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표자가 없어도 원총은 제 역할을 해내야 한다

 

내년 일반대학원 자치기구를 책임질 38대 대학원 총학생회장 입후보자는 끝내 없었다. 회장단 출마자가 없어 후보 등록 마감일이 4일 연장됐지만 소용없었다. 이에 따라 38대 총학생회(이하 원총)는 총학생회장단 없는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체제로 꾸려질 것으로 보인다. 2017년도에 비대위가 가동된다면 이는 2011년 이후 6년만으로, 일반대학원 원우들은 내년 1학기를 자신들의 공식 대표자 없이 맞이해야 할 처지다.

대학원신문은 원총의 각종 활동을 예의주시하며, 필요한 경우 비판을 가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번 학기의 경우를 보면, 원총을 비판하는 것이 민망하게 느껴질 정도로 무력한 상황에 놓인 경우가 많았다. 원총을 투명인간 취급하고 협상의 대상으로 삼지 않는 듯한 본부의 독단 때문이다. 지난 37대 원총은 310관 준공 후 연구공간 배정 문제를 놓고 본부와 협의해 왔다. 그 결과 대학원에 주어진 면적은, 새로 지어진 310관 연면적의 0.4%에 불과한 86평이었다. 재적인원이 3,000명에 달하는 본교 일반대학원의 규모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적은 공간이다. 그러나, 좁은 공간보다도 더한 모멸감을 느끼게 한 것은 공간배정회의에서 보인 본부의 행보다. 본부는 대학원 학생사회가 마치 존재하지 않는다는 듯 공간배정회의에 원총을 단 한 차례도 포함하지 않은 채 결과를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절차적 정당성이 완전히 결여된 반민주적 결정이다. 이것이 원우의 공식 대표기구가 엄존함에도 일어난 결과다.

대표자 없는 38대 원총이 자신들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할지를 속단하기는 이르다. 비대위를 구성하는 이들의 사명감과 역량에 따라, 우리는 대표자 없이도 충분히 다른 결과를 기대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비대위 체제가 확정적인 지금 주목할 것은 본부다. 본부는 원우사회를 존중하지 않는 듯한 지금까지의 행태를 중단하고, 대학원생의 연구여건 개선과 복지 증진을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하기 바란다. 꾸려지게 될 비대위 구성원들에게도 주문한다. 대표자가 없는 비상사태일수록 비대위의 보다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태도가 필요하다. 맡겨진 본분에 더해 본교 대학원생 전체를 대표한다는 무거운 책임감으로 성실히 직을 수행하기 바란다.

지도자 한 사람의 실정과 무능이 온 나라를 뒤집어놓고 있다. 바야흐로 정치의 위기, 민주주의의 위기다. 대표자가 없어 비대위가 꾸려지는 본교 대학원도 예외는 아니다. 아무도 자신의 피선거권을 행사하지 않은 아쉬운 상황 속에서, 38대 원총 직책자들이 원우의 의사를 대변하는 원총의 존재 이유를 원점에서 재고하고 원우들의 복리 증진을 위해 힘써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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