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학교 대학원신문
인터뷰, 임근준
최종편집 : 2018.12.8 토 16:17
기획학술
[중앙아카데미아] 기술철학적 관점에서 바라본 미디어 아트정현이 / 영상공학 박사
임해솔 편집위원  |  tuddldos7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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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8호]
승인 2018.12.04  18: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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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아카데미아]
『돈 아이디의 기술철학적 관점에서 바라본 미디어 아트에 구현된 신체』정현이 著 (2018, 영상학과 박사논문)

 

 

기술철학적 관점에서 바라본 미디어 아트


정현이 / 영상공학 박사


  20세기 후반부터 급속도로 발달한 컴퓨터와 디지털, 그리고 멀티미디어 기술 등으로 인해 ‘디지털 아트’ ‘컴퓨터 아트’ ‘뉴미디어 아트’ 등 다양한 예술 영역이 대량으로 보급됐고 그에 따라 발전을 거듭해왔다. 과거 아날로그 기술과는 다르게 디지털 기술을 기조로, 예술로 창작하는 영역들은 ‘미디어 아트’라는 용어로 통합됐고, 디지털·컴퓨터 기술을 매체로 삼아 표현하는 예술 작품들을 통칭하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오늘날 현대적인 의미의 미디어 아트는 문화적·학술적 담론의 대상이 된다. 범세계적으로 멀티미디어 기술이 대중화 됐던 1990년대에 미디어 아트의 표현 방식과 범위 등이 혁신적으로 진보한 변화를 거듭하며 본격적으로 유래됐다. 현대적인 미디어 아트의 역사가 30년에 걸쳐 만들어져가고 있지만, 미디어 아트의 세세한 영역이나 개념 또는 장르에 대한 논의도 계속되고 있다. 또한 과학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미디어 아트는 개념과 장르, 영역에 고착화되지 않고 역동적인 변화를 지속하고 또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지속적인 변화로 인해 고정적이고 확정적인 틀을 정립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타 장르와 차별점은 존재한다. 그것은 ‘매체’를 창조적으로 활용하고 중시하는 예술적 본질이 있다는 점이다. 미디어 아트의 주목적은 활용된 매체의 의미가 작품의 창작부터 긴밀한 영향력을 미치며 창작의 주체인 인간과 능동적으로 소통, 교류하고 상호작용하는 것이다. 따라서 미디어 아트 연구에서는 컴퓨터의 소프트웨어를 소모적인 도구나 객체가 아니라 완성도 높은 작품을 창작하기 위한 ‘매체’로 인지하며 매체와 인간, 기술과 인간, 기술과 예술 간의 상호 작용을 이해하고 논의해야 할 것이다.

   
 

기술철학과 육체·기술·세계의 관계

  예술과 인간, 기술과 인간, 세계와 인간의 본질적인 관계와 상호 유기적으로 소통하는 과정을 전반적으로 고찰할 필요성을 느낀다. 본 연구에서는 유효한 이론적 틀로써 돈 아이디(D.Ihde)의 기술철학에 대해 그가 주창한 ‘인간-기술 관계의 지향성 구조’를 중심으로 살펴봤다. 아이디는 첫 번째 연구 영역인 기술 현상학, 즉 기술의 본질에 대한 현상학적 분석·진단을 위해 인간과 세계 간의 관계의 재귀적 지향성을 바탕으로 비기술적 관계와 도구 매개적 관계를 우선 구분했다. 비기술적 관계는 인간과 세계의 재귀적 관계 내부에 기술이 아무런 기능을 하지 않는 관계를 말한다. 반면에 도구 매개적 관계는 인간과 세계의 재귀적 관계 내부에서 기술 도구가 양쪽으로 매개 기능을 담당하고 매개 효과를 발휘하는 관계를 뜻한다. 본 연구에서 주목하고자 하는 것은 도구 매개적 관계이며, 이 관계는 인간과 기술이 상호 관계하는 방식과 의미에 따라 ‘체현 관계(Embodiment-relation)’ ‘해석학적 관계(Hermeneutic-relation)’ ‘배경 관계(Background-relation)’로 세분된다. 아이디는 도구 매개적 관계의 세 개의 하위 유형 분석을 통해 기술의 ‘구조’와 ‘본질’을 파악했다.
  먼저, ‘체현 관계’는 인간과 기술 간의 투명한 관계를 형성하며 인간의 신체에 기술이 체현되는 과정을 통해 인간 경험의 확장에 기여하는 것을 말한다. ‘해석학적 관계’에서는 인간이 기술을 ‘해석’하는 과정을 통해 세계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인지하고 경험하게 되는 것을 말한다. 마지막으로 ‘배경 관계’에서 기술은 마치 공기와도 같이 인간 주변에 대기권처럼 광범위하게 포괄적으로 형성된 ‘기술 권역(Technosphere)’이며 마치 배경처럼 돼 버린 세계를 의미한다.
  이처럼 아이디의 기술철학은 인간의 기술 사용 행위를 현상학적으로 사유하고 분석함으로써, 기술의 영향 하에 구조화되는 인간의 사고 체계 및 그로 인해 거시적으로 규정되는 인간의 문화 구조 전체를 파악하는 이론이다. 즉, 기술의 본질에 대한 근원적 사유를 통해 기술이 낳은 결과나 효과보다는 기술 존재 자체의 역할에 주목하고자 하며, 나아가 기술 안에서 함께 작용하고 변화하는 현대인의 삶과 사회 전체를 있는 그대로 직시하려는 것이다.

