래서 시인 스스로 출판사를 차렸다. 서른에 끝난 줄로만 알았던 잔치가 다시 시작됐다. 6년 만에 여섯 번째 시집을 낸 시인 최영미의 이야기다. 문단계 미투 폭로의 기폭제이자, 저자가 “너무 늦게 쓴다는 생각에 미안한 마음이 있었다”던 시 〈괴물〉 역시 여기에 수록됐다. 2006년 시집 《돼지들에게》로 이수문학상을 수상한 저자는 당시 “한국사회의 위선과 허위, 안일의 급소를 예리하게 찌르며 다시 한번 시대의 양심으로서 시인의 존재 이유를 구현한다”는 평을 받았다. 이후 이루 말할 수 없는 순간들의 용기가 더해져, 보다 명징하게 구현된 시인의 존재 이유를 《다시 오지 않는 것들》에서 살펴볼 수 있다. 이를테면 ‘N’이 아닌 ‘En’을 시어로 택했던 용기 같은 것들을 말이다.

  ‘En선생’은 저자를 상대로 자신에 대한 의혹들이 허위 사실이라며 거액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한국여성변호사회가 소송대리인단을 구성해 최 시인의 변호를 맡았고, 이들은 1심과 항소심에서 승소했다. 이후 저자는 자신의 SNS에 “여기에 ‘ㅊ’으로 시작하는 제목의 시가 있었다. 그 시의 내용이 재판에 영향을 미칠까 염려되어 시집에서 빼기로 했다…아직 다 끝난 게 아니니 ㅊ은 건드리지 말아야지”라는 말을 전했다. 이번 시집에서 제외된 모종의 시 ‘ㅊ’이 온전히 발표될 수 있는 그 날을 기대해본다.

정보람 편집위원 | boram2009@ca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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