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보기]

사라진 우리의 ‘대학원장’

  2016년, 유홍선 교수(기계공학부)가 대학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러나 취임 후, 대학원장실의 불은 줄곧 꺼져 있다. 대학원에 사실상 대학원장이 없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라 할 수 있다. 본부 측은 기능형부총장을 겸임하고 있는 현재 편제에서 대학원장이 대학원 건물에만 상주할 수 없지 않느냐고 반문한다. 제도적이고 행정적인 의미에서는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는 ‘학교’가 무엇인지를 묻는 근본적 차원에서부터 시작해야 할 문제다. 대학원은 무엇이며, 대학원장이란 누구인가. 그리고 본부는 대학원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

대학원장에 대한 두 가지 시각

  유 연구부총장은 “대학원장과 연구부총장을 겸직하게 된 것은 연구부총장이라는 기능의 특수성 때문”이라고 밝혔다. 연구력 향상을 위한 환경을 조성하고 우수한 인재를 받아들이며 효율적인 행정적 지원을 통해 학교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그는 2016년 중앙일보 대학평가에서 5개 학과가 최우수 점수를 받은 것을 그 성과로 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기능형부총장제의 도입으로 연구자들이 효율적으로 연구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마치 생산성 극대화를 추구하는 기업 경영자의 태도와 유사해 보인다.
  김누리 교수(유럽문화학부)는 “대학은 근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인간과 세상을 탐구하고 개인들을 비인간화하는 자본과 권력을 견제하는 것이 대학의 본질”이라며 본부의 철학 없음을 비판했다. 또한 김 교수는 기업식 논리로 가치를 계량화함으로써 대학을 자본 아래 복속시키고, 나아가 ‘취업을 위한 대학’ 등의 담론을 형성해 내어, ‘학문기관’인 대학과 대학원을 무력하게 하는 것이 대학평가라고 분석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부가 주장하는 ‘학교 경쟁력 제고’의 실체가 무엇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더불어 기능형부총장제로 인해 거두었다는 ‘성과’역시 재고돼야 한다. 학문과 학문을 탐구하는 과정은 점수를 매기고 순위를 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그 계량된 지표가 ‘학문적 성취’라고 할 수 있는지에는 의문이 따른다.

이제는 대학의 근본을 물어야 할 때

  연구부총장은 대학원장실에 있는 것 보다 중요한 것은 소통이라며, “대학원에 상주하지는 않지만 전자결재를 통해서는 물론이고 많으면 한 주에 두세 번씩 방문하여 대학원지원팀과 회의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학원장’이 그저 공간적·행정적 의미의 자리, 혹은 보직인 것은 아니다. 대학원장은 대학원이라는 학문 공동체 구성원의 학과별 특성을 이해하고 그 가운데서 학제간 교류를 할 수 있도록 학문적·공간적 바탕을 책임져야 한다. 때문에 대학원의 학문 공동체적 가치를 도외시하고 기능적 측면만을 부각하는 현 편제에서의 대학원장 자리를 비어있는 반쪽짜리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학문의 근간인 ‘학과’를 해체하고 ‘기능’별로 재구성하는 것은 명백한 기업의 논리다. 학과 특성에 대한 이해 없이 모든 연구의 결과를 수치화·계량화하여 평가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물론 연구부총장의 말처럼 폭넓고 깊이 있는 연구를 위한 제도의 정비도 필요하다. 그러나 이는 마땅한 것임과 동시에 부차적인 것이다. 연구라는 대학원의 기능을 최적화하기 이전에, 대학원장은 학문기관으로서 대학원의 본질적 가치를 수호하고 비판적 사유를 함양한 인재 양성에 몰두해야 한다. 학문은 대학원의 기능이기 이전에 대학원의 존재 이유이기 때문이다.
  대학원은 학문의 길에 진입한 이들이 심도있는 연구를 통해 해당 학문을 발전시켜 나가는 ‘학문세계의 정점’이다. 이를 바탕으로 볼 때 연구부총장이 대학원장을 겸직하는 편제는 본부가 대학원을 ‘학문기관’이 아닌 ‘행정기관’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대학원의 존재 의미에 대한 본부의 고민이 부족한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 대학원장과 기능형부총장, 학문적 가치와 기업의 가치, 양립할 수 없는 두 가지가 병치된 지금이 대학의 근본을 논의할 적기다.

정윤환 편집위원|bestss200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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