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학교 대학원신문
인터뷰, 임근준
최종편집 : 2018.9.5 수 00:42
특집
[특집] '학술시장'의 민낯
임해솔 편집위원  |  tuddldos74@naver.com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345호]
승인 2018.09.04  21:00:01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특집] 학문 후속 세대로 살아남기

  2018년 7월 19일, <뉴스타파>는 국내 대학 교수 다수가 가짜 학술지 ‘와셋’에 투고해왔음을 보도했다. <뉴스타파>가 학술시장 부패의 모습을 보도한 후 여론과 학계에 큰 파장이 일었다. 학술시장 부패가 충격적이라기보다, 그것이 우리의 현실임을 인정해야 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이번 특집호에서는 학술시장 부패를 직접 취재한 <뉴스타파> 신우열 연구원의 이야기를 통해 학술시장의 민낯을 들여다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학술시장의 민낯

 

   
▲ 출처: 뉴스타파 홈페이지(www.newstapa.org)

 

  ■ 많은 사회적 이슈 중에서 학술시장 부패를 취재한 계기가 무엇인가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뉴스타파>는 <독일북부방송(NDR, Norddeutscher Rundfunk)>(이하 <NDR>)의 제안으로 학술시장 부패를 취재하게 됐다. <NDR>의 탐사보도팀은 독일 학자들의 가짜 학술단체 참여 실태를 취재하던 중 이 문제가 독일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세계 각국의 언론사에 공동 취재를 제안하게 됐다.
  <뉴스타파> 연구원으로서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연구자로서의 나의 경력 때문이다. 2016년에 언론학 박사 학위를 받은 이후부터 2017년 말까지 한 국내 대학에서 연구교수로서 일했다. 이 기간 동안 국내 학계가 학문을 하는 방식, 연구 관리 당국이 연구자의 실적을 관리하는 방식, 대학이 노동력을 소비하는 과정 등에 문제가 많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특히 교수 사회의 비윤리화가 대학생들과 대학원생들에게 미치는 폐해가 크다는 것, 그리고 그 폐해가 궁극적으로 국내 학문의 저질화를 야기한다는 생각도 하게 됐다.


  ■ 취재 과정에서 가짜 학회, 가짜 학술지가 팽배한 현실을 보았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

  취재를 하면서 가짜 학술단체와 가짜 학술지는 생각보다 더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뉴스타파가 탐사 보도한 와셋(WASET, World Academy of Science, Engineering and Technology)은 빙산의 일각이다. 사기꾼들이 학자들의 지식을 해적질을 하기 위해 만들어 낸 판이 이렇게 까지 커진 까닭은 그 판을 자신의 이익을 위해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많은 한국 학자들이 가짜 학술시장의 단골이 됐다. 이 지경이 될 때까지 학계의 누구 하나 문제 제기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정말 놀라운 일이다. 그리고 이 사태의 책임을 연구자들에게만 돌릴 수 없다. 허술한 관리 감독 체계를 만든 정부 당국, 비윤리적인 학계, 실적 위주의 정책에 휘둘리는 대학, 학문의 진위를 가릴 의지도 능력도 없는 언론까지, 여러 주체가 얽히고설켜 발생한 문제다. 최초 문제 제기를 한 매체로서 가짜 학술시장에 대한 <뉴스타파>의 탐사보도가 계속 돼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 출처: 뉴스타파 홈페이지(www.newstapa.org)


  ■ 직접 참여한 학술대회의 논문들은 어떠했는지 듣고 싶다

  와셋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논문의 질을 일일이 다 따지는 건 불가능하다. 나는 언론학 전공자이기 때문에 타 전공 영역의 논문을 평가할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 다만 전공을 막론하고 연구가 갖춰야 할 기본적인 형식이 있는데, 와셋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논문들 중 그 형식을 갖춘 것들은 있었다.
  또한 와셋 학술대회의 질을 발표 논문 각각의 질을 두고 평가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제대로 된 학회는 학술대회를 개최할 때 다양한 전공자들을 한자리에서 발표하게 하지 않는다. 연구자들은 자신의 연구에 대한 피드백을 받기 위해, 그리고 자신의 전공 분야의 연구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학술대회에 참가한다. 내가 참가했던 와셋 학술대회에는 전자공학, 광물학, 지리학, 의학, 간호학, 형법, 미술 등 서로 아무런 관련이 없는 분야의 학자들이 한데 모여 발표를 했다. 생산적인 학술 토론은 애당초 불가능한 구성이다. 지적 소양을 갖춘 지도교수의 지도하에 박사 학위 과정을 밟은 학자라면 와셋 학술대회가 가짜라는 것을 대번에 느낄 수 있다. 누군가가 해적 학술단체가 개최하는 학술대회에 반복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면 그 사람은 아마도 학술적 목적이 아닌 다른 이유로 그 학술대회에 참석하고 있다고 봐야할 것이다.
  가짜 학술지도 마찬가지다. 학술지의 가치는 타인이 그 학술지를 읽을 때, 그리고 자신의 연구에 그 학술지에 게재된 연구를 인용할 때 발생한다. 지식의 가치는 타인과의 연결을 통해 발생하고 확대된다. 그러나 와셋 등의 가짜 학술단체가 출판하는 학술지에 게재된 논문들은 학계 구성원에게 읽히지 않고, 그렇기 때문에 인용되지 않는다. 한마디로, 무가치하다. 이런 무가치한 학술지에 자신의 지적 결과물을 출판하는 연구자들은 자신의 격을 스스로 떨어트리는 것이다.