미디어 아트에 구현된 신체

  돈 아이디의 기술철학은 메를로 퐁티(M.Ponty)에 의해 제시된 현상학적 신체 개념을 토대로 발전시킨 것이다. 현상학적 신체 관념에 의하면 인간의 신체는 인간의 존재 자체를 의미하는 동시에, 세계에 대한 경험과 지각을 매개하는 매개체로서, 세계를 ‘지각하는’ 주체이자 ‘지각되는’ 객체이기도 하다. 돈 아이디는 신체의 매개체적 역할 및 인간과 기술-세계와의 상호 작용의 관계를 조화와 균형의 양상으로 파악하고 설명했다. 디지털 환경에서 신체는 인간-기술-세계의 ‘기술철학적 상호 관계’ 및 세계에 대한 감각·지각을 매개하는 ‘현상학적 신체’의 능동적 역할을 부각시키고 강화할 수 있게 됐다. 따라서 디지털 환경에서 인간의 신체는 수용자와의 개방적인 소통방식을 제안한다. 수용자가 단순하게 이미지만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지각을 통해 디지털 이미지를 프레이밍하고 가상을 현실화하는 과정이다. 또 이를 통해 다시 신체와 지각의 잠재적 능력을 촉구·복원·확장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본 연구는 미디어 아트 속 신체의 첫 번째 특성으로 ‘가상성’을 채택했다. ‘가상성’이란 단순하게 사전적 의미인 ‘실제처럼 보이지만 현실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성질’ 내지 ‘가상의, 상상의, 허상의 성격’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디지털 기술을 통해 창출돼 현실 세계와는 별도로 존재하는 “새로운 디지털 세계”와 연결되고, 그 세계의 일부를 구성하면서 상호 작용하는 성격’으로 규정돼야 한다. 즉, 상징적으로 추론하기 쉬운 ‘허상의 가상성’이 아니라, 디지털 기술로 창출돼 정보화·코드화·이미지화된 형태로 분명하게 존재하는 ‘실재하는 가상성’으로 파악돼야 할 것이다.
  이러한 ‘실재하는 가상성’을 기준으로 미디어 아트 속 신체는 현실 세계와는 다른 영역에서 별도로 실재하는 가상의 세계와 상호교류·침투하면서 긴밀한 상호작용을 주고받게 된다. 아울러 그 상호작용의 관계는 인간-기술-세계의 세 가지 유형의 관계, 즉, 체현 관계, 해석학적 관계, 배경 관계 등을 모두 적용해서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미디어 아트의 신체는 새로운 가상 세계와 관련 기술들을 체현하는 동시에(체현 관계), 때로는 그 세계와 기술들을 면밀하게 해석해야 하고(해석학적 관계), 때로는 가상 세계 안에 존재하면서도 주변의 가상 세계를 배경처럼 의식하지 않게 될 수도 있다(배경 관계).
  아울러 이러한 구조에서 염두에 두어야 하는 것은 미디어 아트의 신체는 세 가지 관계 유형을 실재하는 가상 세계에 대해서만 주고받는 것이 아니라, 함께 존재하는 현실 세계에 대해서도 동시에 주고받는다는 점이다. 미디어 아트 작품의 표현 대상인 신체는 현실 세계 및 현실 기술과도 체현-해석학적-배경 관계를 이룰 뿐 아니라, 이와는 별도로 당당히 실재하는 가상 세계와도 세 가지 관계를 구축하는 복합적, 중의적인 구조가 된다.
  결과적으로 미디어 아트 속 신체는 지각의 모든 과정과 매커니즘에서 획기적인 변혁을 가져오면서, ‘실재하는 가상성’ ‘지각을 통한 정념성’ ‘코드화된 비물질성’의 세 가지 속성을 내포하며 인간의 표현과 지각의 범위를 계속 넓혀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상호 유기적·호환적·협응적인 융복합 구조로의 인식

  본 연구는 미디어 아트에 나타나는 인간 신체의 철학적·예술적 의미를 분석하기 위해 이론적으로 해석한 틀이다. 해석을 돕기 위해 돈 아이디의 기술철학을 채택했고 이에 관한 사고의 토대를 정립하기 위해 선행 연구를 중심으로 돈 아이디가 주장한 기술철학이 규정한 면에서 인간과 기술, 세계에 이르기까지 체현과 해석, 배경의 관계를 세 가지로 분리해 설명하거나 별개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밀접한 관계로 호환하는 융복합 구조로서 인식할 수 있는 당위적 접근법을 유도한 것이다. 또 미디어 아트 속 신체의 특성인 실재하는 가상성과 비물질성 등도 서로 개별적으로 나뉜 개념이 아닌 상호 긴밀한 관계를 갖는 개념임을 입증했다.
  이와 같은 연구를 통해 현재 당면한 예술 정체성과 문화의 역할 등 나아가야 하는 방향성이 모호한 미디어 아트를 ‘인간 지각과 인간 행위를 중심으로’ 해석한 관점에서 이해해 보고자 한다. 미디어 아트의 창작에서부터 구현하는 미디어 아트를 직접 접하는 관객과의 소통과 감상 및 평가 등의 과정을 통해 인간과 기술에서 세계에 이르기까지 미디어 아트의 궁극적인 발전 방향성을 모색함과 동시에 유의미한 지침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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