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학교 대학원신문
인터뷰, 임근준
최종편집 : 2017.12.6 수 20:06
기획사회
[사회] 페미니즘, 그 참을 수 없는 즐거움에 대하여
정윤환 편집위원  |  bestss200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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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6호]
승인 2017.06.06  22:4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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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④ 이재정 정치국제학과 여성주의 소모임 참페미 대표

페미니즘, 그 참을 수 없는 즐거움에 대하여

  우리가 학교에서 배운 바를 적용하는 양태는 다양하다. 연구실에서 사회문제를 연구하는 이도, 시민단체 등에서 활동하는 이도 있다. 시민의 사회참여는 당연하다지만, 학생이 공부 이외의 활동을 하는 것에 대해 따가운 시선을 던지는 이들도 많다. 활동가들은 일상과 사회운동 사이에서 고민하기도 한다. 이에 각자의 영역에서 활동을 지속하고 있는 이들의 삶을 들여다봄으로써 ‘학생으로서 시민운동을 한다는 것’의 의미를 상기해보려 한다. <편집자 주>

■ 참페미라는 이름이 신선하다
  참페미는 올해 2월 말부터 시작했다. 처음 이름을 지을 때 오독 가능성이 있어서 걱정하기는 했다. 참페미는 ‘참을 수 없는 페미니즘의 즐거움’을 뜻한다. 어떤 이름을 지을까 고민 하다가 한 학우가 본인의 페미니즘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한 남자 선배가 “네가 말하는 페미니즘은 페미니즘 아니고 내가 진짜 페미니스트야”라고 하더라는 경험을 이야기해 줬다. 그래서 페미니스트에게 부여되는 부당한 요구들, 예를 들면 “너는 왜 페미니스트가 화장을 해?”와 같은 요구들이 있다. 이런 부조리에 도전하는 의미와 함께 즐겁게 페미니즘을 공부하자는 중의적 의미로 참페미라는 이름을 짓게 됐다.

■ 어떤 배경으로 여성주의 모임을 시작하게 됐나
  우리(정치국제학) 과 학우들은 대부분 다른 과랑 다르다고 생각했다. 학과 내에 진보적 성향을 가진 학생들도 많았고 진보적 활동을 하는 학생도 많았다. 새터 갈 때, 반(反) 성폭력 내규를 쓰거나 성폭력 예방 교육을 하는 등의 활동도 했기 때문에 ‘우리 과는 다르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런데 우리 과에서도 술자리 성희롱 사건과 같은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났다. 그렇기 때문에 ‘도대체 우리 과는 뭐가 다르냐’ ‘(진보적인 학생들이 많이 있다는 측면에서 다른 학과와는) 다르다는 말로 모든 문제를 다 덮어버린 것 아니냐’ 등의 생각을 하게 되면서 시작하게 됐다.

■ 졸업생들도 활동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참페미는 졸업생부터 재학생까지 구성원이 다양하다. 참페미를 발족하는 계기와도 연관이 있다. 우리 과에서도 많은 피해가 숨겨져 있다는 게 드러나면서, 졸업생 내에서도 ‘왜 당시에 피해자를 보호하지 못했을까’ ‘왜 그때는 나서지 못 했을까’하는 부채감이 많이 있었던 것 같다. 그 때문에 졸업생 선배가 소모임을 만들어 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을 해서 만들게 됐다.

■ 학과 내 남성들의 반응은 어떤가
  조심스럽게 페미니즘에 접근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참페미 내에도 남성 구성원이 있다. 또 일원은 아니더라도 참페미가 생기고 나서 남학우들이 ‘예쁘다고 하는 게 기분 나쁜 거냐’ ‘낙태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는데 어떻게 바라보는 것이 옳은 거냐’고 물어보기도 한다. 물론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고, 그 와중에 여성혐오를 할 사람은 여성혐오를 한다. 성폭력 이야기도 들려오곤 한다. 그래도 이런 단체가 있고 없고의 차이는 크다. 얼마 전에도 새내기 학우와 밥을 먹었는데, 학과 내 이런 모임이 있는 게 정말 의미 깊다고 이야기 하더라.

■ 발족한 지 얼마 안 됐지만 여러 활동이 눈에 띄는데
  원래는 학과를 기반으로 페미니즘에 대해 공부하고 차별이나 폭력에 대해 편하게 이야기 할 수 있는 장을 만들자는 취지로 지난 2월에 첫 모임을 가졌다. 첫 모임에서는 생애 주기별 여성으로서 겪은 경험을 나눴다. 같은 공간을 살고 있었음에도 전혀 몰랐던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에 여성의 날을 맞아 각자의 경험을 포스트잇에 적어 대자보를 붙이는 프로젝트, ‘이 많은 말들은 누가 다 했을까’를 진행했다. 그런데 누군가 들어와서 대자보를 다 찢어버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성명서도 발표하고 가해자를 찾으려는 시도를 했는데 잘 안 됐다. 이것을 우리 학과에 여성혐오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하는 계기로 삼기로 했고, 2학기에 학과 내 여성혐오에 관한 회칙도 제정하기로 결정했다.

