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환 / 대학원신문 전 편집장

 [신문평가]

 윤상(倫常)의 정도(正道)를 떳떳이 걸어가는 대학원신문이 되길 바란다

정윤환 / 대학원신문 전 편집장

  이번 학기 대학원신문은 “잊다? 있다!”라는 특집호를 시작으로, 학술·사회·페미니즘·좌담회·통일 등을 다뤘고, 그 외에도 문화·중앙아카데미아·경제·생태 등으로 꾸려졌다. 힘과 권력 뒤에 ‘꼭꼭’ 숨어 찾을 테면 찾아보라고 큰소리치는 삿된 것들을 하나씩 끌어내겠다는 기획은 시의적이다.

  특히 특집 좌담회는 다른 학교에서 학내 언론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원우들의 목소리를 담아, 분절됐던 각자의 목소리를 한데 엮어냈다는 것에 큰 의의를 두고 싶다. 대학원신문사들 간의 연대체를 구성한다던가, 각자의 역사를 기록해 보관해두는 등의 학내언론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그저 잊히지 않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해야 가장 의미 있는 족적을 엮어갈 수 있는가에 대한 고뇌가 녹아있는 지면이라 의미 있게 다가왔다.

  뿐만 아니라 학내면에서도,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 ‘미투 운동’ 그 외 학내의 남은 숙제들을 비중 있게 다뤘다. ‘원우기자’ ‘중앙아카데미아’ 등은 더 많은 원우들의 목소리를 담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편집위원들의 의지를 볼 수 있었다. 특히 ‘원우기자’는 원우들의 참여를 높이고 편집위원으로서 접근하기 힘든 내밀한 지점을 당사자의 입장에서 심도 있게 다룰 수 있는 꼭지였다.

  2018학년도 상반기 대학원신문은 알찬 구성이었지만 몇 가지 지적하고 싶은 부분도 있다. 첫째, 기획의 얼개다. OECD 가입국이라는 허울 뒤에 가려진 우리 사회의 병폐를 끌어내고, 우리의 ‘등잔 밑’을 살피자는 특집호의 취지는 좋다. 하지만 기획의도에서 언급한 자살률·노인빈곤율·산재사망률·성별임금격차 등의 문제들을 다루기 위해 수많은 현상 중 ‘정신건강’ ‘기업국가’ ‘통일’ 등을 굳이 꼽아 기획한 이유는 그리 명확히 드러나진 않았다.

  둘째, 학내면 구성에 대한 통일성이 부족했다. 343호의 단신을 없애고, 그 자리를 원우기자 꼭지로 편성한 것이 당혹스러웠다. ‘C사건’의 무게를 생각해보면 이해는 되지만, 면 구성에 대한 원칙이 무너졌다는 인상이 강하다. 사안에 따라서는 그렇게 할 수도 있을 것이며, 내부 회의를 통해 예외적으로 면 구성을 변경하자고 결론지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를 독자들에게 사전에 알렸어야 했다. 설령 예외적 경우에 대한 공지를 내는 것이 다소 ‘정치적’으로 보인다 한들, 우리가 기계적 중립 따위를 지키려 모인 사람들이 아닌데 좀 어떤가. 윤상정도(倫常正道)를 지켜가는 그 발걸음은 당당하고 떳떳해야 한다.

  사람이 알아주지 않아도 성내지 않으면 이 역시 군자답지 않은가. 《논어》 〈학이〉 편의 말이다. 대학원신문의 역사를 되새겨보노라면 이 구절이 절로 떠오른다. 적은 인원, 빡빡한 예산, 백안시(白眼視)라는 말이 잘 어울릴 법한 본부의 태도 등의 악조건 속에서도 묵묵히 원우들의 입과 귀가 돼온 대학원신문이다. 앞으로도 학술매체이자 진보적인 대학언론으로서의 상도(常道)를 가장 보수적으로 지켜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저작권자 © 대학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