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중석 / 사회기반시스템공학부 교수

도시재생 시대의 과제

류중석 / 사회기반시스템공학부 교수

“두껍아, 두껍아, 헌집 줄게 새집 다오” 하던 재개발·재건축·신도시의 시대가 지나가고 바야흐로 도시재생의 시대가 활짝 열리고 있다. 이미 영국, 일본 등 우리보다 산업화와 도시화를 먼저 겪은 나라에서는 20여 년 전부터 도시재생이 활발하게 일어났지만, 인구정체와 경기침체로 부동산시장의 활력이 떨어진 우리나라는 이제야 도시재생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낡은 단독주택이 밀집한 지역을 재개발하여 고층 아파트를 건설하면 입주자들은 가만히 앉아서 헌집 주고 새집 받는 꿈같은 시절이 있었다. 소위 “용적률 게임”이라는 마법이 작동하는 것이다. 용적률 80~100% 정도인 단독주택 지역이 용적률 200% 내외의 아파트로 개발되면 원주민 입주분을 제외한 나머지 아파트를 분양해서 건설사는 충분한 이윤을 남길 수가 있었다. 문제는 세입자들이다. 현재 세입자들이 낸 전세금이나 보증금으로는 재개발된 단지에 정착할 수 없기 때문에 그들은 정든 곳을 떠나 임대료가 싼 지역으로 이사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기존의 이웃관계와 공동체 활동은 재개발로 인하여 물거품처럼 사라진다. 기존의 낡은 단독주택지를 불도저로 쓸어버리고 개발하기 때문에 옛길과 장소에 대한 추억도 송두리째 사라진다.

도시재생은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 나온 대안이다. 낡은 주택을 고치고 동네에 쉼터를 마련하는 물리적 재생, 골목시장을 활성화하고 마을기업을 육성하는 경제적 재생, 그리고 이웃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하고 모임을 활성화하는 공동체재생이 도시재생의 이른바 3대 강령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도 도시재생의 시대를 맞아 도시재생 선도지역을 지정하고 100~200억 원의 자금을 지원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도시재생 현장에는 많은 문제점이 도사리고 있다. 첫째, 도시재생의 개념과 철학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주민들은 정부지원금을 마치 공짜 돈으로 생각하고 그동안 해결되지 못한 민원을 해결하는 데 쓰려고 한다. 이 돈은 마중물 개념의 지원금으로서 펌프물을 퍼 올리기 위한 종잣돈으로 써야 하는 돈이다. 마을기업이나 협동조합을 육성하고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곳에 써야 지속가능한 도시재생이 가능하다. 둘째,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주도적으로 이끌어가야 도시재생이 성공할 수 있는데 전문가나 공무원 조직에 의존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주민들을 지역의 리더로 양성하기 위한 교육과 주민조직을 활성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셋째,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는 단기간에 성과를 내는 데 집착하는 문제가 있다. 선진국의 사례를 보면 도시재생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최소 10년 이상을 꾸준히 추진해야 하는데도, 2~3년 안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라고 재촉하고 있다.

도시재생이 필요한 지역의 특징 중의 하나는 인구의 고령화이다. 물리적 재생과 경제적 재생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인적 자원의 재생이 절실하다. 젊은 계층이 유입되고 어린이 울음소리가 많이 들려야 성공한 도시재생이다. 대학가 주변의 낡은 주거지에 사는 우리 젊은이들이 골목길 청소도 하고, 집수리에 참여하는 등 함께 살아가는 데 힘을 보탠다면 지속가능한 도시재생을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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