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큰 세계로 나가기 위한 작은 길

  작은 일도 무시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면 정성스럽게 된다. 정성스럽게 되면 겉에 배어 나오고, 겉에 배어 나오면 겉으로 드러나고, 겉으로 드러나면 이내 밝아지고, 밝아지면 남을 감동시키고, 남을 감동시키면 이내 변하게 되고, 변하면 생육된다. 그러니 오직 세상에서 지극히 정성을 다하는 사람만이 나와 세상을 변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其次致曲 曲能有誠 誠則形 形則著 著則明 明則動 動則變 變則化 唯天下至誠爲能化)

  영화 <역린(2014)>을 통해 잘 알려진 <중용> 23장의 내용이다. 그리고 지금, 막말 교수 사건과 QS사태 등 교내외 여러 사건사고를 맞닥뜨린 우리가 다시금 상기해볼 말이기도 하다.

  본부는 자유·평등·박애라는 민주주의의 가치를 정면으로 배반하는, 이른바 ‘막말 교수 사건’을 유야무야 넘길 생각인 것으로 보인다. 그 자세한 내막은 징계 과정이 베일에 싸여 있고, 본부의 공식 입장도 아직 나오지 않아 알 수 없다. 하지만 현재까지의 취재 결과로는, 여타 사건사고들과 마찬가지로 ‘징계를 내렸다’는 생색내기로 마무리될까 우려된다.

  본부가 막말 교수에 대한 징계와 피해 학생에 대한 보상, 재발방지 계획 수립보다 시급한 일들이 많다고 여기는 것 같기 때문이다. 그 한 가지 예가 지난 호에서도 다룬 QS사태다. 그 사건은 행정을 담당하는 어느 개인의 ‘일탈’로 일단락 짓고 부총장단을 전격 교체하며 쇄신을 다짐, 재기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 9월 1일부터 업무를 시작한 신임 대학원장은 “대학원이 중앙대의 왕관”이라며 원우들을 위해 ‘작은 것’부터 바꾸어 나가겠다고 했다. 원우들이 체감할 수 있는, 혹은 체감하지는 못하더라도 우리 주위에 있는 작은 부분들부터 개선해감으로써 원우들이 편히 연구할 수 있는 물리적·심리적 환경을 만들어 나가겠다는 취지로 해석해볼 수 있다. 또한 이희수 원장이 작은 것에 최선을 다해야만 나아가 더 큰 일을 할 수 있음을 알고 있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더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매진해 온 본부의 행보에 제동을 거는 QS사태 앞에, 어떤 교수의 막말은 ‘개인적 말실수’로 보일 만큼 사소해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차별과 증오의 언어에 작은 일이 어디 있고 큰 일이 또 어디 있겠는가. 설령 그것을 두고 작은 실수라 할 수 있다 하더라도, 진리를 추구해야할 대학에서 그 근본이 되는 정신에 반하는 사건을 정성스럽게 다루지 않는다면 어떻게 타인을 감동시키고, 사회를 변화시키고, 민주 시민을 생육해 낼 수 있겠는가.

  본부는 이번에 이뤄진 전격적인 인사이동의 이유를 ‘쇄신’에 두었다. 쇄신은 나쁜 폐단을 없애고 새롭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기존 보직담당자를 새로운 인물로 바꾸는 것이 나쁜 폐단을 없애는 방법의 전부가 될 수는 없다. 대학이란 무엇이고 대학이 추구해야하는 바가 무엇인지부터 바로세우는 것이 쇄신의 첫걸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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