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혁명의 물결을 따라]


공평하지 않은 시소


  90년대에 월드와이드웹(WWW)이 개발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본격적인 ‘정보화’ 사회가 시작됐다. 수많은 사용자가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연결될 수 있는 플랫폼의 등장은 가히 혁신적이었다. 세계적인 정보화 열풍과 함께 당시 경제 후발주자였던 한국이 선진국을 추격하자는 ‘추격전략(Catch-up strategy)’이 합쳐져 대한민국의 정보통신기술 분야는 주목할 만한 성과를 이뤄냈다. IT분야의 전문가를 키우기 위해 인재들을 해외로 유학을 보내는 등 정부와 민간의 적극적인 지원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당장 정보통신기술을 통해 이익을 창출해야 하는 대기업과, 정보통신기술력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국가발전전략도 큰 몫을 했다.
  한국의 정보수집기술 역시 기하급수적으로 발달함에 따라, 국가기관은 국민들의 정보를 더욱 용이하게 수집·관리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국가가 개인정보를 개개인의 허락 없이 과잉수집하는 것은 정보인권을 침해할 우려가 크다. ‘주민등록번호’와 같이 국민이 정보인권을 의식하기 전부터 국가가 수집한 정보일지라도, 지금까지 사용권한과 범위에 대해 어떤 논의 없이 침묵하는 것은 정당화되지 않을 것이다. 정보가 원유인 시대에 시간이 지날수록 많은 정보를 보유하고 있는 쪽으로 시소는 기울어진다. 파편화되는 개인들과 정보량의 격차 또한 점점 커질 수 밖에 없다. 90년대 전 세계를 하나로 묶어내는 월드와이드웹의 개발은 개인들을 불공평한 시소 위에 앉히자는 의도가 아닌, 서로 동등하게 연결된 네트워크를 만들자는 의미가 아니었을까. 오늘날 90년대의 고민을 이어나가야 하는 이유다.

장소정 편집위원 | sojeong2468@ca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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