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학교 대학원신문
인터뷰, 임근준
최종편집 : 2018.10.10 수 01:57
학내
[포커스] '이름없는 노동'
채태준 편집위원  |  ctj351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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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6호]
승인 2018.10.10  00: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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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강사법


‘이름 없는 노동’


  지난 9월 3일 강사대표, 대학대표, 국회 추천 전문가로 구성된 ‘대학강사제도 개선 협의회’가 <대학강사제도 개선안>을 발표했다. 지난 2010년 조선대 강사 故 서정민의 죽음 이후 2011년 ‘고등교육법 개정안’(이하 강사법)이 마련됐지만, 대학과 강사의 의견 충돌로 세 차례 유예됐다. 이를 상기하면 이번 강사법 개선안 합의는 여간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지난 9월 6일에는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강사법 개선안의 통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 <강사법 개정안 촉구-강사·대학원생 단체 합동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번 기자회견에는 전국대학강사노동조합,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이 함께했다. 세 단체는 ‘2018 개선 강사법령안의 즉각 입법’과 이를 ‘2019년 1월 1일에 시행’하기를 촉구했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대학을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먼저 교원 정책을 올바로 세워야 한다”며, “강사 등 교원에게 정치·학문·사상의 자유를 확실하게 보장”할 것과 더불어, “다양한 교과목 개설권과 고용안정과 생활임금을 보장”해야 함을 강조했다.

 

강사, 만고불변의 파리 목숨 

 

  대학의 시간 강사가 지닌 불안정한 지위의 역사는 유구하다. 그것을 소설이라는 재현의 양식을 통해 톺아보는 것 역시 가능하다. 태초에 김 강사가 있었다. 1935년 《신동아》에 발표된 유진오의 단편 <김강사와 T교수>는 초임 강사인 김 강사가 대학에서 살아남기 위해 불의한 것을 용인해야만 하는 현실을 그렸다. 상사의 부정 청탁을 보고도 못 본 체해야하고, 자신의 사회주의 운동 경력을 숨겨야 한다. 식민 소설 속 유약한 지식인의 모습을 그리기 위해 작가는 ‘강사’라는 또 다른 불안정한 노동의 이름을 택했다.

  유진오의 소설 속에서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그려진 시간 강사의 파리 목숨은 오늘의 소설 속에서 신자유주의 혹은 대학 기업화를 배경으로 변주된다. 2012년 출간된 박지리의 《양춘단 대학탐방기》는 대학의 부정의한 현실에 자살을 택한 시간 강사 도진과 이 사건의 해결을 위해 힘쓰는 청소 노동자 춘단의 이야기를 그린다. 소설 속 병치된 청소 노동자와 강사노동은 겉으로는 멀어 보이지만, 멀끔함과 지적인 외양을 자랑하는 오늘-여기의 대학을 위한 노동을 수행한다는 점에서 같다. 동시에 이들은 유연한 노동력과 불안정한 지위를 받아들이도록 종용된다. 올해 초 연세대와 홍익대를 포함한 몇몇의 대학에서 최저임금인상을 이유로 청소 노동자들을 보다 유연한 노동의 형태-시간제 아르바이트-로 전환하려 했던 시도는 그저 ‘해프닝’이 아니다.

  오늘날의 청소 노동자들 중 대부분은 대학에서 일하지만 하청업체와 계약을 하고, 시간 강사는 대학에서 가르치지만 ‘대학의 교원’은 아니다. 본교 규정집의 <4-2 비전임교원의 임용에 관한 규정> 속 ‘비전임교원의 신규임용시 구비서류’는 “명예교수” “CAU Fellow” “석좌교수” “초빙교수” “겸임교수” “객원교수” “특임교수” “강의전담교수” 등 수많은 비전임 교원 명단이 구비해야 할 서류를 일별한다. 그리고 이 명단의 가장 하단에는 “시간 강사”의 구비서류 목록이 적혀있다. 이들 중 계약서를 쓰지 않는 것은 명예교수, 의과대학 외래교수, 그리고 이들과는 다른 맥락을 지닌 시간 강사 뿐이다. 대학에서 일하지만 대학에는 속하지 않는 강사들. 지난해 출간된 김애란의 단편소설 <풍경의 쓸모>가 제목을 통해 말하듯, 시간 강사는 중심을 위해 존재하는 외곽이고, 주인공을 위한 “풍경”, 있지만 없는 존재로서 ‘유령’인 셈이다.

 

   
 

강사법을 시행하라


  2017년을 기준으로 비전임 교수들을 다 합하면 15만명이다. 그 중에서 시간 강사의 수는 약 4만5천 명에 달한다 . 먼저, 강사법의 통과는 노동자로서 이들의 기본권을 보장할 수 있다. 법안이 통과되면, 대학은 강사를 공개임용 절차를 통해 뽑아야하고 그 계약은 1년 이상으로 규정된다. 또한 3년까지 재임용 절차를 보장하고, 강의시간에 비례해 퇴직금을 제공해야 한다.

  노동자로서 강사의 기본권 보장이 전부가 아니다. 강사법은 오늘날 대학의 ‘이름 없는 노동들’에 관한 논의에 있어서 시금석이 될 수 있다. 강사법이 통과되게 되면, 강사 또한 <교원지위 향상을 위한 특별법>의 대상으로서 교원의 지위를 인정받게 된다. 이를 통해 부당한 처우와 해고에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 노동자로서 지위를 보장받을 수 있으니, 파리 목숨을 이유로 삼켜야 했던 대학의 그늘진 면에도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된다.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해고 강사인 채효정 정치학자는 지난달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강사법의 통과가 “향후 대학 사회에서 젊은 학자들의 비판적 발언 및 정치적 권리를 회복하는데 중요한 발판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대학이라는 정치적 공간 속에 시간 강사가 보다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토양이 마련되는 것이다.

  물론 염려되는 점도 있다. 채효정은 “대학들이 방학 중 급여를 최소화하려고 할 것”이라 우려했다. 재정적인 면에서도 정부의 적극적인 태도가 요구된다. 이번 개선안과 관련해 교육부는 약 6백 억원의 추가 예산을 요청했지만, 현재 기획재정부가 이를 전액 삭감한 상태다.

  인문학 연구자들과 조합원으로 구성된 ‘인문학협동조합’의 미디어팀 관계자는 강사법 자체는 보다는 “법의 시행에서 예산과 시행령”을 걱정했다. 대학들이 “선제 대응해 강사를 해고한다던지, 등록금 동결 등 예산을 핑계로 들면서 현재 시간강사들의 고용보장을 다 수용할 수 없다는 식으로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해당 관계자는 2학기 개강 이후 “실제로 서울 내 몇몇 대학은 그런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법안의 통과 이전부터 ‘꼼수’가 포착되고 있기에 대학 구성원들의 보다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 강사법은 ‘강사의 문제’이자, 오늘날 대학 내 평가 절하당하는 ‘이름 없는 노동의 문제’이기도 하다. 많은 대학원생들 또한 ‘이름 없는 노동자’인 것은 굳이 덧붙이지 않겠다.

일단 강사법을 온전히 통과시켜라. 그리고 시행하라.

 

채태준 편집위원 | ctj351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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