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태연 / 문예창작학과 석사과정

     

 

 [원우비평]

장르 드라마의 선전(善戰)
- 흉부외과: 심장을 훔친 의사들 -

 

안태연 / 문예창작학과 석사과정

  지난 11월 15일 SBS 방영 드라마 <흉부외과: 심장을 훔친 의사들>이 32회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이 드라마는 다른 의학 드라마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구성으로 주목을 받았다.

  다양한 의학 분야 중에서 특별하게 흉부외과를 집중적으로 다뤘다. 흉부외과는 일반적으로 전문의들이 기피하는 분야로 여겨지는, 심장에 관련된 모든 질병과 혈관 질환을 치료하는 의학 분야다. 환자의 생명과 직결된 심장을 수술하다 보면 환자가 생명을 잃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때 의사들은 좌절하고 허탈해하며 가족들의 원망 어린 시선과 지탄을 받기도 한다. 그렇다고 금전적으로 더 큰 보상이 있거나 명예를 가져다주지도 않는다. 이들이 얻는 것이란 죽을 수도 있는 환자들에게 새 생명을 부여하는 데 느끼는 희열이 전부다.

  그래서인지 드라마에 등장하는 흉부외과 전문의들은 심장 질환에 관한 특별한 사연을 가지고 있거나 장인정신을 지닌 헌신적인 사람들이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도 않고 받지도 않으려는 현대인들에게 직업 세계의 치열함과 가슴 뛰는 희열이 무엇인지 선사해준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실제 수술 장면을 가감 없이 보여줌으로써 전문 분야에 대한 호기심과 정보를 충족시켜준 점도 높이 살만하다. 의학용어와 수술 장비들을 익히고 다루기 위한 배우들의 노력은 물론, 생생한 수술 장면은 현장에서 일하는 의사들의 찬사를 받기도 했다. 의사 세계에 대한 일반인들의 동경과 존경의 타당성을 증명해주며 전문직 드라마의 역할을 톡톡히 감당했다.

  멜로가 없는 장르 드라마인 점도 주목할 만하다. 주연을 맡은 엄기준, 고수, 서지혜부터 조연에 이르기까지 스타성과 연기력을 갖춘 배우들이 총출동함에도 드라마의 시작부터 끝까지 하나의 커플도 탄생하지 않는다. 그 때문에 건조하고 딱딱하게 느껴진 면이 없지 않다. 이는 종합편성채널과 케이블 채널이 지상파 채널과 경쟁을 벌이고 시청률이 광고 수익으로 이어지는 현실에서 약간은 무모해 보이는 과감한 선택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멜로, 추리, 판타지, 엑소시즘 등 다양한 드라마들이 제작되고 있는 시점에서 전문 의학 장르 드라마라는 초강수를 띄워 본 점은 세계적인 드라마 강국으로서 바람직한 시도라 할 수 있다. 비록 동시간대 방영된 MBC <내 뒤에 테리우스>에 시청률 1위 자리를 내주기도 했지만 말이다.

  일각에서는 드라마의 한류 열풍이 끝났다는 의견도 나온다. 아기자기한 재미와 감동을 줄 수 있는 탄탄한 스토리의 힘이 사라지고 스타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으며 그에 따른 제작비도 지나치게 커지고 있는 것을 원인으로 삼는다. 하지만 이것은 기우일 수 있다.

  현시대 드라마들은 완성도를 높인다는 목적으로 코믹, 멜로, 추리 등의 다양한 장르적 요소를 섞어 마치 종합선물세트와 같은 드라마를 내놓기도 한다. 한편 시청률을 1순위로 여기지 않는 다양한 장르 드라마들이 제작되고 있고 적지 않게 성공을 거두고 있다. 이러한 적극적인 시도는 한국 드라마 제작자들이 세계시장에서 계속 미래를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 할 수 있다. 잠시 한국 드라마의 위상이 흔들려 보이는 것은 이 과정에서 드러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장기적인 안목의 다양한 시도들이 환영받을 수 있는 제작 환경이 되기를 바라며, 한국 드라마의 무궁한 발전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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