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애도’는 이제 시작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되고, 세월호가 돌아왔다. 2014년 4월 16일 이후 1080일 만에 얼굴을 드러낸 세월호는 인천항이 아닌 목포항으로 귀항했다. 처참한 세월호의 형상만큼 기괴한 형체의 대한민국이 수면으로 떠올랐다. 조기 대선을 앞 둔 보수정당들은 진정한 반성 없이 박 전 대통령의 구속 하나만으로 이 사회의 모든 문제가 해결된 듯, 또다시 정권획득에만 혈안이다. 보수 언론들은 부패한 정치 풍토와 결별해야 한다고 하면서도 대한민국 헌정사에 전직 대통령이 3명이나 구속되는 반복은 ‘비극’이라 표현하며, “법원의 판결에 승복하고 태극기든, 촛불이든 시위를 자제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우리는 차마 바라보기 힘든 세월호를 직시하며 ‘불편’해야 한다. 오랜 시간 쌓아 올린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한 번에 무너지고, 세월호가 돌아오기까지 그렇게 긴 시간이 걸렸는데, 정부와 언론은 너무 쉽게 ‘안정’을 얘기하고 ‘편안’해지려 한다. 지난 30일 서초구 행정법원 앞에서는 세월호 희생자 김초원, 이지혜 기간제 교사의 순직 인정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이 있었다. 참사로 희생된 정규직 교사 7명이 순직 인정을 받은 것에 비해 기간제 교사 2명은 순직 심사 대상이 되지 못했다. 정부는 공무원연금법상 기간제 교사가 공무원이 아니라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고, 유족들은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유족급여 및 유족보상금 청구 관련 소송을 제기했다. 국가의 최고 권력자란 사람은 헌법을 유린하는 국정농단을 벌이고도 진심 어린 사과 한마디가 없었는데, 비정규직 교사들은 죽어서까지 불평등한 법 앞에 차별받는 게 대한민국의 불편한 현실이다.


  프로이트에 따르면, 인간은 ‘애도’를 통해 과거의 고통(상실된 대상)에 천착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그러나 제대로 된 애도에 이르지 못하면 자기 파괴적이고 우울한 상태인 ‘멜랑콜리’에 머무르게 된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국가 덕에 죽은 자들을 떠나보내지 못한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의 일상은 무너졌다. 오직 개개인의 연대를 통해서만 애도 과정을 찾아 나가던 세월호 유가족의 모습이 대한민국 전체가 과거를 겪어내는 모습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대한민국에 태어난 게 싫다”는 말을 내뱉으며 자기비하적 우울감에 빠져있던 것 역시 무능한 국가가 한 번도 제대로 된 절차로 과거를 떠나보낸 적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을 탄핵하고 구속한 지금의 결과는 정치권이 아닌 국민이 이뤄낸 결과다. 이제는 이것이 구체제를 개혁할 구체적 시스템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정치권이 나서야 할 차례다. 대한민국이 우울감에서 벗어날 수 있는 진짜 애도의 과정은 이제 막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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