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지원 / 심리학과 교수

 [교수칼럼]

‘현실’의 대학원 생활을 돌아보며

허지원 / 심리학과 교수

  학생들을 면담하다 보면 “저는 회사 생활이 잘 맞는 사람은 아니라서 대학원 진학을 고민 중입니다”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그러나 대학원 생활과 회사 생활은 다르지 않다. 모두 팀플레이와 개인플레이에 기반한 수행방식을 계속해서 평가받고, 공들여왔던 일의 성패나 파급력은 일이 끝날 때까지 예측 불가능하다. 차이점이라면 오히려 대학원이 개인플레이 평가에 있어 회사보다 냉혹하다는 것이다.

  그간 자·타의로 대학원에서 사라져간 많은 대학원생을 봐왔다. 발단은 대부분 외부의 스트레스로 인해 연구에 대한 흥미와 몰입도가 저하된 것이었다. 나는 대학원 입학을 희망하는 이에게 ‘한두 가지 외부의 스트레스에 압도돼 연구에 집중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면 진학을 다시 생각해보라 권한다. 경제적 문제에 대한 불안감, 공개적 상황에서 자존감이 낮아지는 상황을 수년간 겪다 보면 (자신도 모른 채) 성격이 점차 왜곡되기 쉽다. 대학원에 다닌다는 것이 20·30대 전반 동안 삶의 불안정성을 감내하면서도 평정심을 유지하고, 그 와중에 끝 모를 자신만의 연구를 해내야 함을 알지 못하고 진학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연구 중에는 자신의 위치를 끊임없이 반문하게 되고, 때때로 지도교수에게 인정받기 위해 기괴한 일을 벌이기도 한다. 좋은 논문 하나를 얻는다 해도 본성과 다른 성격으로 애면글면 살아가다 보면, 이는 결국 자기 자신이 일그러지는 손실로 이어진다.

  본인을 잃지 않기 위해 자신을 관조적으로 바라보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내가 이렇게까지 할 일인가’에 대한 질문의 답이 ‘그렇다’라면 뒤돌아보지 않고 계속 가야 한다. 석·박사 과정을 되돌아봤을 때 절대 그때로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진저리칠 정도로 열심히 살면 그뿐이다. 다만 ‘이렇게까지 할 일은 아니지’라는 생각이 든다면 언제부턴가 잘못된 역동 안에 들어와 있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하루에도 몇 번씩 가장 높은 곳과 가장 낮은 곳 사이에서 본인의 자존감이 요동치겠지만, 본디 ‘높은 자존감’이란 ‘신화’에 불과하단 걸 인지해야 한다. 누구나 수없이 오르락내리락하는 자존감의 높낮이를 견디며 살아가며, 낮은 자존감을 가진 이가 자신의 결핍을 들여다보고 우연히 더 많은 노력과 성취를 이뤄낼 수도 있다. 그러니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과도하게 들여다보는 것을 멈추고, 자신과 다소 거리를 두며 최소한의 예의를 갖춰 대하는 것을 행동의 대원칙으로 삼기 바란다.

  대학원생들은 서로에게 조금 더 상냥한 거리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누군가 지나친 외부의 스트레스로 이전과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 잠시 머물러줘라. 현재의 내 상황을 담담하면서도 냉정히 생각하고 다음 단계를 모색하는데, 곁의 동료는 든든한 갑옷이 돼주며 동시에 정확한 비교 지점이 돼준다. 이 글을 쓰는 나 역시 그러했음을 고백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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