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폐허 속 험한 길일지라도 계속 걸어가야

  지난 겨울, “이게 나라냐”며 광장으로 수많은 시민들이 뛰쳐나왔다. 사람들이 저마다 꿈꾸는 ‘이상향’의 모습은 다를 것이다. 만일 “어떤 게 나라냐”고 묻는다면 정말 다양한 대답이 나올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이건 아니야’라는 감각이 있기에, 우리는 광장에서 촛불을 들었고 정권 교체를 이루어 냈다. 그렇다면 ‘우리 손’으로 만들었다고 하는 새정부 출범 이후, 우리 주변의 구체적인 모습은 바뀌었는가.

  몇몇 사회적 부분에 있어서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긴 하다. 인천공항 노동자들의 처우를 개선하려는 한편, 탈핵을 선언하고 에너지 분야의 생태적 변화를 꾀하려는 듯 보인다. 최근에는 유기견 분양자에 대해 지원을 하겠다고 밝히는 등, 구체적인 내용은 지켜봐야겠으나 시대적 요구를 반영하려 시도는 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적폐’는 산적해 있다. 예를 들면 청와대 선임행정관 인사건과 같은 것들이다. 페미니스트 대통령을 천명하며 당선된 문재인정부가, 그 정체성에 가장 큰 오점을 안길 수도 있는 인사를 강행했다는 것은, ‘인권 감수성’이라는 시대적 요구에 응하기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을 보여준다.

  문제는 정치권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학문의 상아탑이어야 할 학교에 불도저처럼 밀고 들어온 기업논리는 학문의 개념 자체를 바꾸어 놓은 듯하다. 어느 순간 ‘좋은 연구’의 개념이 모모라 하는 등재지에 몇 편 올라가느냐 하는 ‘실적’으로 둔갑해 있다. 본부가 목메던 그 ‘평가’에서도 일종의 ‘꼼수’가 드러나 순위제외(Unranked)라는 수모를 겪었다. 목표 달성을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는 시장논리가 학문 탐구의 장을 장악한 결과라 할 수 있다.

  학교평가만 문제인 것은 아니다. 지난 학기 큰 파장을 일으킨 ‘막말 교수’는 학부 수업만 맡지 않았을 뿐 대학원 강의는 개설한 것으로 밝혀졌다. 설마하니 소나기는 피해 가는 것이 상책이라는 것인지, 해당 교수가 수업시간에 낭독했다는 사과문의 진정성이 의심되는 대목이다.

  매년 오르는 등록금에 대해 단위요구안을 ‘협상카드’로 내걸고, 그조차도 반영이 미뤄지거나 일부 수정된 채 통과되는 메커니즘 역시 여전하다. 단위요구안이 등록금 고공행진의 대안이 아님에도 말이다.

  상반기 대학원신문은 ‘붕괴와 재건’이라는 화두로 한 학기를 시작했다. 모든 것이 무너진 그 폐허에서, 무엇이 문제고 무엇을 다시 일으켜 세워야 하는지 고민했다. 그로부터 다소의 시간이 흐른 지금, 무엇이 재건 됐는가. 아직 치열한 고민의 장은 우리 앞에 남아있다.

저작권자 © 대학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