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연구 장학금의 현주소

 

 
 

질적성장을 위한 더 넓은 스펙트럼


  최근 한 고위공직자의 자녀가 고교생 자격으로 2주간의 인턴십 프로그램을 통해 SCI 등재논문에 제1저자로 표기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민적 공분을 샀다. 학계에 따라 저자 표기 순서나 규정에 세부적인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제1저자는 연구의 실무를 가장 주도적으로 수행한 저자를 일컫는 말이다. 수많은 대학원생은 논문작성을 위해 짧게는 수개월에서 길게는 수년간 데이터를 집계하고 분석한다. 이처럼 연구 및 논문은 긴 시간과 노력을 전제하므로, 연구를 진행한 사람들 중에서도 특히 기여도가 높은 사람을 제1저자로 칭한다. 그러나 논란의 주인공이 실제로 일정 부분 기여했을지라도, 제1저자로 표기될 만큼 논문에 필요한 ‘절대적인 시간’을 투자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판단하에 사회적 파장이 더욱 확장됐다. 그러나 또 다른 측면에서, 이번 사건은 대학원 생태에도 유의미한 시사점을 던진다. 대학원에서 연구나 논문을 위해 절대적인 시간을 충분히 투자하기 어려운 것은 대다수 대학원생도 겪고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논문을 작성한다는 것은 단순히 양을 채우거나 이름만 올리는 것이 아닌, 배움과 연구를 통해 일궈낸 지적 성장을 바탕으로 지식의 보고를 만들어나가는 과정이다. 그러나 작금의 대학원생들에게 논문작성을 위한 절대적인 시간이 주어지고 있는지는 되물어 볼 질문이다. 2018년 교육부에서 실시한 ‘대학원생 권리 강화 방안 연구’에 따르면 대학원 생활의 주요 어려움을 ‘경제적 어려움’으로 꼽은 비율이 56.5%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조사에 응한 대학원생들은 “등록금 및 생활비 마련 자체가 힘들거나, 혹은 이 때문에 오히려 학업 및 연구에 집중하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이렇듯 많은 대학원생들이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연구와 노동을 병행하며 ‘시간 확보’의 고충을 호소하고 있다.

