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현실적인 문제

  지난 7월 초 본교는 두산건설에 본교 건물 다섯 개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를 했다는 의혹이 있어 교육부의 실태조사를 받은 바 있다. 이후 교육부는 의혹 대부분이 사실이라고 판단했고, 본부는 교육부의 조치에 이의를 신청했다. 그러나 교육부는 이의신청을 기각했으며 최종적으로 본교가 부당한 수의계약을 체결했다고 판단했다.

  본교의 일감 몰아주기 논란은 대학 민주화의 실패와 연관돼 있다. 2008년 본교 재단이 두산으로 교체된 이후 총장의 선출 방식이 직선제에서 이사회 ‘임명제’로 전환됐다. 교수협의회 및 학내 구성원들은 총장 선출 방식 개선을 위해 꾸준히 목소리를 내왔지만, 개선은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본교 재단인 두산그룹과의 부당한 수의계약은 예측할 수 있었던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학내 구성원들이 동의하지 않은 선출 방식을 선택·고수하고 있는 본부가 민주적·합법적 과정을 걸쳐 계약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그다지 놀랍지 않다.

  이사회 임명제를 통해 총장을 선출하는 방식은 본부가 학내 구성원의 의견보다 재단의 의견에 무게를 두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다. 동시에 민주적 절차가 아닌, 재단이 편리한 방법으로 의사결정을 진행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기도 하다. 본부가 이런 방식을 문제 삼지 않는 상황에서, 앞으로도 같은 일이 반복될 가능성이 다분하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위협받았던 역사 속에서, ‘대학’은 함께 분투했다. 그들은 몸을 사리지 않고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싸워왔다. 그러나 자본이 모든 가치를 초월하게 된 지금, 대학교는 교육기관이라는 이름이 무색할 만큼 기업다워졌다. 학생은 대학의 ‘주인’이 아닌 몇 년 대학에 머물다 졸업하는 ‘소비자’로 취급되기 시작했다. 가장 민주적이어야 할 교육공간이 어쩌면 가장 비민주적인 공간으로 전락한 것이다.

  그렇다면 학교의 주인은 누구인가. 누가 주인인지 그 답을 찾는 것은 늘 어렵지만, 적어도 ‘자본’이 그 주인이어서는 안 된다. 본부에서 ‘현실적인 문제’로 비민주적 의사결정 방식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정당화한다고 해도, 옳은 방식이 될 수는 없다. 그렇기에 학내 구성원들은 감시와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각자의 문제와 상황으로 이미 충분히 힘들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우리가 내는 작은 목소리가 결국 ‘현실적인’ 권리를 지킬 것이다. 대학원생으로서는 총학생회 회장단 및 계열대표 선거에 참여하고 그들이 원우를 대변하고 있는지 감시하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다. 아니,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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