  ■ 취재·연구 경험에 비춰볼 때 한국 사회에서 대학은 다른 사회문제(재벌·기업·정치 등)와 비교했을 경우, 어느 정도 투명하다 생각하는가

  대학의 투명성과 다른 사회기관의 투명성을 비교하는 것은 쉽지 않다. 다만 정치 권력과 경제 권력 못지않게 학계도 불투명한 것은 분명하다. 어느 사회기관의 투명성은 그 사회기관 구성원들의 자율성을 토대로 구현된다(정부3.0이란 정보공개 프로젝트를 시행했지만 실질적으로는 가장 불투명했던 박근혜 정권이 그 예다). 그리고 그 자율성이 제대로 발현되기 위해서는 각 구성원들이 윤리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 나아가 구성원들 간 건강한 비판과 견제가 있어야 한다(정당 정치를 떠올려 보자). 대학은 재벌, 기업, 정치권 등과 마찬가지로 이 모든 것들이 부재 혹은 부족한 기관이다.


  ■ 와셋 학술지가 가짜인 이유는 진실성이 없고, 검증·평가가 제대로 되지 않았으며, 출판함에 있어 관행이 없기 때문이라 했다

  위에 나열한 이유로 학술지가 가짜가 ‘된’ 것이 아니라 가짜 학술단체들이 만든 학술지들이 위와 같은 특징을 갖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가짜가 아닌 학술지는 위와 같은 문제점들을 갖고 있지 않은 것이다. 학계가 생산하는 정보가 다른 집단이 생산하는 정보와 달리 지식 혹은 이론이란 이름하에 권력을 갖는 이유는 바로 정보를 출판하고 검증하는 제도를 갖췄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제도가 바로 학술지 출판, 동료 평가 등이다. 가짜 학술지는 이런 제도를 벗어났다. 가짜 학술단체는 학계의 제도가 아닌 비즈니스 논리를 따른다. 쉽게 말해, 가짜 학술지의 목표는 학술 연구가 아닌 돈벌이다.


  ■ 학술 시장 부패를 주제로 <뉴스타파>에서 교수·연구자·대학원생 등이 참여한 ‘시민초청시사회(23일, 서울시청 바스락홀)’를 주최했다

  가짜 학문, 학술시장의 부패 문제의 해결은 연구 관리 당국, 대학 등의 연구기관, 교수와 대학원생을 포함한 연구자 집단 모두의 참여를 필요로 한다. 특히 <뉴스타파>는 학계 구성원들의 자기 반성과 개선을 위한 노력 없이는 부패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연구자 관련 단체들에 연락을 하고 또 연구자 커뮤니티에 공지 글을 올렸다. 그 결과, <뉴스타파>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70여 명의 연구자들이 참여해 가짜 학술시장 문제에 대한 열띤 토론의 시간을 가졌다. 다양한 의견이 오고갔는데, 모든 참여자들은 학계가 자정을 할 기회를 놓친 데에 어느 정도 부끄러움을 느끼는 것처럼 보였다.


  ■ 학술 시장 부패는 개인 연구윤리 부재만으로 발생했다고는 말하기 어렵다 생각한다. 학술시장 부패의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학계 구성원들이 집단적으로 비윤리적이라는 것이 이 사태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학계 윤리의 부재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전문 윤리 혹은 직업 윤리는 해당 전문가 집단 혹은 직업군 전체 구성원들이 직업적 삶을 통해 구성하고 유지하는 것이다. 학계가 가짜 학술시장에 지금과 같이 활발하게 참여할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이겠나. 학계 윤리 부재 이상의 이유를 찾기 어렵다. 정부의 연구자 관리가 허술하고 관련 규정이 어설픈 것도 원인이겠으나, 학계 구성원들이 바른 가치관을 공유하고 제대로 된 규범을 갖춰 투명하게 따랐으면 지금과 같이 심각한 상황에 이르진 않았을 것이라고 본다.
  한국을 넘어 세계의 학술시장이 부패한 원인을 묻는 것이라면 연구의 질보다 양을 중시하는 경향성을 주요 원인으로 꼽고 싶다. 연구 실적을 정량화하는 경향은 학문의 시장화에서 비롯된 것이라 볼 수 있다. ‘학술시장’이란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통해서도 이 경향성은 확인 가능하다.


  ■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나는 나와 <뉴스타파>가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를 포함한 <뉴스타파> 제작진이 사회가 언론에게 부여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소임을 다하는 사람, 집단들이 어디에나 있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가짜 학문을 포함한 수많은 문제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가 지금과 같은 모양으로나마 존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사회적 역할에 충실할 때 우리 사회는 진보할 수 있을 것이다. 나의 일상은 너의 일상과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 저작권자 © 대학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이메일무단수집거부
우)156-756 서울 동작구 흑석동 221 학생문화관 2층 언론매체부(중대신문 편집국)  |  대표전화 : 02-820-6245  |  팩스 : 02-817-9347
인터넷총괄책임 : 방송국장 | 게시판총괄책임 : 편집국장 | 청소년보호책임자 : 편집국장
Copyright 2011 대학원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cauo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