■ 다른 동아리와의 협업도 있는지
  학기 초에 여성주의 교지 <녹지>가 대량 버려지는 사건에 연대 성명을 발표하고, 성균관대 여성주의 소모임 ‘나은’에도 지지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4월 22일, 성균관대 율전캠퍼스에서 ‘그 이름도 무시무시한 강간문화’ 대자보가 찢기는 사건이 발생했다). 녹지 사건은 CCTV를 확보해 범행 자백을 종용하는 한편 가해자를 추적 중이다. 또 이번에 터진 막말 교수 사건에도 성명서를 냈고, 스승의 날에는 ‘우리가 바라는 스승’이라는 성명서를 편지 형식으로 전달했다. 어떻게 하면 성차별을 막을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하면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 강남역 사건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얼마 전 열린 강남역 행진(5월 17일)에 참여했다. 참페미 내부에서도 강남역 사건을 계기로 페미니즘에 관심 갖게 된 친구들이 많다. 유동인구가 많은 번화가에 혼자 있지 않았음에도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범죄의 대상이 되서 살해당한 사건이었지 않나. ‘그냥 내가 조심한다고 될 일이 아니구나’ ‘내가 피해자가 될 수 있겠구나’ ‘내가 살아남은 거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내가 이런 경험을 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하는 고민을 하면서 페미니즘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학우들이 많아진 것 같다. 그런데 외부 강의를 들으러 나가는 것은 한 번의 용기가 더 필요하지 않나. 그래서 학과 내에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모임이 생겼을 때, 암암리에 관심을 갖던 친구들의 폭발적인 호응을 얻게 된 것 같다.

■ 활동 하다보면 여러 애로사항이 있을 것 같은데
  참페미가 만들어진지 세 달 밖에 안 됐는데 엄청난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관심 만큼이나 부정적인 시선도 많다. 대자보 찢는 사람도 있고, 남성혐오라고 우리를 욕하는 사람도 있고, “페미니즘이 평등을 위한거라면서 결국 여자를 위한 것 아니냐” “게시물 내려달라”는 말들도 나오는데, 화가 나기도 하면서 이런 이야기들이 공론장에 나올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하니까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물론 4학년이니까 학점에도 신경 써야하는데 개인적으로 공부도 열심히 했고 이 활동들이 공부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웃음).

■ 참페미가 아니더라도 여러 활동을 한 걸로 안다. 학생 신분으로 활동을 한다는 것은 어떤 의의가 있나
   
 
  학생은 학업을 하는 사람이고, 자기 전공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학문을 습득하기에 용이한 위치에 있다. 이 때 사회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를 공부하고 문제가 되는 부분을 어떻게 지적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데 의의가 있는 것 같다. 그 고민을 행동으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 ‘운동’이라고 생각 한다. 다양한 사회 현상 가운데서 내가 진짜 심각하다고 생각하는 문제를 만났을 때, 그냥 ‘남의 일이구나’하고 넘기는 게 아니라 내가 있는 위치에서 어떻게 함께 바꿔 나가고 해결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것이다.
  운동을 하(려)는 사람들에게 페미니즘을 공부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페미니즘은 더 이상 미룰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해결해야할 최우선 과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페미니즘은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박혀있던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다. 오랜 기간 차별 받고 억압 받았던 소수자의 위치에서 생각해보고 공감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페미니즘을 공부한다면 다른 운동으로 확장할 수 있는 영감을 주지 않을까.

■ 앞으로 어떤 활동을 해나갈 것인가
  방학 때는 동아리 내부 세미나 위주로 진행할 것이다. 그리고 외부 사람들도 참여할 수 있는 페미니즘 관련 행사도 계획 하고 있다. 기본적으로는 학과를 기반으로 한 활동이기 때문에 학내 성차별, 성소수자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가시화 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행동 위주로 진행될 것 같다. 또, 나 개인적으로는 인권운동가의 삶을 살고 싶다. 내가 처한 상황에서 부딪히는 문제들을 고민하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 지금은 이를 어떻게 풀어나갈지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 아예 활동가의 길을 갈 것인지, 국회 같은 곳에서 활동하면서 대의제가 가진 한계를 극복해 나갈 것인지 등의 구체적인 길은 정하지 못 했지만, 일상 속에서 많이 고민해나가는 사람이 되고 싶다.

  한 학기동안 학내외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는 이들을 만나보았다. 대학원신문의 기획은 여기서 문을 닫는다. 하지만 원우 각자의 삶과 자리에서 배운 바를 실천해 나가기 위한 논의의 문을 연 계기가 됐길 바란다.

정리 정윤환 편집위원|bestss200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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