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 설]

 

그렇다면 중앙대는 무엇을 해야 하나

 


  지난 학기 수료를 한 친구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논문을 써야 하는데 책을 10권밖에 못 빌린다”고. 이것이 중앙대 대학원 수료생의 현실이다. 수료생들은 학위를 받은 석사, 박사님도 아니고, 불투명한 연구자의 미래에 대한 걱정을 미룰 수 있는 과정생도 아니다. 무언가를 꿈꿀 나이는 지난 것 같은데도 ‘아직’이라는 말을 품고 막막함의 한 가운데 준비도 없이 뚝 떨어진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가장 서러운 건 내가 속했던 시간과 공간이 나를 밀쳐내는 기분을 느낄 때일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마냥 기분 탓만은 아닐 것이다.


  지난 학기 대학원신문(331호)에서는 ‘연구등록제’ 관련 기사를 통해 이미 본교 도서관 이용 기준의 문제점에 대해 꼬집었다. 재학생은 20권을 30일 대출 가능한 것에 비해 수료생은 10권을 14일 밖에 대출할 수 없다. 물론, 등록금을 낸 학생들이 더 많은 혜택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것이 등록금을 내는 학생들에게 더 주는 ‘혜택’이 아니라, 중앙대 대학원의 이름을 달고 연구하는 누군가의 당연한 권리를 ‘박탈’하는 것이라는 데 있다. 학부생과는 달리, 대학원생의 연구는 논문을 본격적으로 준비하는 수료 이후가 더 중요하다. 그래서 좋은 논문을 쓰기 위해 인고의 시간을 겪어 내야 하는 대학원생들의 시계는 느리게 간다. 그 시간을 인정해줘야 할 학교가 앞장서서 수료생들의 눈앞을 더 캄캄하게 만든다. 학교는 말한다. 재학생 신분이 필요하면 “연구등록을 하라”고. 결국, 학교는 질 좋은 연구 결과물보다는 당장 보이는 경제적 가치에 더 관심이 있는 듯하다.


  대학원 등록금은 올해도 1.5%나 또 올랐다. 매년 등록금이나 빚이나 느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무감각해졌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오르는 등록금만큼 대학원생은 중앙대의 가장 큰 ‘물주’가 아닌 ‘주인(主人)’이었는지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지난해 대학원신문의 학내 면을 장식했던 많은 기사는 하나같이 같은 말을 하고 있다. 310관 공간 배정, 학과 개편과 통합, 캠퍼스 이전, 연구등록제 문제 등, 어느 것 하나 학생이 협의의 주체가 되어 진행된 것이 없다고 말이다. 중앙대에서 ‘학생’은 ‘주인’은커녕 하나의 ‘신분’일 뿐이다.
이번 국정농단 사태에 핵심이 되어 불명예를 얻게 된 이화여대의 한 교수는 평생교육 단과대학 설립반대를 위해 시위하는 학생들에게 “4년 있다 졸업하는 학생이 무슨 학교의 주인이냐”는 말을 해 사회적 질타를 받았다. 이 말에 중앙대는 질타받아 마땅하다고 동조할 수 있을까. 국가적 위기를 뚫고 나가기 위해 각각의 영역에서 많은 것을 변화시키고, 다시 일으켜야 하는 시기다. 정신을 차리고 ‘지금’ ‘내가 있는 곳’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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