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학교 대학원신문
인터뷰, 임근준
최종편집 : 2017.5.16 화 01:33
학내
우리는 어떤 촛불을 들어올릴 수 있을까포커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대학원생
김대현 편집위원  |  chris306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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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2호]
승인 2016.12.05  18:2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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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대학원생]

우리는 어떤 촛불을 들어올릴 수 있을까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라는 사상 초유의 국정농단 사태에 국민은 역대 최대 규모인 ‘200만 촛불’로 답했다. ‘박근혜 퇴진’을 외치며 차가운 광장을 뜨겁게 달구는 시민들의 함성은 그 어느 때보다도 거세다. 시민들은 이번 사태가 부패하고 무능한 권력의 추한 민낯을 드러냈다고 성토하고 있다, 그리고 대통령뿐 아니라 권력에 기생하여 생명을 연장해 온 새누리당, 꼭두각시 대통령을 이용해 수많은 이권을 챙겨간 재벌 또한 공범으로 지목하고 있다. 시민들은 광장에서 매주 역사를 새로 써내려가고 있다.

역사적으로, 불의한 사회에 맞서 항거하고 이를 비판하는 것은 학생의 임무로 여겨졌다. 우리 사회의 어두운 그림자가 전면에 드러난 지금, 대학원생과 지식인은 과연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대학원사회는 어떤 언어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규정하고 있을까.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바라보는 시선들

원우들은 현 시국을 다양한 관점에서 해석하고 있었다.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를 통해 사회현상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는 전미연 원우(심리학과 박사 수료)는 “현상과 관련된 연구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겉보기에는 단순해 보이는 현상 이면의 체계를 연구할 필요성을 느꼈다고 말했다. 유경식 원우(심리학과 석사과정)는 박근혜 및 측근들이 부패한 탓이라는 ‘썩은 사과’ 식의 설명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권력을 잡기만 하면) 사과들이 다 썩어버리는 것이 문제”라고 밝혔다. 이번 사태의 원인이 개인의 일탈이 아닌 한국사회의 구조적 문제라는 것이다. 유 원우는 “(연구자로서) 이 시스템을 연구하고, 그 결과를 널리 알리고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원우들은 한국사회의 작동 원리를 전반적으로 이해하는 작업이 필요함을 자각하고 있었다. 한편, 무력감을 느끼거나 큰 관심이 없다고 밝힌 이들도 있었다. 사회계열 원우 A는, 박근혜 및 측근의 범죄사실이 낱낱이 드러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박근혜를 굳건히 지지하는 이들이 존재하는 것을 보며 “무력감과 함께 양가감정이 들었다”고 말했다. 같은 계열의 원우 B는 “이번 사태의 실상은 뻔해 보인다”며, 희망 없는 세태를 들여다보느니 차라리 거리를 두는 것이 더 편안하다고 털어놓았다. “아무리 공부를 열심히 하고 법을 지키며 살아도, 이 사회에서 이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싶다”며 허탈감을 드러내는 이도 있었다. 원우들은 현 사태를 이해하고 분석해야 하는 필요성을 절감하면서도, 법과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사회의 현실을 동시에 직시하며 횡보하고 있었다.


대학원, 새로운 담론 창출의 장 되어야

단순히 현 시국을 타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한국사회의 장기적 안목을 제시하기 위해 대학원사회는 무엇을 극복해야 할까. 최영진 교수(정치국제학과)는 ‘교수사회의 소시민적 전문가집단화’를 꼬집었다. 90년대 들어 교수집단이 업적평가에 종속되기 시작하면서 소시민적 전문가집단으로 변했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지식인의 사명은 이 사태의 의미를 분석해내는 것”이라며,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가를 질문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논의하는 작업을 지식인이 수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누리 교수(유럽문화학부)는 광장의 촛불이 단순히 정권교체를 이루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며, 지금이야말로 “정치·경제·사회·문화에 걸친 구체제를 변혁하는 절호의 기회”라고 밝혔다. 그리고 이를 위해 보편적 진리를 추구하는 대학의 본래 가치를 되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학원생으로서 할 수 있는 기여가 무엇인지를 묻는 질문에, 최영진 교수는 “대학원운동을 통해 새로운 담론을 창출해야 한다”고 답했다. 그는 “대학원생은 새로운 사유와 관점을 수용할 유연함을 갖춘 집단”이라며, 제도권의 교수가 가진 사고의 한계를 뛰어넘을 힘을 지녔다고 평가했다.

김누리 교수 또한 지식인으로서 대학원생의 책무를 강조했다. 김 교수는 “오늘의 위기는 지식인의 죽음, 대학의 죽음이 주요 원인”이라며 대학이 담당해 왔던 정치적 공론장의 역할을 복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진욱 교수(사회학과)는 “지식을 서로 공유하는 학술운동 없이는 지식이 자신의 사유물로 머물게 된다”며, 대학원생이 담론을 생산하고 전파하는 적극적 역할을 수행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지금의 민주주의와 자유 역시 희생의 대가”라고 언급하고, “현재 누리고 있는 것들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노력이 필요하다”며 대학원생의 능동적 역할을 주문했다.


21세기 대학원운동의 가능성을 물어야 한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선출된 권력이 아닌 선출되지 않은 측근에 의해 국가가 좌지우지된, 민주주의라는 기본적 가치체계가 전면 부정된 사건이다. 많은 이들이 분노하는 동시에 무력감과 좌절감을 경험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한국사회에 드리운 부적 정동을 일소하고 다시금 사회진보를 추동하기 위해서는 현 사태에 대한 지식인들의 진지한 성찰과 비판적 논의가 되살아나야 할 것이다. 대학원이 이러한 새로운 사유를 잉태하는 장이 되어야 할 것은 물론이다.

인터뷰에 응한 세 교수 모두 대학원에서 복원되어야 할 움직임으로 ‘학술운동’을 꼽았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실제로 과거 대학원생들은 사회를 탐구하고 그 지식을 학생들끼리 공유하는 대학원운동을 전개했다. 대학원생은 상설 학술단체를 다수 조직, 대중에게 이데올로기를 전파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대학원은커녕 대학 진학하는 사람도 흔치 않았던 시절, 대학(원)생들은 자신이 선택받았다는 인식하에 사회문제를 자신의 문제로 받아들였는지도 모른다. 대학 진학률이 70%에 육박하는 오늘날, 대학원생을 ‘지식인’으로 호명하고 동일한 사회적 사명감을 물을 수 있는지, 오늘날 학술운동은 어떠한 형태로 가능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 던져져야 할 때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한국 사회에 내장되어 있던 총체적 난맥상을 가감없이 드러낸 사건이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한국사회의 앞날에 가로놓인 거대한 숙제이자, 더 나은 역사의 초석을 놓을 수 있는 귀중한 기회이기도 하다. 촛불은 광장에서도 타올라야 하지만 우리가 있는 이곳, 대학원에서도 뜨겁게 타올라야 한다. 한 명의 시민으로서 촛불을 들고 거리에 나가는 것 그 이상의, ‘대학원생만의’ 운동은 가능한가. 자유롭고 우애로운 토요일 촛불광장의 흥겨움은 어떻게 우리의 학문적 실천에 덧입혀질 수 있는가. 촛불광장이 새로운 사회를 꿈꾸는 시민 모두의 거점이라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면밀히 이해하고 새로운 사회의 청사진을 ‘제시하는’ 대학원생의 거점으로 대학원을 일신할 때다.

김대현 편집위원│chris306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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