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장소, 환대》 김현경 지음. 문학과지성사,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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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의 가장자리에도 환대를 허하라

《사람, 장소, 환대》 김현경 지음. 문학과지성사, 2015.

 

 
 

‘인간(human)’과 ‘사람(person)’, 두 단어의 의미가 어떻게 구분되는가? 저자 김현경은 일견 명확히 구분되지 않는 두 개념을 이렇게 구분한다. 인간이라는 종으로 이 세상에 난 모든 개체는 그 자체로 ‘인간’이다. 이 개체가 사회 안으로 들어가 타인에 의해 성원권을 인정받을 때 비로소 사람이 된다. 저자는 태아를 예로 든다. 이 세상에 나지 않은 태아는 분명 인간이지만, 사회 안으로 들어오지 않았기에 사람으로 여겨지지 않는다. 신생아가 사망하면 장례를 치르고 애도하지만, 태아 상태에서 사망하면 그 시신은 특수한 폐기물로 처리되고 별도의 애도 의례도 행하지 않는다. 다만 오늘날에는 태아가 출생하는 즉시 국가가 개입하여 그를 ‘사람’으로 인정하며 보호하기 때문에, 태아와 신생아를 가르는 상징적인 경계선을 인식하지 못할 뿐이다.

동일한 논리가 외국인에도 적용된다. 외국인은 어리숙하고, 한국말에 서툴며, 한국 문화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이미지로 그려진다. 외국인에게 주어지는 인정과 환대는 조건적이다. 우리는 외국인을 포용하는 듯한 태도를 취하면서도, 그들이 우리와 동등한 인간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음으로써 그들에게 낙인(stigma)을 찍는다. 외국인노동자나 난민의 지위를 보장하자는 주장이 종종 격렬한 반발에 부딪히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저들은 우리와 다르다. 저들을 위한 장소를 우리 사회에 내줄 수는 없다. 나는 저들을 반기지 않을 것이다.’

저자는 절대적 환대의 불가능성을 논한 데리다에게 이견을 제시하며, 우리가 말하는 사회란 신원을 묻지 않고 보답을 요구하지 않으며 복수하지 않는 환대에 의해 만들어진다고 말한다. 인종·성별·계급이 다른 이를 차별하지 않고 기꺼이 그들에게 자리를 내어주는 사회는 가능할까. 저자는 이렇게 답한다. “누군가는 우리가 한번도 그런 사회에서 살아본 적이 없다고 말할지 모른다. 하지만 사회운동의 현재 속에 그런 사회는 언제나 이미 도래해 있다.”

김대현 편집위원|chris306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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