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훈 / 사진학 박사

[인터뷰]


대안적 사진 행위를 생각하다

 

■ 다큐멘터리사진 전공으로서 듀안 마이클스의 스토리텔링 작품을 분석한 것이 흥미롭다

  사진과 실재의 관계성에 관심을 가져서 다큐멘터리 사진을 전공했다. 그러나 오늘날의 시각문화에서 사진 이미지는 촬영자의 자기 지시적인 표식 및 대중문화의 트렌드를 무한 반영하는 시뮬라크르로 기능한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서 세부 전공에 국한된 연구주제보다는 현대 시각문화 속 사진의 존재론적 의미와 소통의 다른 가능성을 밝히고 싶었다.

  오늘날 사람들은 매시간 사진을 보거나 찍는다. 거울 대신 스마트폰 카메라를 보고, 자신에 대해 말하기보다는 SNS에 사진을 게시한다. 이제 사진 이미지는 소통의 도구를 넘어 정신적 의식(意識)이자 행위적 의식(儀式)이다. 그러나 이는 자동기계화 되고 물화 돼버린 의식이다. 듀안 마이클스 비주얼스토리텔링의 역량은 이 같은 현대 시각문화의 일상과는 달리 사진을 바라보는 행위자의 감각을 깨어나게 하고 주체로서 이미지를 사유하도록 유도하는 데 있다. 본 연구는 이러한 작업의 내재적 역량을 밝혀 사진의 잠재적 가능성, 사진적 행위의 긍정성을 밝히고자 했다.


■ 여전히 사진-텍스트를 대하는 데 있어 주체-관객으로서의 자세는 왜 중요한가

  많은 것을 카메라에 의지하기 때문에 시각문화가 주도하는 현대사회의 개체가 주체-장면화로부터 벗어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모더니티의 인식론적 시각체제인 데카르트적 원근법주의는, 이성적 개념을 이미지로 형상화하는 과학적·기술적 원리였다. 카메라는 그 개념적 상(象)을 고정시키는 이상적 장치로 인식됐다. 오늘날까지 사진 화면은 인식론적 형상으로 간주되고 프레임은 의미의 장으로 인식된다. 문제는 이러한 시각체제에서 프레임의 ‘장면’이 제도의 권위가 기입되는 주체-장면화의 장소가 되어온 점이다. 자본의 아름다움은 아름다운 광고모델의 기호화를 통해 관객에게 ‘아름다움’의 기호로 전달되며 동화과정을 거친다. 그렇게 자본의 아름다움에 종속된다.

  반면 푸코가 마이클스 작업의 특이성을 ‘사고-감정’이란 말로 언표한 것은 관객을 프레임의 내부로부터 그 바깥의 실재(관객의 지속-시간)를 향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우리에게 주체-관객으로서의 자세가 여전히 낯선 것은, 마이클스처럼 바깥의 사유를 야기하는 주체-작동자가 부족했던 탓도 있겠지만, 본질적으로 기술적으로 진화하는 자본의 스펙터클이 주체-장면화의 이미지로부터 눈길을 돌리지 못하게 포섭하기 때문이다.


■ 디지털 미디어가 발달된 오늘날, 현대 사진의 흐름을 고민해본다면

  디지털시대에 진입하면서 사진의 두드러진 변화는 작품의 대형화와 기계적인 선예도이다. 이러한 사진은 마이클스가 “더 이상 사진이 아니고 제품”이라고 말할 만큼 이미지 제작과 유통에 변화를 가져왔다. 이제는 도구적 변화에서 사고의 변화로 나아가야 할 차례다. 가시적 형상을 통해 비가시적 실재를 지각케 하는 마이클스의 사례는 그러한 변화의 선구적 사례라 할 수 있다. 앞으로의 사진은 사진가와 관객, 그리고 장면에 각인된 대상 사이-속을 매개할 수 있는 민주적 비주얼스토리텔링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 기술적으로는 각 주체의 다중적인 서사를 수렴하고, 거기서 또다시 대화를 확장하는 메타미디어적 기능과 네트워킹을 필요로 한다. 이러한 디지털적 사진은 주체 간 사이-속 영역으로서 현대사진의 새로운 지평을 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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