GRS는 무엇을 놓치고 있나

  앞서 언급했듯, 모든 연구에는 절대적인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대학원생의 근본적인 목표인 연구를 원활히 진행할 수 있도록 본교에 여러 ‘연구 장학금’이 마련돼 있다. 대표적인 연구 관련 장학금은 단연 ‘CAU GRS 장학금’이다. 해당 장학금은 본교 학부 출신의 신입 장학생이 받을 수 있는 ST트랙과 자·타교 출신 학생 모두 지원 가능한 AT트랙으로 나뉜다. AT트랙은 수업료 감면 금액에 따라 A형과 B형으로 나뉘는데 각각 등록금의 전액과 반액을 감면해주는 제도다. 이 제도는 신입생 전형 합격자를 대상으로 연간 240여 명 이내를 선발한다. 대학원교학지원팀 장학담당자에 따르면 올해 GRS 장학금 수혜 대상자는 총 237명으로, 2019년 대학원 입학자가 1,472명임을 고려하면 전체 신입생 중 약 16%라는 매우 적은 비율로 GRS 장학금의 기회가 돌아간다.
  2015년에 시작돼 GRS 장학금을 시행한 지 4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제도의 빈틈은 존재한다. 기본적으로 해당 장학금은 재학 중에 신청할 수 있는 장학금이 아닌, 신입생으로 합격한 뒤에 신청해 재학 기간 동안 장학금을 지급받는 방식이다. 신입학 이후 즉시 장학금 신청 서류를 제출해야 하는데, 이 서류에는 ▲CAU GRS 신청서 1부 ▲지도교수 추천서 1부(진학할 중앙대학교 소속학과 지도교수) ▲학부 및 석사과정 성적증명서 원본 각1부 ▲4대보험 가입내역서(본인용) 1부 ▲퇴직예정서약서(필요시 제출) ▲개인정보 제3자 정보제공 동의서 1부가 있다. 그러나 신입생 신분에서 GRS 장학금의 필수 제출서류인 지도교수 추천서를 받기란 쉽지 않다. 익명을 요청한 한 원우에 따르면 “타교에서 온 학생들은 GRS 신청 기간을 놓쳐서 신청을 못 하는 경우가 많다”며, “지도교수와 미리 만나기 어려운 학생은 제출기한에 맞춰 서류를 제출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이같은 경우, 교수와 학생 모두 서로에 대해 잘 모르는 상태에서 서류를 작성하기 때문에 논문작성을 위한 상호 간의 협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더군다나 서류 제출기한은 공고로부터 일주일이며, 대학원지원팀 직접 방문 제출을 원칙으로 한다. 지방 타교 학생의 경우, 일주일 이내에 지도교수와 면담을 통해 추천서를 받고, 제출을 위해 본교에 방문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다. 이번 2019학년도 후반기 GRS신청은 6월 20일부터 27일이었는데, 아직 학부 재학중인 학생의 경우 학기 중에 모든 행정처리를 완료해야 하기 때문에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었다. 결국 타교 학생들이 배제될 가능성이 높은 신청 구조가 큰 문제점이다.
  GRS 장학금 선발 시 의무사항인 학술지 게재논문 작성 방법에 관련해서도 뚜렷한 가이드라인이 존재하지 않는다. GRS 장학생인 한 원우는 “지도교수가 연구 주제를 정해주는 경우도 있고, 교수나 연구실에 따라 논문이나 과제의 중점이 다르기 때문에 차이가 크다”고 전했다. 장학생 유의사항에 따르면 주저와 공저 모두 지도교수와 함께 연구를 진행하는 것이 필수라고 명시돼있을 뿐만 아니라 해당 논문은 등재지나 JCR 학술지만 인정된다. 따라서 지도교수의 길잡이가 매우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지도교수나 연구실에 따라 논문지도의 극명한 차이가 존재해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고공행진 등록금, 추락하는 연구 환경

  본교에는 GRS 장학금 외에도 ‘연구성과지원금’이나 ‘해외학술대회지원금’이 연구장학금의 명목으로 마련돼 있다. 그러나 해당 장학금들은 발표성과에 따라 추가 금액이 제공되는 방식으로, 정기적으로 납부해야하는 등록금 부담을 경감시키기에는 한계가 있다. 학업을 위해 ‘절대적인’ 시간을 충분히 투자할 수 있는 장학금의 스펙트럼이 이토록 협소하다는 것은 연구의 질적 성장에 있어 큰 저해요인이 된다. 2013년 이후 지난 7년간 지속적으로 인상되고 있는 등록금은, 장학금에 대한 대학원생들의 부담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중대신문 3월호 특별인터뷰에 따르면, 총장은 대학원의 지속적인 등록금 인상에 대한 질문에 현재 전일제 대학원생에게 “높은 수준의 장학혜택”을 주고 있어 “큰 부담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응답했다. 학과별로 차이가 있지만, “높은 수준의 장학혜택”에서 대학원의 본질인 ‘연구’를 장학조건으로 유지하며 장학금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장학생의 수는 소수에 불과하다.
연구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학문공동체에 속한 개개인의 연구가 활발히 이뤄질 수 있는 환경조성이 선행돼야 한다. 그리고 그 환경조성은 소수의 학생들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는 GRS 장학금만으로 감당할 수 없다. 진정 연구를 위한 학교로 발돋움하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지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다가오는 학기 말, 2020년 등록금심의위원회를 앞두고 등록금 관련 이슈에 원내·외 각종 단위의 관심이 집중돼야 할 때다.


장소정 편집위원 | sojeong2468@ca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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