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재영 / 문화연구학과 석사과정

[원우 말말말]


부서지기 쉬운 삶을 산다는 것


한재영 / 문화연구학과 석사과정


  다들 어렸을 때 불렀던 동요 ‘내 동생’을 기억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이름은 하나인데, 별명은 서너 개였던 그 동생. 지금은 기억도 안 나는 유치원 시절 불렀던 노래를 대학원 다니는 내내 부르고 다녔다. 그 동생은 별명이 서너 개였는데, 당시의 나는 아르바이트가 서너 개였다. 짤막한 가사 가운데 심금을 울리지 않았던 것은 없었지만, 그 중에서 가장 공감했던 부분을 하나 꼽자면 ‘어떤 게 진짜인지 몰라 몰라 몰라’였다. 대학원생, 연구조교, 패스트푸드점 아르바이트생 그리고 신문사 사무 보조.
  도대체 이 중 진짜 나는 누구였을까.
  당연하게도 이 모든 것이 나다. 매학기 멈출 줄 모르고 오르기만 하는 등록금을 감면 받으려면 연구조교로 일해야만 하고,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아르바이트가 절실했다. 조교 업무를 하다가 강의를 들으러 가고, 어떤 날은 패스트푸드점으로 뛰어가 밤새워 일하고, 다른 날은 신문사에서 하루 종일 일하는 삶. 내가 드라마 속 주인공이었다면, 잠시 스쳐지나갈 고난이겠지만 애석하게도 나는 현실의 사람이다. 현실의 대학원생은 이런 생활을 지속하면 제대로 살 수 없다. 이 당연한 사실을 그 때의 나는 몰랐던 건지, 아니면 알면서도 모른 척하고 싶었던 건지 계속해서 ‘제대로 살 수 없는 삶’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모두가 예상하듯 이 삶은 얼마 못 가 부서졌다. 그 어느 것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생활이 이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할 수 없었다. 난생 처음 들어보는 낯선 단어들로 가득 찬 텍스트를 이해하는 일, 내가 해낼 수 있는 것 이상을 바라는 행정 업무, 지금 당장 쓰러져 기절하듯 자고 싶은데도 끝없이 해야만 하는 노동. 이 중 단 하나라도 포기해버리면 결국 그 어느 것도 지속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밤, 기말시험 대체였던 소논문을 제출하지 못하고 펑펑 울다가 그런 생각을 했다. 도저히 이렇게 못 살겠다고, 더 이상 이렇게 살면 안 되는 것 같다고.
  버릴 수 없는 것들 중 하나를 택해 버려야했다. 새 학기에 들어서 얼마의 생활비를 포기하고 나서야 조금이나마 지속 가능한 ‘제대로 살 수 있는 삶’을 보장받을 수 있었다. 여전히 일주일 내내 연구조교이자 신문사 사무 보조로 일해야 하는 삶이긴 했지만 말이다. 다시 맞은 학기말, 소논문을 메일로 제출하던 중 메일 마지막에 나도 모르게 ‘○○○ 조교 한재영 드림’이라고 쓴 걸 확인하고 ‘문화연구학과 석사 2차 한재영 드림’이라고 다시 작성했다. 그리곤 석사 1차 그 때의 밤처럼 펑펑 울었다.
  이렇게 수미상관을 지킨 하나의 서사로 끝나면 좋으련만, 애석하게도 나의 대학원 생활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아직도 나는 대학원생이며, 연구조교이고 신문사 사무 보조로 일하고 있다. 석사 3차의 어떤 밤은 과연 울지 않을 수 있을까.


 

저작권자 © 대학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